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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23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

담음 2014. 4. 23. 23:04

마포구청역에 내려서 날씨도 좋고 슬 걸어오면서 망원시장을 통과했다. 봄 저녁 시장의 시끌시끌함이 좋았다. 정육점 아저씨가 친절했다. 간 소고기를 300g 사서 볼로네제 소스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수입육이라 그런지 잡내가 너무 난다... 냄새를 잡으려고 내가 타임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타임을 넣었다. 잔뜩 끓이면 냄새 안 나겠지? 흑...


오이가 다섯개에 천원 막 이랬는데 살걸 후회된다. 못 먹으면 얼굴에라도 붙이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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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읽고 있는 <요리를 욕망하다>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로 잘 알려진 미국인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의 책이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발췌한 부분처럼 흥미로운 지점이 있지만 '요리의 사회문화사'라는 거창한 부제에 비해서는 별로 건질 거리가 없다. 통돼지 바베큐에 대한 텍사스적 로망이라든가 하는 미국인 아저씨의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져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별로 없다. 불-물-공기-흙이라는 구성도 의아하고... 차라리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살걸... 비 윌슨의 <공포의 식탁>도 앞에만 조금 봤는데 손이 잘 안 간다. 


출퇴근길에 곰선배가 빌려준 <돈가스의 탄생>을 (이제야) 읽고 있는데 이건 훨씬 재밌다! 일본에서 육식이 1200년 동안 금지됐었다니!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에코리브르 2014)


고대에 널리 퍼진 동물 공희 의식은 이러한 양심의 가책이 인간을 매우 오랫동안 괴롭혀왔음을 암시한다. 칼로 목을 따기 전에, 그리스의 사제들은 제물로 바쳐진 동물의 이마에 물을 뿌려서 동물이 머리를 흔들면 이를 찬성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아주 냉정히 생각하면, 희생제의의 많은 요소는 실로 우리가 꺼림칙하게 여기지만 해야 하거나 어쨌든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간편한 합리화처럼 보인다. 이런 의례를 통해 먹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신이 요구하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거라고 우리 자신을 달래는 것이다. 우리가 불 위에 동물의 고기를 굽는 이유는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피워 공물이 하늘에 닿게 하기 위해서라고, 가장 좋은 부위를 먹는 까닭은 육즙이 제일 풍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은 연기만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되뇌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음식이 '먹기 좋아야'-맛있고, 안전하며, 영양가가 풍부해야-할 뿐만 아니라,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빌리자면, '생각하기에도 좋아야' 한다고 고집한다. 우리는 여러가지를 먹지만, 특히 생각을 먹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p.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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썷어놓은 채소는 적절히 배합해야 냄비 요리 특유의 맛과 문화적 정체성이 비로소 우러난다. 그래서 깍둑썰기한 양파와 당근, 셀러리를 버터(때로는 올리브오일)로 소테하면, 프랑스 요리 중 하나인 미르푸아(mirepoix)가 완성된다. 그러나 잘게 썬 양파, 당근 및 셀러리 다진 것을 올리브오일로 소테하면 이탈리아 요리의 기본인 소프리토(soffrito)가 완성된다. 그런데 '소프리토(sofrito)-f 하나와 t 하나로 쓸 때-는 양파와 마늘, 그리고 셀러리 대신 썬 토마토를 소테한 에스파냐 요리다. 레시피에 썰어놓은 파와 마늘, 생강이 기본으로 들어가면, 서구 음식과 아주 다른 이른바 '아시안 미르푸아'라고도 하는 음식이 된다. 이는 극동지역 여러 요리의 기본이 된다. 인도에서 냄비요리는 보통 '타르카(tarka)'로 시작하는데, 깍둑썰기한 양파와 향신료를 정제 버터 또는(ghee)로 볶은 것이다. 이런 용어나 기법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처럼 썬 채소를 베이스로 한 음식의 향을 통해 우리는 어느 나라 요리인지 즉시 알게 된다. (p.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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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왜 그토록 냄비요리에 널리 쓰일까? 소금 다음인데, 양파만큼 광범위하게 쓰이는 요리 재료를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양파는 두번째로 중요한(토마토 다음으로) 채소 작물이며, 농작물이 자라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기를 수 있다. 그러면 양파는 음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민은 양파를 비롯해 흔히 쓰이는 향신 채소들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음식에 단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집요하게 설명을 요구했더니, "화학반응인 거죠"라고 답했다. (...)

그런데 어떤 종류의 화학반응이란 말인가? 미르푸아를 폭넓게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맥기조차도 그답지 않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양파와 당근에 들어 있는 당분이 소테 팬 안에서 캐러멜화됨으로써 각종 맛 화합물이 요리에 더해진다는 답변은 명백히 틀린 답변이다. 캐러멜화된 당분이라는 이론은 셀러리로 미르푸아와 소프리토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셀러리는 수분과 셀룰로오스를 제외하면 단맛을 거의 내지 못하는 채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신 채소를 볶을 때 캐러멜화(또는 마이야르 반응)를 제외한 다른 과정이 끼어든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마이야르 반응은 요리에 맛을 더해주는 과정이지만 비밀이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 

(...) 낮은 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채소 안의 긴 단백질 고리가 아미노산 구성요소로 분해되며, 그중 (글루탐산처럼) 음식에 '우마미'-일본어의 '맛있다'라는 뜻인 우마이에서 온 말-라는 감칠맛을 더해준다고 알려져 있고 이런 사실이 적어도 그럴듯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온라인에 단서가 많기도 했다. 우마미는 이제 짜고 달고 쓰고 신 맛과 더불어 제5의 맛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다른 맛과 마찬가지로 혀에 우마미만을 탐지하는 수용기가 있다. 별 맛이 없는 셀러리도 냄비요리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으며, 이것은 탄수화물로 세포벽이 단단해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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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용되는 여러 향신료와 마찬가지로, 양파는(그리고 마늘도) 요리한 후에도 남아 있는 강력한 항균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미생물학자들은 양파, 마늘, 향신료가 고기에 있는 위험한 세균이 성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고기가 훨씬 쉽게 부패되는 적도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이런 식물이 요리에 훨씬 자주 들어가는 이유를 알려주는 힌트인지도 모른다. 냉장시설이 등장하기 전에 음식, 특히 고기가 세균에 오염되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인도 요리를 보면, 고기 요리보다 채소 요리 레시피에 향신료가 적게 들어간다.) 순전히 시행착오를 거친 덕에, 우리 조상들은 인체에 해롭지 않게 보호해주는 특정 식물의 화학성분을 발견했다. 양파는 아주 강력한 항균성 식용식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그런 식물의 '맛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분자들의 맛을 후천적을 학습한 효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