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14 일의 슬픔과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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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하자마자 어제 나간 광고 컨펌 과정이 잘못돼 한바탕 난리가 났다.

완전히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도 말 한마디 덜했다가 일조했네. 

아침부터 폭풍을 겪으니 정신이 너덜너덜하다. 

출근하면 아침 10시까진 아무도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 

직장인 인권법 제정! 


폭탄할인하는 책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 몇달 전에 편집한 책을 찾아봤는데


알라딘에 이런 구매자 리뷰가 올라와 있었다.


"정말 좋은 책이다. 폭넓은 시각, 예리한 분석, 간결한 문장, 풍부한 정보로 (...) 핵심을 쉽게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다. (후략)"


뿌듯하다. "간결한 문장"이란 말을 듣다니. 

사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고생하면서 다듬은 보람이 있다.

그리고 어쨌든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다니 일한 보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몇주 전에 나온 책은 작가가 보도자료를 찾아 읽고 (빈말이겠지만) 핵심을 잘 이해해준 것 같아서 정말 고맙다. 라고 말해서 또 마음이 찡했다. 


이런 걸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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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같은 폭풍과 매일 저지르는 잔잔한 실수들을 제외하고는, 

올해는 낼 책도 없고, 큰 책 하나 끝난 이후로 드디어 여유가 생겼다.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게 고맙다. 

답**도 이젠 완전히 적응돼서, 폭풍이 휘몰아쳐도 그러려니 한다. (좋은 건가?)

어차피 이 팀에서 일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여. 

처음에 답**할 때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시기와 겹쳐서 정말 힘들었다.

매일 울고 팅팅 부은 얼굴로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파주에서 야근을 했지.

그때 찍은 셀카를 보면 거의 선풍기 아줌마 수준이다. 

같이 일하는 친구도 걱정했는데 잘 적응해 일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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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된 이후로 줄곧 더치커피와 캡슐커피로 연명하다가

이번 주부터는 여유(와 원두)가 생겨 아침에 핸드드립을 한다. 


이제는 겨울이고, 주말에는 원두를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