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듀나의 '유시민 커피 논란을 예언한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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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의 유일한 장점이 한국 풍자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나도 그것을 믿었다. 정말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온갖 매체와 온갖 서브장르들이 튀어나왔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여기에 대해 점점 회의적이 된다. 아마 지난 몇 년은 풍자 예술이 부흥한 시기로 보다는 풍자 예술의 현실적 한계에 대해 알게 된 시기로 기억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아주 간단하고 해 없는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뒤로, 사람들은 그의 두 가지 버릇을 조롱했다. 급할 때마다 시장을 찾아다니며 뭔가를 꾸역꾸역 먹는 것과 입만 열면 ‘나는 전에 이걸 해 봤는데’라고 말을 하는 버릇. 모두 우스꽝스러웠으며, 인터넷에는 이를 놀려대는 게시물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그런데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을 보라. 그는 여전히 시장에서 군것질을 하고, 입만 열면 ‘나는 전에 이걸 해 봤는데’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조롱에 상처를 입거나 자성을 할 만한 감수성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지진을 풍자하는 것과 다를 게 뭔가. 결국 우리만 잠시 웃었을 뿐이다.] 지금은 이명박의 이런 버릇은 피곤하기만 할 뿐 더 이상 웃기지도 않다. 그렇다면 진 건 인터넷 풍자가들이다. 슬픈 것은 이게 짜증나지만 비교적 무해한 이 두 버릇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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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듀나의 '유시민 커피 논란을 예언한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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