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23 기린과 드롭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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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박스에 생각보다 사진이 많아서 놀랐다. 일부러 과거의 사진을 찾아본다든가 하는 일은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으음. 이것은 이번 겨울 사진입니다.
좋은 사진이구나. 으음.
나는 연인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볼 때 내 얼굴에 먼저 시선을 돌리는 유형의 인간이다. 드롭박스 사진을 보면서는, 나의 행복하고 구김살 없는 얼굴을 보면서. 내가 다른 사람과도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으음. 중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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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던 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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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안 좋을 땐 기린을 검색해보곤 한다. 예를 들어 오늘 같은 날은 구글에 'giraffes'를 치고 멍하니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구글에 'can you ride a giraffe'를 검색해보고 이것이 나만의 페티쉬가 아님을 확인한다. 참고로 can you ride a 까지 쳤을 때 자동완성 1위는 zebra. 얼룩'말'이라서 사람들이 궁금해한 건가? 그보다 대체 왜 얼룩말 따위를 타고 싶은 걸까.
여튼 고화질 기린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이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동물에게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구석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현듯 내가 이 동물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시작했다.
"기린의 다리는 1.8미터로 웬만한 성인보다 크다. 다리가 기니 최고 시속 56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다. 기린은 혀조차 길다. 53센티미터에 달하는 이 혓바닥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훑어낼 때 아주 적합하다."
구글에 giraffe tongue을 검색했다. 기린에게 사랑하지 못할 구석이 없다는 말을 취소하기로 했다. 저 검은색 혓바닥은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구나. 그 혓바닥으로 나를 핥지만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