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26 ECM, 라이언 맥긴리




ECM 1545 <The Sea>

Ketil Bjørnstad

David Darling

Terje rypdal

Jon Christensen


Film Peter Neusser

Editing Studio 152


ECM전시는 정말 최근 몇년간 본 전시 중에 가장 좋았다. 전시는 지하 4층에서 시작돼서 지하 1층에서 끝난다. 지하 4층의 The Sea를 잊을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어두운 방에 음악과 침묵이.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상 전시가 아주 멋졌다. 다섯겹 정도의 반투명한 흰 천에 투과된 비디오가 The Sea IV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프로젝터의 발광구(?)를 태양처럼 표현한 부분이 기발했다. 앉아서 한참을 넋을 놓았다. C와 같이 봤다면 참 좋았을 텐데 싶었다. 


나머지 전시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헤드폰 경쟁이 심해 여유롭게 즐기긴 어려웠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전반적으로 혼자 보는 전시라서(헤드폰을 같이 낄 순 없지 않은가?) 맥긴리 전시보다는 훨씬 다니기가 좋았다. 횔덜린의 시를 읽어주는 음반도 인상 깊어서 독일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The Sea는 음반이 무려 품절이라서 바로 알라딘에 주문했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으헷. 


반면에 라이언 맥긴리 전시는 더 일찍 갔는데도 '젊은이들'만 바글바글거렸다. 홍대식으로 멋을 부린 나홀로 관람객과(잠시 내가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게 자랑인가?) 손을 잡고 온 20대 커플들로 바글거렸다. 로비에 소박하게 마련된 기프트샵 역시 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들이 대부분이어서 전시 자체는 별로 볼거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큰 사진으로 봤을 때 임팩트가 더 있는 작품들도 아니고. 관람료가 저렴하길 망정이지. 


라이언 맥긴리의 '청춘'들은 환상적이거나 고난에 처해 있었다. 높은 채도의 광활한 하늘 아래 '한때'를 즐기거나 절벽에서 떨어져 구르고 다쳐 나체에 상처를 입은 젊음들이었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짜증이 났는데(나는 성격이 나쁘니까!), BFD! 라는 기분이었달까. 


전시장 입구의 소개글은 "찬란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청춘의 눈부신 순간을 포착한"이라는 말로 그의 사진들을 수식했다. 


전시장에 프린트된 문구들 중 (오글거려서) 기록해두고 싶었던 것.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을 다독이는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림미술관은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을 통해 힘겨운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청춘을 저당 잡힌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되돌아갈 수 없는 청춘을 그리는 성인들에게 잃어버린 젊음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Q&A도 별것없었다.


"'청춘'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라이언 맥긴리: '청춘'은 나에게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낙천과 자유를 의미한다. 열정이 냉소를 대체하는 것처럼, 나는 내가 촬영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부분을 발견한다. 마치, 이것이 그들의 일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를 예술가-화가이고, 작가이고, 음악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한편으로는 개방적인 반면, 또다른 한편으로는 상처받기 쉬운 면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나의 창조적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감정의 접근점이 된다."


그래도 너무 미워하진 않기로. 그의 몇몇 사진들은 아주 '꿈결 같으니까'. Animal 시리즈는 재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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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쓰면서 '가장' '너무' '좋다' '정말' 등의 말을 빼려니 '정말' 힘들었다. -_- 내게 세상은 좋거나 싫거나. 흑백 빠와. 으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