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11 올 이즈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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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이즈 로스트를 봤다. (제목은 번역을 했어도 좋았을 텐데. 번역하기가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냥 둔다고 의미가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올 이즈 로스트'가 쓰이는 문맥이 한국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하진 않을 듯.)
마진콜의 J.C. Chandor를 기대하고 간 거였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고, 레드포드의 연기는 좋았는데 의외로 편집이 거칠고 비유가 직설적이어서 놀랐다. 그래비티를 본 이후여서 그랬는지 주인공 괴롭히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래비티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그나저나 그래비티에 대해서 누가 '악평' 좀 해줬으면 좋겠다. 으)
보면서 그래비티, 파이 이야기,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마진콜만큼 기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시나리오의 한계일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대사가 세마디밖에 없는 영화라곤 해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설정이기 때문에 더 잘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감독 인터뷰 중에 상어와 물고기가 나오는 씬을 직접 촬영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대목의 비유가 너무 직설적이고 거칠어서 그걸 그렇게 공들여 찍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정도면 그냥 cg 쓰지... 별 효과도 없더만... 미안.-_-;
그래도 다음 영화가 나오면 보러갈 것 같다.
여담으로 감독이 미국 배우 중에 계속 이름이 생각 안 나는 누구;를 닮았고 나는 바다에 조난 당하면 바로 죽겠구나 싶었다. 노빈손 시리즈에서 본 바닷물로 식수 만들기 기법이 나와서 매우 반가웠다(푸핫!). 마지막에 구명보트가 불탈 때는 정말 어지간히 괴롭힌다 싶었다(내 생각에 거기서 주인공이 죽었어야 한다ㅋ). 아. 그리고 구명보트가 정말 탐났다! 요즘 구명보트는 그냥 고무보트 수준이 아니고 이것저것 달린 아주 훌륭한 서바이벌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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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인 결말은 냉소하기 쉽고 비관적인 결말은 쉽게 세련되어 보인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종종 픽션에서 낙관적인 결말을 비웃는데, 비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결말을 내기란 쉽지 않다. 김사과의 <천국에서>도 결론이 유치하다고 느꼈지만 아마 작가도 지속된 비극적 결말에 진저리가 난 게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