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 Hole (2010)




신앙보다 따스한 과학


베카와 하위 두 사람은 4살 짜리 아들을 잃었다. 둘 중 누구도 덜 아프지 않지만 사람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아프고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때론 서로를 파괴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더라도.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모두가 다르니까.


어떤 아픔은 나눌 수도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다. 그룹 테라피에 나가 자신의 경험을 주절대는 게 과연 정말로 근본적인 치유를 부를 수 있을까? 아픔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에게 쉽사리 무작정 괜찮아질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어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함께하는 것이다. 


베카는 '하느님께서 천사가 필요하셔서 당신의 아이를 데려갔나봐요' 라는 말에 '그럼 왜 그 전능하신 하느님은 그냥 천사를 하나 만들지 않으셨나요'라고 대답한다. 그녀에겐 이 세계에는 수많은 평행우주가 있고 지금 이 우주의 나는 슬프지만 어떤 우주의 나는 행복하고, 어떤 우주의 나는 팬케익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 훨씬 더 따스한 위안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신앙보다 과학이 위로가 되는 법이니까. 


어떤 사건은 당신과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다시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고 오지 않는게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견딜만해질 것이고 다시 당신을 괴롭게 하더라도 어찌됐던 당신은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은 괜찮아지지 않더라도, 수많은 다른 '당신들'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참 따스했다. 


주인공의 연기도 좋고 음악도 뛰어나지만 그 무엇보다 평행우주이론이 주는 위안이라니 너무 귀엽다. 밀양의 전도연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더라면 그가 좀 덜 괴로웠을까?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