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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시 / 황학주

담음 2015. 1. 9. 14:55

얼어붙은 시

/ 황학주

한 사람의 젖어가는 눈동자를
한 사람이 어떻게 떠올리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를 잊지 말자
파탄이 몸을 준다면 받을 수 있겠니

숨 가쁘게 사랑한 적은 있으나
사랑의 시는 써본 적 없고
사랑에 쫓겨 진눈깨비를 열고
얼음 결정 속으로 뛰어내린 적 없으니
날마다 알뿌리처럼 둥글게 부푸는 사랑을 위해
지옥에 끌려간 적은 더욱 없지

예쁘기만 한 청첩이여
목이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좀 아프면 어때
아픔은 피투성이 우리가 두려울 텐데

순간마다 색스러워질 수 있는 것
그 모든 색 너머 투명한 얼음이 색색으로 빛나는,
색이 묻어나지 않는 색의
기쁨인 그것들

우리는 대못 자국 같은 눈빛이
맑디맑게 갠 다음 무엇을 보는지
여간해선 짐작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