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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일의 춘천일기를 읽고 갑자기 어딘가 가고 싶어졌다. 아무도 모르는 도시의 촌스러운 모텔에서 일어나고 싶다. 아마 실내는 어두침침하고 꿉꿉할테고, 누가 봐도 모텔용인 꼬질꼬질한 가구에 비해 최신식인 대형 벽걸이 TV를 보며 새하얀 시트--깨끗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긴 머리카락 한올이 베개 밑에 남아있을테다--에 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노래도 듣지 않고 아무 글도 읽지 않고 아무 소통도 하지 않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