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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이 너무 심한 하루였다. 월요병인지 그냥 병인지. 저번주 내내 무리해서 술을 마신 탓인지 몸이 너무 무거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요즘은 몸에 커피가 안 받아서 안 마시려고 미숫가루도 마셔보고 뜨거운 물도 마셔봤지만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커피를 한잔 벌컥벌컥 마시고 초콜렛도 하나 먹었는데도 오후 네시까지 해롱해롱.
저번주부터 커피가 안 받아서 걱정이다. 보통 몸이 안 좋을 때 커피가 안 당기는데... 저번주부터 계속 몸이 무겁고; 그런데 저번주에 술을 사흘이나 마시고 제대로 쉬지는 않아서 그런가. 저녁에 Y언니와 약속이 있어서 바꾸려고 하다가, 언니도 바쁜데 내가 너무 자주 약속을 바꾸기도 했고... 그래서 반성했다.
여튼 점심도 거르고 오후가 됐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겠길래 휴가를 냈다. 에잉. 내일은 푹 쉬어야 하는데 또 쉰다고 생각하니 영화도 보고 싶고 올해 안에 치과에서 스케일링도 받아야겠고 뭐 그렇다.
감기에 안 걸려서 걱정이다. 좋긴 한데 거의 2년째 감기에 안 걸린 거 같아서 걸릴 때가 된 것 같고 한번 독감에 걸리면 죽도록 아프지 않을까 걱정 _-_ 내 튼튼한 면역 시스템이여 버텨라! 이런 건강 걱정을 하다가 일년 내내 결심만 하고 한번도 못 간 요가 시간표를 찾아봤다. 이번엔 기필코 쿠폰으로 끊어서 돈 낭비는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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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오늘은 몸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마음도 우울우울열매를 먹었다. 하루종일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는데 뭘 들어도 뭘 읽어도 눈물이 났다. 기획안을 짜느라 별로 재미없는 사람의 밍숭한 글을 여러개 읽어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조금만 좋은 문장을 봐도 눈물이 났다. 전체적으로는 아무리 특별할 것 없는 글이라도 어떤 문장들에는 진심이나 진정성 같은 그 무엇이 담겨 있었는데, 그냥 눈물이 났다.
그냥 하루종일 뭘 읽어도 뭘 들어도 눈물이 났다. 사무실에서 혼자 미친애 같았겠군; 뉴스를 봐도 세상이 거지 같아서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엉엉. 게다가 그 사람 글 중에 대선 이후에 쓴 글이 있었는데 또 그걸 보면서 왜 이렇게 거지 같은가 토요일에 본 전경들 생각하면서 또 화나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집에 오는 길에는 아주 작정하고 울어버리려고 팟캐스트로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를 들으면서 또 찔끔.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우울보다는 억울한 느낌이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왜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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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Y언니를 만나 가겠다고 벼르던 제주돈사돈에 갔는데 맛이 별로였다. 사람은 엄청 많아서 거의 20분 이상 기다렸는데 정말 일반적인 고깃집보다 딱히 맛있다고 할 수 없었다. 시끄럽고 맛도 없고 고기냄새는 엄청 배고...
여튼 집에 언니와 와서 차를 마셨다. 나는 아직 주위 사람이 결혼하는 게 낯설다. D가 결혼했을 때도 무척이나 섭섭했다. 지금이야 꽤나 익숙해졌지만서도. Y언니는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놀랍거나 하진 않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특히 해외로 나가니) 뭔가 멀어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언니는 참 행복해 보인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복이지만, 몇년 지나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몇 안 되는 지인들이 결혼으로 자꾸 사라지면 정말 해가 갈수록 쓸쓸해지겠구나. 섭섭해잉. 그렇게 생각하니 변변한 결혼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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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결혼식에 갔다가 S선배 J선배와 우연찮게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게 됐다. 참 좋은 선배들이얌 'ㅅ' 여튼 벼르다가 못 본 블루 재스민을 봤는데, 영화보다도 이수 아트나인은 참 좋더구만. 영화를 보고는 반포 스마일포차에서 수제비대합탕?에 청하를 마셨는데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다음에 꼭 다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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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시크를 표방하는 모 쇼핑몰 사이트를 보다가. 어째서 우리는 모조품 같을까. 그대로 근사하지 못하고 근사한 저 건너편을 따라하는 사람들. '진짜'는 저쪽에만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