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22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달콤한 나의 도시>. 정말 어쩌다보니 세 권이나 읽었는데도 좋지가 않았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은 차치하고라도 정이현의 서사가 거북한 것은 여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용하고 '연기'하는 인물들 때문이다. 두 해설자(이광호, 박혜경)가 공통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작중 인물들이 체제순응적이지만 체제 내에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고 한다는 것.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욕망을 실현하는 인물은 식상하다 (심하게는 역겹기까지 하다). 그저 순응적인 인물보다는 낫다고야 하지만 이래서야 '영악하지만 말 잘 듣는' 인물밖에 더 되나? 

정이현 소설의 강점은 "세속적인 욕망을 어떠한 낭만적 과장이나 미화 없이 지극히 현미경적인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서술방식에 있다" (해설자  박혜경) 하지만 이건 관음증적인 자기혐오 또는 정당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면 비약일까? 차라리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뻔뻔하게 요구하던지, 정이현의 인물은 주말 드라마에 등장하는 '똑똑하고 자기 몫 잘 챙기는'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낭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세상에 낭만은, 체제 밖으로의 탈출은 없다"고 얘기하는 작가의 냉소에, 쿨한 관찰에 화가 나는/짜증 나는 것 뿐인지도 모름. 벗어나고 싶은 구질구질한 세상, 천박하다고 경멸하는 관습과 그에 순응하(면서 챙길건 챙기는)는 인물을 보여주는 소설이 좋을 리 없다. 정이현에게는 낭만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의 소설들이 20, 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아름다운 것에 대해 아름답게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아름답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아름답지 않게 말하는 군.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