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40114 Did you miss me?

담음 2014. 1. 14. 22:38



사람은 타인의 불행은커녕 행복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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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하고 덜렁대는 나는 편집자로서는 실격인 것 같다. 마감 때만 되면 느끼는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못하는가' 하는 자학. '재교 때 하자' '삼교 때 하자' 하고 일을 미루면 절대로 안 된다. 귀찮은 수작업일수록 미리미리 해야 함("미뤄봤자 내가 한다"). 하지만 돈만 내면 화성에도 갈 수 있는 세상에 인디자인에서 색인 자동작업이 안 된다는 것이나(아마 기능이 있더라도 어떠한 불편함이 있어서 쓰지 않는 거겠지만) 각주 일련번호들이 자동으로 정렬되지 않으며 하나를 삭제할 때마다 수동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크흑.


이렇게 시간이 없어서 후달릴수록 페이스북에 더 자주 들어가고 이미 아침에 다 본 웹툰에 괜히 들어간다. 그거라도 안 하면 스트레스가 펑펑... 그러나 더 시간이 없어지고 더 후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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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자에게 내 의견을 설득력 있게 피력하는 방법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내 말을 들어도 별로 믿음이 안 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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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303 

어제 이것만 보고 일하려다가 너무 재밌어서 다시 돌려보느라 시간이 그냥 아주 뭐;

오프닝 나오기 전에는 다른 거 잘못 다운받은 줄 알았다; 퀄리티 보소

301 302에서는 팬서비스 느낌이 있어서(모팻 아저씨 2년 동안 팬픽 열독하셨쎄여?)

조금 짜증났는데(이놈의 팬덤이 결국 드라마를 망치는구나) 303에서 포텐 터짐

시즌 3이 전반적으로 셜록을 너무 humanize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섭섭했는데 

301 302는 303을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너무 신나서 어깨춤이 절로 나오더군. 

301 302에서 메리 캐릭터가 참 맘에 들었는데 303에서 더 사랑하게 되었음ㅋㅋㅋ 

군데군데 TV스러운 부분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좋다. 

카메라 워크도 참 훌륭하다

모리아티가 돌아오는구나 우리 귀요미 모리아티 쨔응

Did you mi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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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을 좀 치우고 나니까 살 것 같다

그러나 그저 공을 상대방 코트로 넘겨놓은 것일 뿐...



+


집에 와서 스트레스를 요리로 풀었다! 참으로 건강하도다.

어젯밤에 불려놓은 병아리콩을 가지고 뭘 할까 생각하다가


1. 칙피 수프

2. 모로칸 칙피 수프


중에 두번째를 택했다. 모로칸 음식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고 사실 내가 만든 건 엄밀히 말하자면 토마토 칙피 수프라고 해야 맞겠다. 토마토 수프는 뭐가 들었든 맛이 있다. 


모로칸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들은 아무것도 안 들었으니... 

모로코 음식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은 죄다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데

나는 향신료를 조금 가리는 편이니 모로코 음식점에 한번 가봐야겠다.


모로칸 칙피 수프 레시피는 

http://www.foodnetwork.com/recipes/dave-lieberman/moroccan-spiced-chickpea-soup-recipe/index.html

에서 내 입맛에 안 맞거나 없는 향신료는 죄다 빼고 요리했다. 

이 레시피 저 레시피 쭉 읽어보고 대충 머릿속에서 조합해서 요리를 하는 편이라

항상 뭔가를 빼먹거나 특이한 걸 넣어버리곤 하는데

오늘은 누가 사과를 넣는 걸 보고 냉장고에서 장기숙성되고 있던 사과를 넣어버렸다.

근데 벌써 반솥 가까이 먹었는데 사과를 먹은 기억이 없다...


모로코 Shaksouka라는 음식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이 메뉴를 언뜻 보고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음날 그 레스토랑을 그 거리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기억이 있다.

아니 그래서 그게 결국에 먹었나 못 먹었나...

그게 브루클린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린포인트 쪽이었는지; 기억이 안 남.




이런 것을 먹으면서 셜록 303을 복습하고 건강한 저녁을 먹었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치킨을 사오기로 했다. 양념치킨 기다리는 중...


앗 계단을 올라오는 치킨 발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