창고/문자

테드 창 인터뷰 번역

담음 2013. 9. 22. 01:30

http://aalrmag.org/specfictioninterviewchiang/


여튼 연휴에 잠만 잔 기념으로 테드 창 인터뷰라도 하고 연휴를 내일로 마감해볼까 한다. 흐흑. 너무 길어서 전문을 다 하긴 무리고 재밌는 부분만 복붙 + 일부 번역. 


BH: SF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왜 SF 소설을 쓰는지를 어떻게 설명하나요? 

TC: 제가 SF소설을 쓰는 이유는 이 장르가 진행 중인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한 작품은 이전 작품에 대한 대답이지요. 제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대화가 SF장르라고 할 수 있죠. (번역이 맘에 안 들어서;)

(위에서 언급한) 작년 여름 Clarion(UC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SF소설 워크샵-옮긴이 주)에서 수업을 한 후에 한국에서 열린 과학기술 컨퍼런스에 SF에 대해 강의를 하기 위해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한 것 중 하나가 SF라는 장르가 세간의 인식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것이었죠. 대다수 사람들의 SF에 대한 인식은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형성돼서, 보통은 SF가 특수효과 위주의, 선과 악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느 사람들만큼 선악 대결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이 SF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선악 구도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적/공간적 배경에서도 찾을 수 있죠. 배경이 미래이거나 로봇이 등장한다고 SF인 것은 아닙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SF가 산업혁명 이후의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학평론가들은 선악 구도의 이야기의 도식을 이렇게 말합니다. 평화로운 세계에 악의 세력들이 침입하고, 주인공들이 맞서 싸우고,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고 세계는 다시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구조라고요. 평론가들은 이것이 궁극적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보수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구도는 범죄문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질서에 약간의 분열이 생기지만 결국 질서를 되찾죠. 

SF는 다른 구도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익숙한 세계가 새로운 발견이나 기술 때문에 변화를 겪는 것에서 시작하죠. 이야기가 끝날 쯤에 세계는 영구적으로 변화해버립니다. 원래의 상태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아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이야기에 숨겨진 메시지는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결국 이런 이야기 구조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발견이나 기술의 결과들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우리는 그것을 대면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런 것이 전형적인 SF의 줄거리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죠.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이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살아생전에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본 사람이 없으니까요. 산업혁명 이후에야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죠. 이게 제가 SF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고,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만 SF를 아는, SF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SF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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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중단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의 원문 전문은 여기(http://subterraneanpress.com/magazine/fall_2010/fiction_the_lifecycle_of_software_objects_by_ted_chiang)에서 볼 수 있다. 알고보니 Subterranean Magazine라는 잡지는 장르문학 계간지인 모양인데, 계간지에 수록된 소설들의 원문을 제한 없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장르문학에 주력해 1995년 시작한 이 회사는 콜렉터스 에디션 등을 만들어서 서브컬쳐계(?)에서는 꽤나 알려진 모양. 스티븐 킹 등 유명 작가 작품을 냈다고 메인에서 자랑하고 있다. -.- 이런 회사가 거의 20년간 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을 보니 역시 덕 중의 덕은 양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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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나머지는 못허겄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