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29 Open Mic
일기 2011. 6. 30. 12:58
내가 오픈마이크에서 뭔갈 하는 건 싫지만, 뭐 어쨌든 좋은 행사다. 아무리 그 곳이 맘에 안 들어도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 이렇든 저렇든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다. Rob이 기타를 연주했다. 인간적으로는 맘에 안 들지만 잘 하는 건 인정해야겠다. 자작곡인듯 한 데, 가사가 괜찮았다 (as always, I didn't listen to all of 'em... still). 뭐 그래도 인정 해야겠다. '뉴욕'에서 공연도 하시고 글도 쓰시고 기타도 쫌 치시고 하시는 분이니. 그래. 쳇. 흥. 성격? chemistry?를 떠나서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Sudan에서 여기까지. How the hell?
인간에 대한 이해가 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던게, 저 사람은 정말 왜 저럴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일본 아줌마/할머니를 보면서 참 기이한 사람이라고, 어떻게 50대, 영어도 못 해, 기타를 잘 치는 것도 아냐, 왜소한 몸에, 당신에겐 어떤 삶이 있었던 걸까? 왜 당신은 여기 있는 걸까? 정말 어떻게?
김연수는 여기서 소설이 출발한다고 했지. 나도 출발하면 얼마나 좋을꼬 (ㅋㅋ) 이해한다면 나도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인간 군상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말을 지하철에서 약간 이해한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왜 저 사람은 저런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 (진짜 진지하게). 정말 이해까지 할 순 없겠지만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지금은 사람을 대충 보면 stereotype화 해서 입력시키는 정도에서 그치는데, 그걸 넘어서는 사람이 나오면 당황한다. 내 분류체계에 맞지 않는 사람. 또한 사실 카테고리에 입력시킨 후에는 (사실 카테고리가 몇 개 없다. 맘에 드는 사람, so-so, 맘에 안 드는 사람.) 예를 들면 롭은 맘에 안 드는 카테고리에 속하고 샤넬이나 대닐은 so-so. 뭐 소수의 내 친구들은 맘에 드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분류한 다음에는 크게 나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jerry같은 사람을 만나면 엄청 당황스러운거다. 뭐지 이 인간은? (ㅋㅋ)
흑인 아줌마/Jonesy를 보면서 comedy와 profanity의 경계. 흠. 저급하면 웃길 확률이 크긴 하지만 그저 offending할 수도 있다. 실제로 Jonesy에게는 Dude, you're hilarious but you're in a wrong place for that joke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것도 위로라고. 사실 뭐 엄청 clever한 comedy는 아니었지만. 흠. 한 명은 모두들 안 쓰는 척 하는 profanity를 건드림으로써 사람들을 엮는 것 같다고도 이야기 했는데. 뭐 맞는 말도 약간 있긴 한데... 사실 어느 정도까지가 웃긴거고 어디서부터 그냥 저질이 되는 건가. Oh what, now the joke's offensive? 사실 관객의 한 명을 표적으로 삼고 웃기기 시작하면 그 때부턴 좀 불편해진다. 저 사람이 저걸 얼마나 웃어 넘길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크리스티와 내가 항상 싸우는 지점이 어디까지 희화화하는 것이 용납되는가? 하는 질문인데. 음. 아 그리고 마지막 흑인 남자는 그저 offensive했을 뿐. 그리고 집에 가면서 그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가는 걸 보고 내가 그들을 몰랐다면 정말 짜증난다고만 생각했을 텐데. 음.
그러니까 사람은 대단하다고? not that. 내가 얼마나 stereotype에 갇혀있는지 깨달으면 정말 깜짝 놀란다. 사실 Jonesy같은 사람을 실제로 만났다면 뭐야 쟤 무서웡 하고 피했을텐데. 내가 약자라는 자의식 또한 나를 견제하는 것 같다.
insight을 나누겠다는 사람을 보면 어이없ㅋ엉ㅋ했지만 뭐 그렇게 배배 꼬여서 볼 것만도 아니다. 쩝.
Jerry를 보면 항상 마음이 오그라든다! 그런데 나쁜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너무 순수해서. 매번 그의 모놀로그나 뭐 갖가지 bits를 보면서 감탄한다. 그리고 이 인간도 내 머리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꼭 그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을 정도이다. 그의 파란 눈을 보면 말문이 턱 막힌다. 그 눈이 내가 얼마나 속물인지, 썩었는지, 진정성이 모자란지 깨닫게 해준다. 절대 날카로운 방법이 아닌 정말 고맙습니다! 하는 눈빛?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진심으로 믿음을 가진 눈빛이라서 더 그렇다. 내가 해 준 짧은 조언에 정말 고맙다는 그에게 나는 하하하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 조언을 할 때도 나는 진심이었지만 부끄러워서 casual하게 말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만큼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걸 부끄러워/어려워 하는 나다. 또한 주위에서 그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아서 몹시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아무도 appreciate해주지 않고, 사실 시나리오 하나를 써 낼만큼 dexterity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혼(당)하고, 그러면서도 항상 자신의 열정을 놓지 않은, (물론 그는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 사람인데. mopping이나 시키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는 게 할 수 있는 다이고, 조직에다 얘기를 하고 싶은 심정인데. 여기서 나의 소시민적인 면을 마주하면서 더 부끄러워진다.
또 생각한 건, 여기서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에 팔 걷고 얘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디서도 얘기할 수 없을 거라는 거다. 이걸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매우 겁이 나는데, 그건 이걸 인정함으로써 내가 엄청나게 못난 놈이 되기 때문이긴 하다. 정말 잃을 것이 없는 지금도 옳지 않다는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데, (이것이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지금은 못 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정말 잃을 것이 생긴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대답해라 최지수.
또한 제리가 쓴 모놀로그를 보면서 생각한 것. 한 단락을 써도 world가 그 안에 존재하는 것. 약간의 익살은 필수. 완결된 구조라는게 느껴졌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한 단락을 써도 세상을 담고 싶다. Moral을 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한다. 뻔한 교훈을 담는게 아니고 음. 뭐를 표현해야 하는 걸까?
아. 그리고 좋은 사진 한 장을 찍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열 장을 찍어내는 게 어려운 거다. 는 말처럼. 좋은 음악 10. 좋은 영상 10. 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영화는 좀 예외인 듯 싶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