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10 요리 일기?
오랜만에 요리를 많이 했다!
몇달 동안 밥 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밥을 거의 안 해먹었는데 이번 주에는 밥도 해서 자취인의 필수 냉동밥도 만들어놓고(아. 여태 전자렌지가 없었지;)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먹으니까 맛이 있기도 하고 ㅠㅠ
이번 주말의 테마가 요리라면 BGM은 팻 오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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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음주 계획을 세워놓고 야심차게 장을 보러 감. 팔락 파니르 + 난 + 야채 그라탕 + 가지 라자냐를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가지 라자냐는 병아리콩을 4시간이나 불려야 해서 탈락; 야채 그라탕은 예전엔 맛있게 됐었는데 이번엔 좀 건조하게 돼서 망하고. (역시 두번째 하면 맛이 없다;) 팔락 파니르는 대충 맛있게 만드는 법은 알아냈으나 일단 파니르를 만들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냥 '팔락' 커리가 되었다. 난은 실패할 줄 알고 만들었긴 하지만 역시나 장렬하게 실패. 두껍게 밀어서 그런지 속이 덜 익었고 일단 반죽할 때 드라이 이스트를 따뜻한 물에 불리지 않고 그냥(!) 넣는 만행을 저질러서... 다시 이스트 불려서 넣고 밀가루 추가하고 하느라 비율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아마 밀가루가 너무 많았을 듯.
여튼 와인을 세병 사면 50% 할인해준다고 해서 무려 한병에 만원 꼴로 건져온 와인을 거의 모두(!) 소비하고 둘 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여섯시에 깼는데 보일러는 아주 이빠이 틀어가지고 바닥은 뜨끈뜨끈한데 둘 다 침대는 놔두고 나는 바닥에 친구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_- 굴러다니는 AA건전지를 보고 이게 왜 여기 있을까 고민했지만 둘 다 기억을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소파 뒤에 시계가... 생각해보니 시계가 시끄럽다고 건전지를 빼서 던졌던 기억이... 아하하하하하하
이것이 행사 때 건진 와인. 지금은 가운데 것만 반병 냉장고에...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무려 3주 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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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라는 것도 계획을 잘 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잘 대접할 수 있는데, 나는 대충 다른 재료를 넣어서 그럴싸한 맛을 내거나(실패하는 일도 많지만) 하는 재주는 있지만 미리 레시피를 적어가서 필요한 만큼 재료를 사온다든가 오늘의 메뉴를 일목요연하게 생각해서 서로 어울릴 조합의 상을 차려내는 일에는 젬병이다. 결국 금요일에도 전혀 조화롭지 않은 인도식 커리와 채식주의 그라탕과 냉동실에 있던 함박 스테이크; 와중에 그라탕은 하도 안 익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음...
이건 며칠 전에 만들어 먹은 사진이지만. 이때는 시판 짜파티를 프라이팬에 구워먹었음. 난을 만드는 수고를 하느니 이 편이 훨씬 간편하고 맛도 나쁘지 않다. (금요일에 만든 난은 반죽이 남아 있는데 어찌 미스테리하게 그렇게 술에 취한 와중에도 소중한 난 반죽을 비닐에 싸서 냉동고에 얼렸더라;) 팔락 파니르 만들기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시금치만 있다면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음.
레시피는 http://blog.naver.com/lesclaypool?Redirect=Log&logNo=100187847931&from=postView
여기서 보고 했는데, 이 블로그 주인은 레시피를 정확하게 계량해서 알려주고, 요리에 딸린 이런저런 지식을 써줘서 좋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올려줘서 더욱 좋고!
파니르가 없어도 팔락 파니르는 먹을 만하다. 위 레시피에서 복잡한 향신료를 빼고 나는 그냥 시판 카레 가루(중에서 골든 어쩌고가 맛이 있는 편이다)를 넣었다. 강황가루를 사고 싶었으나 500g에 만원이 넘길래... 계량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감으로 만드는 편이라서 대충 양파를 다져서 볶으며 카레 가루를 넣은 다음 데친 시금치 + 양파 + 생강편 + 마늘 한 톨 정도를 믹서에 갈아서 넣으면 된다. 토마토를 넣으라고 되어 있는데 토마토 대신 그냥 파스타 소스를 넣어도 먹을 만하고, 어제는 진짜 토마토(보다 '쿠마토'라는 흑토마토가 더 싸길래 사봤는데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를 무려 데쳐서 껍질을 까서 넣어봤지만 그냥 생략해도 괜찮을 것 같음. 오히려 토마토를 아예 많이 넣지 않으면 커리가 너무 새파란 초록색이 되기 때문에 적당히 토마토 소스를 섞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 생크림을 추가해야 하는데 넣으면 좀더 부드러운 맛이 나는 거지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두번 다 넣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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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제 해본 채소 구이(?)인데 거창한 건 아니고 각종 야채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올리브유와 허브에 버무려서 오븐에 구우면 된다. 요리책에 사진이 너무 예쁘길래 해봤다. 먹어본 결과 특별한 맛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올리브유와 허브빨인데 허브를 있는 대로 다 뿌렸더니 내가 싫어하는 맛이 있어서...
원래 안 좋아하는 야채를 굽는다고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당근은 굽지 않기로... 당근 시졍ㅋ 그냥 원래 좋아하는 야채를 굽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나는 파프리카 토마토 고구마가 맛있었다. 아, 원래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야채용 수세미(가 도대체 뭐지?)로 박박 씻은 다음 구우라는데, 양파나 마늘을 그렇게 먹으면 맛이 괜찮을 것 같다. 다음에는 가지나 애호박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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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요리책을 샀는데 책은 너무 맘에 드는데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요리책 쓴 사람은 텃밭에서 오크라를 키우고 뭐 그런 사람이라서... 여튼 메뉴는 대체적으로 이색적이고 좋다. 해서 병아리콩을 사봤는데 성공한다면 꽤 괜찮은 식재료 발굴! 프렌즈에서 피비의 hummus i got hummus 대사 이후로 허머스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만들 수 있으려나; 그냥 한번 사먹어볼걸;
나는 야채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싫어하는 야채도 많고(ex 당근, 셀러리 등) 고기도 너무 좋기 때문에! 채식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혼자 사는 입장에서는 냉동실에 얼려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은데 그래서 고기가 짱짱맨.
오늘은 아침으로는 양배추 토스트를 해봤는데 집에 계란이 하나밖에 없어서 실패했고 점심으론 된장찌개를 했다. 내가 하는 된장찌개는 진짜 맛있지만 이건 된장 빨이라서 자랑할 것은 못된다. (할머니 된장 + 시판 된장의 조합이다.) 원래 저녁까지 나눠 먹을 계획이었는데 우째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어서 치킨을 시켜먹었다... 건강한 식생활 FAIL. 인터넷을 서핑하다보면 치킨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치킨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일이 생긴다. -_- 사실 치킨은 먹고 나면 기분이 별로 안 좋기 때문에(이렇게 기름진 고기만 먹는 게 개운하지가 않음) 이런 충동이 있을 때 자제할 수 있으면 차암 좋겠다. 그리고 배달 음식 받는 거 무서움. 흑. 오늘은 배달 온 청년이 너무 뽀샤시한 청년이라서 집에서 추레하게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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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리 일기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CHEF JOHN!
이걸 같이 보면서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던 날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지금 봐도 셰프 존은 진리다. 한번만 봐도 잊을 수 없는 이 말투 & 유머! 맞다 이것도 저번 주에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달게 돼서 토할 뻔 했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료라는 생크림이 없었다. 여튼 이걸 만들면서 똑같이 요리 레시피를 찾아봐도 '동영상' 레시피를 찾아보는 사람과 '요리책'을 찾아보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쨌든 일부러 지난번에 소개팅 한 얘기를 해줬더니 아주 떼굴떼굴 구르더라. 아주 백만년은 또 놀려드시겠죠. 그러더니 잠깐 정색하긴 했지만. 으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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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요리 일기가 되어버렸다! 우왕! 오늘 저녁에는 친구의 추천으로 마스터셰프코리아를 보기 시작했는데 강레오와 최강록에 빠져버렸다. -_ㅜ 이번 주말의 테마는 요리인가!
곧 친구들을 초대해서 영화제(?)를 열 계획인데 그때는 좀더 제대로 계획을 짜서 맛있는 요리를 해야지. 애들이 다 입이 짧아서 많이는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