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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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집중적인 음주로 속을 아주 버렸다. 주말 내내 좀비처럼 지내면서 금주를 결심했건만 오늘 또 갑자기 재밌는 만남이 생기는 바람에 칭따오를 마셔버렸네! 하지만 여튼 속을 버려서 그런지 두세잔밖에 안 마셨는데도 속이 조금 안 좋았다. 왜 이렇게 절제를 모르고 술을 처마셨는지... 


여튼! 그 와중에 발견한 아주 맛있는 소주가 있으니 도자기 명가 광주요에서 만드는 '화요'! 19도 25도 41도로 다양한 도수로 선택이 가능하며 토닉워터와 레몬이 함께하면 정말 상큼하고 여름에 딱 어울리는 알콜이 되지 말입니다. 맛없는 맥주 마시다가 화요를 한입 맛보고 눈이 아주 말똥말똥해졌다 ㅜㅜㅜㅜㅜ 타코와사비와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신세계를 맛보았다. 요즘은 맥주가 딱히 입에 맞지 않는 대신 도수 높은 술이 매우 끌리는데 맛있다고 개념없이 마시다간 저번주 같은 사태를 맛보게 되므로 반드시 절제해야 합니다...


어김없이 여름은 돌아오고 쬐어내리는 자외선이나 웅성웅성한 여름밤의 사람들 말소리가 정말 술을 부른다. 술친구가 해외로 출타를 해버려서 나는 이 넘치는 열기를 이 여름 동안 어떻게 주체해야 할지 모르것다. 사고만 안 치도록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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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각자의 성정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화에 반응하는 모습이라던가(반응은 대개 두가지로 나뉜다. 냉소와 분노.)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불신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신뢰했을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과 불신했을 때 피할 수 없이 벌어질 틈새. "환상을 갖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황당함. 


이곳의 사람 사이의 알력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갑갑하다. 다들 '그래도'라는 생각을 하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서도 그게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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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엑스맨: days of the future past 와 Her를 봤는데 둘 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엑스맨은 전편들을 처음부터 보고 싶어졌고 Her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둘 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라서 즐거웠다.


그것보다도 일단 매그니토가 겁나게 멋있어서 반해버렸지 뭡니까. 아아 파스밴더여...


나는 '이상형'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불끈불끈하는, 에스트로젠이라곤 한방울도 없는 남성 캐릭터를 꼽는데(물론 이런 남성을 실제에서 만나고 싶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파스밴더가 분한 매그니토나 격투기 선수로서의 추성훈... 하여간 근육이 불뚝불뚝한 남성에 대한 어떤 선망이 있다. -.- 아 부끄러워? 물론 실제로 이런 사람이랑 사귀라면 무섭고 어려워서 곤란하겠지만, 영화 캐릭터로 나와버리면 반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만나본 남자들은 (그리고 주변의 남자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이 뭐랄까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꼭 그렇진 않나?) 아마 내가 속한 계층이나 문화적 섹터에서 여성성을 발휘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현대사회가 남성성의 어떠한 부분을 경외시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모르것다 잘 생각을 안 해봐서...


좀 이상한 얘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여튼 요즘 아이돌들을 보면 남성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오히려 뭔가 남성성의 특수한 부분(생존력?) 표본으로 떼어놓고 전시하는 모양새 같기도 한데(예: 짐승돌, 군대 예능, 정글) 음... 뭔가 말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여간 나는 파스밴더가 멋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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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잡소리는 그만하고 ㅋㅋㅋㅋ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