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26 그대로 두기 / 다이애나 애실 中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자서전을 읽으니 시대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어 앞으로 좀 다른 시대의 자서전을 챙겨볼까 한다. 이 책에는 더불어 작가 소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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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타 세레니Gitta Sereny의 <그 어둠 속으로 Into That Darkness>

- 번역본 없음 http://www.amazon.com/Into-That-Darkness-Examination-ebook/dp/B005C2SOUY/ref=ntt_at_ep_dpt_1  
- 요즘 계속 이 '악의 평범성' 얘기를 마주치게 된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656615 

  <그 어둠 속으로>의 보급판 1쇄 서문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이 몇 개월 동안 이어지고, 그때까지 알려진 적이 전혀 없었던 폴란드의 집단 학살 수용소를 탈출한 소수를 비롯해 생존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경험한 공포의 실상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나는 겉보기에 멀쩡한 인간들이 어쩌면 이런 짓을 벌일 수가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은 생각이 점점 더 간절해졌다." ... 그녀는 ...  "이와 같은 만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람의 성격을 적어도 한 명 이상 분석해야 한다. 선입견을 배제한 채 그의 성장 환경과 어린 시절, 성인이 된 이후의 동기와 반응을 평가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만행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사회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지타 세레니가 주기적으로 인간의 만행을 다루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만행에 치를 떤 사람이라면 이처럼 통렬한 깨달음 속으로 충분히 빠져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것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싸우려는 충동의 소산이고, 인간의 사악한 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 같은 싸움의 일부분이다. 사실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이 만행과의 전쟁에 많은 힘이 되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끔찍한 사건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공포와 경악은 흥분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어떤 식으로 타락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마저 거부한다면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 
 이후 기자로 변신한 그녀는 1967년에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나치 전범 재판을 비롯한 서독 관련 기사 담당자로 내정이 되어 프란츠 스탕글Franz Stangl의 재판에 참석했다. 스탕글은 폴란드에 건설된 네 군데 집단 학살 수용소 중 하나였던 트레블린카의 지휘관이었고, 그곳에서 90만명의 학살을 공동 주도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 그대로 두기, p. 65~ 


# V.S. 나이폴Naipaul p. 175

- 서인도제도West Indies 트리니다드 섬 출신 인도인계 작가. 영국 제국주의와 식민지민의 생활을 주제로 집필. 트리니다드 섬 안에서의 인종 간 반목 (흑인 대 인도인) 
- 노벨상 수상자라 그런지 역시 번역이 짱짱하게 되어있음 (-_ -)  http://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AuthorSearch=V.S.+%B3%AA%C0%CC%C6%FA@59885&BranchType=1 
- 본 책에 묘사된 식민지 출신 작가의 열등감과 우월감...에 의한 작가의 삶이... 이 챕터 재밌었음. 묘사가 하도 히스테릭하길래 사진을 찾아봤더니 아저씨 인심 좋게 생기셨는데... 여성 작가 비하 발언을 보나 애실의 <게릴라>에 대한 묘사를 보나 비호감"비디아스럽"긴 하다. 별로 안 보고 싶다! 미겔 스트리트 정도는 읽어줄 의향이 있음. 흥. ㅎㅎ 


# 몰리 킨 Molly Keane

- 역시 미번역. 대신 킨들 버젼  http://www.amazon.com/Good-Behaviour-ebook/dp/B005AVIWO0/ref=pd_rhf_ee_p_t_2 
- 다른 것보다 작품 설명이 흥미로웠다. <품행 방정Good Behavior>라는 블랙 코미디. 
- 몰리는 1905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다이애나 애실은 1917년생. 

 ... (그녀가 이전 소설들을) 필명으로 발표한 이유는 소설을 쓸 만큼 똑똑한 여자와 춤추고 싶어 할 남자가 없기 때문이었다(똑똑하다는 표현이 사람을 얼마나 움츠러들게 만드는지 온몸으로 실감하려면 '시골'에서 자라봐야 한다. "참 똑똑하시네요, 안 그래요?"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움찔한다.) ...
 <품행 방정>의 진정한 매력은 몰리가 난생처음 선보인 기발한 수법이다. 즉, 독자들을 공저자로 끌어들이는 작전이다. 이 책의 화자...는 쌀쌀맞고 우아하며 딸을 너무나 지겨워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덩치 좋고 둔할 딸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자기 자신조차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에 독자들이 알아서 해석을 해야 한다. ... 품행 방정의 제1법칙은 <......하는 척>이기 때문이다. 행실이 바른 사람은 무서워도 용감한 척해야 한다. 가난해도 돈이 있는 척해야 한다. 남편이 난봉꾼이더라도 아닌 척해야 한다. (생략 - 게이인 오빠의 남자친구가 부모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을 좋아하는 척하자 주인공이 자신을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내용) ... 이런 식의 흥미진진한 기법은 끝까지 계속되는데, 어떤 대는 30페이지가 지난 뒤에야 퍼뜩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몰리는 이 책을 가리켜 '블랙 코미디'라고 했고, 실제로 기발하게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녀는 한 집단 특유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는데, 그 부조리를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작가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방정한 품행의 이면에 무엇이 있고 그것이 어떻게 족쇄로 작용하는지 빤히 아는 슬픈 인생에서 비롯된다. / 그대로 두기, p. 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