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아라비의 거대한 저잣거리에서는 버려도 아깝지 않을 가방 하나와 돈 보따리 하나를 짊어지고 제대로 찾아가기만 하면 간혹 밀화인蜜化人이라 불리는 물건을 입수할 수 있었다. 다른 말로 '인간 미라 밀과'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름으로만 보면 꿀에 절인 중동지방의 일반 밀과처럼 디저트로 나오는 음식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밀과는 외용약으로 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내복약으로 투약했다.
조제에는 물론 조제자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뿐 아니라 특이하게도 내용물이 될 사람 자신의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아라비아에서는 70~80세 되는 노인들이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바치기도 한다. 이들은 다른 음식은 먹지 않고, 목욕하고 꿀만 섭취한다. 한 달이 지나면 꿀만 배설하게 되고(대소변이 완전히 꿀이다) 그 뒤 사망한다. 동료들은 그를 꿀로 가득 채운 석관에 재워놓고 봉인한 후, 겉에다 몇 년 몇 월에 봉인했는지를 표시한다. 100년이 지나면 봉인을 뗀다. 그러면 밀과가 만들어져 있는데, 사지가 부러지거나 상처가 났을 때 치료약으로 이용한다. 소량을 내복하면 즉시 증상이 가신다."
위 조제법은 중국의 뛰어난 박물학자 리스전이 1597년에 편찬한 <본초강목>에 나온다. 리스전은 밀화인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조심스레 단서를 붙였다. 이 단서로 인해 마음이 불편해지게 되는데, 그가 <본초강목>에서 의심을 품지 않은 구절들은 사실로 여기고 있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6세기 중국에서 사람의 비듬(뚱뚱한 사람 것이 가장 좋다), 사람의 무릎 때, 사람 귀지, 사람의 땀, 낡은 북의 가죽(태운 재를 음경에 바르면 오줌 막힌 데 좋다), 돼지 똥에서 짜낸 즙, 나귀 꼬리의 몸 쪽 부분에 붙은 때 등이 약으로 쓰였을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
<인체재활용/메리 로치, 256면>
인용한 부분이 약간 로맨틱하다고 느꼈다면 지나치게 악취미인가.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바치기도 한다"라니. 소설 소재로 좋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