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314 부산 출장
서울대 2만명이 모두 운동권이었어. 서울대, 연고대 애들이 데모를 참 잘 했지. 우리 땐 혁명이 노후준비였는데... 노후준비가 어딨어, 혁명이 노후대비였지. 요즘 사람들은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런 위기의식이, 있는 거죠.
광주 전까지만 해도 운동권들의 이데올로기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였어요. 하지만 광주를 겪고 사회주의로 바뀐 거지.
요즘의 노동운동은 질 것 같으면 싸움을 하지 않아. 쎄 빠지게 투쟁할 필요가 뭐 있냐는 거지. 그러니까 노동자 교육도 원전 읽기, 이데올로기부터 강습해야 하는데 요즘은 노동법 같은, '이기기 위한 교육'을 하는 거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것이 참 맞는 말이에요. 우리는 자본주의형 인간형이잖아요. 사회주의형 인간형을 길러내야 해요.
역사를 믿으니까. 노예제가 무너지는 데 500년이, 봉건주의가 무너지는 데 800년이 걸렸어요. 자본주의는 당연히 더 오래 걸리겠죠. 내 생전에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올 거야.
돈에서는 자유의 냄새가 나잖아.
나는 인생을 헛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신부전증, 간과 신장 이식, 끊임없는 좌절과 실패, 이기적인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감, 하지만 그에 불구하고 계속 그를 현장에 붙잡아 놓는 것. 빚 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먼저 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역사에 대한 믿음. 아들의 이름은 '승혁'.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꿋꿋이 살아오신, 수많은 절망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원점으로, 언제나 원칙을, 언제나 원전을 기억하는 저 끈질김. 참 바보 같아 존경스럽다.
"사람에겐 생명이 두가지 있잖아요. 자연적 생명과 사회적 생명. 자연적 생명이 다하더라도 사회적 생명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