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40107 에그녹

담음 2014. 1. 7. 18:25




에그녹을 만들어보고 싶다. 예전 글을 뒤지다 보니까 영화나 책에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겠다는 게 있어서 갑자기 ㅋㅋㅋㅋ 한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밀크셰이크처럼 달콤하고 폭신할 것 같은 에그녹(사실은 레시피를 보니 매우 느끼할 것 같음). 크리스마스는 이미 예전에 지났지만!


레시피에 따르면 일단 필요한 것은

계란 노른자, 우유, 크림, 설탕, 바닐라 엑스트랙트, 넛맥, 시나몬, 브랜디


브랜디는 브랜디와인(brandywine)의 줄임말이고 네덜란드어로 '불에 태운 와인'을 뜻하는 'brandewij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포도주를 증류한 술이라는 말씀. 프랑스 꼬냑과 보르도의 남동쪽 지방인 아르마냐크 지방, 그리고 대부분의 포도주 산지에서 브랜디가 제조된다고 한다. '꼬냑'이 바로 브랜디인데, 꼬냑 지방에서 나는 브랜디가 품질이 가장 좋기 때문에 동의어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증류한 직후에는 투명하지만 원래는 떡갈나무통에 넣어 4~50년 정도 숙성시키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숙성기간이 너무 길어 요즘은 캐러멜로 착색을 시킨다고. 


라고 찾아보고 레시피를 마저 읽었더니 술은 브랜디, 럼, 버번, 셰리주 뭐든지 되는 듯. 


에그녹을 처음 접한 것은 Sleepless in Seattle에 보면 애니(멕 라이언)가 월터(빌 풀만)네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구글질을 해보니 While you were sleeping이었다.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지! 여튼 그때부터 나에게 "크리스마스=에그녹"이라는 공식이 입력됐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마셔본 적은 없고...


프랑스에서는 lait de pouls라고 한다는데 '암탉의 우유'라는 의미라고(거 참 멋없군;). 커스터드형 에그녹은 아이스크림 베이스로도 쓰이고 커피와 차에 곁들이기도 한단다. 영국의 posset(http://en.wikipedia.org/wiki/Posset)이 발전한 음료가 바로 에그녹이다. Posset은 와인이나 에일과 커드로 굳힌 따뜻한 우유인 것 같은데 음료보다는 무스 형태에 가깝단다. 중세에서 19세기까지 인기를 끈 음료라고 한다. 우유를 끓인 다음 와인이나 에일을 넣으면 우유가 응고하는데, 거기에 향신료를 넣어서 완성한다. 독감 치료제로 쓰였다고. 서양에서는 따뜻한 술을 약으로 많이 쓴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보통 대추나 생강 등을 달여 먹지 술을 마시는 법은 잘 없는 것 같은데(소주에 고춧가루 뿌려먹는 정도는 있지만 전통적인 민간요법이라기엔)... 여튼 영국은 우유를 이용한 디저트-대표적으로 커스터드나 트라이플-가 발달한 것 같다.


아이쿠; 여튼 에그녹의 어원은 'noggin'이라는 중세 영어 단어인데, 술을 대접하던 작은 나무 국자-컵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영국에서는 에그플립(Egg Flip)이라고도 불렸다(두 믹스처를 섞을 때 빠르게 저어야(flip) 하므로).


놀랍게도 영국에서는 상류층에서 주로 마시는 음료였다고 하는데, 우유, 계란, 거기에 브랜디나 셰리주와 같은 고급술(이기 때문이라고 추정되는데)을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우유나 계란이 있으면 식생활에 쓰는 것이 좀더 하층민의 삶에 적합할 터!)


에그녹은 18세기에 대서양을 건너 영국 식민지, 대표적으로 미국에 전파되었다. 유럽이 산지인 브랜디나 와인은 높은 관세가 매겨졌기 때문에 캐리비안의 풍부한 사탕수수를 이용한 럼이 강력한 대체재로 등장하였다(이것이 삼각무역!). 신대륙에서는 유제품이 풍부했던 터라 값싼 럼이 결합한 에그녹은 미국에서 대중적인 술이 되었다. 하지만 독립전쟁 후 럼의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미국인들은 위스키로, 국내에서 구하기 좋은 버번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1826년에는 '에그녹 난동riot'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크리스마스 근처에 대량의 위스키를 밀반입한 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에그녹을 잔뜩 마신 사관생들이 난동을 부린 일도 있다고 한다. 제퍼슨 데이비스 미 대통령도 여기에 참여했... 아, 나 근무시간에 뭐하는 짓이지;


에그녹 위키피디아를 거의 전부 번역하고 말았다. 


하여간 그냥 술 들어간 밀크셰이크일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적 느낌.

그러면 일단 술을 구비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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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결국 퇴근을 못하고 잔업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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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감(美感)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미감은 정말 전체적인 사회의 affluence에 비례하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