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해당되는 글 67건

  1. 2015.04.27 140427 이번 주만 무사히
  2. 2015.04.15 150415
  3. 2015.03.07 150307 여성영화 스페셜 + 잡담
  4. 2015.02.21 150221 요가 동영상
  5. 2015.01.16 140114 건강상담, 채식 1
  6. 2015.01.01 150101
  7. 2014.12.19 141219 요즘 이상하게 2
  8. 2014.11.14 141114 일의 슬픔과 기쁨
  9. 2014.08.19 140819 컬러링 북
  10. 2014.07.24 140723 일기 1

140427 이번 주만 무사히



*


얌전하게 야식을 먹고 자려고 했으나 니나 시몬에 이어서 메르세데스 소사가 나오니 맥주를 깔 수밖에!

이번 주만 무사히, 무사히 지나가거라. 기원하면서 잠드는 일요일 밤.


*


Casi casi nada me resulta pasajero
todo prende de mis sueños
y se acopla en mi espalda
y así subo muy tranquilo la colina
de la vida.

Nunca me creo en la cima o en la gloria,
eso es un gran fantasma
creado por generaciones pasadas,
atascado en el camino de la vida.

La realidad duerme sola en un entierro
y camina triste por el sueño del más bueno.
La realidad baila sola en la mentira
y en un bolsillo tiene amor y alegrías,
un dios de fantasías,
la guerra y la poesía.

Tengo de todo para ver y creer,
para obviar o no creer
y muchas veces me encuentro solitario
llorando en el umbral de la vida.

Busco hacer pie en un mundo al revés
busco algún buen amigo
para que no me atrape algún día,
temiendo hallarla muerta
a la vida.

La realidad duerme sola en un entierro
y camina triste por el sueño del más bueno.
La realidad baila sola en la mentira
y en un bolsillo tiene amor y alegrías,
un dios de fantasías,
la guerra y la poesía.


150415

#Now Playing




*


일기를 에버노트로 쓰기 시작한 이후로 블로그를 잘 안 하게 됐다. 근데 에버노트에는 동영상 임베딩이 안 되는 것이 큰 단점; 어제부터 쳇 베이커를 줄창 듣고 있다. 


*


2월부터 쭉 바빠서, 4월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일만 한다... 요가는 여전히 꾸준하게 하고 있지만 약간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정체기라서 슬프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몸 상태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걸 가시적으로 확인하면 기분이나마 나아지려나! 요 몇주는 예정에 없던 야근이 많았고 마감 끝나고 사람 만나고 노느라 주3회도 간신히 갔으니 조금 퇴화한 것은 어쩔 수 없는가. ㅠ


그나저나 지난 주말에 요가복 공동구매 때문에 기분 상한 게 아직도 풀리지를 않는다. 어떻게 해결은 됐지만... 

진짜 내 탓 아닌데 -_- 상대방은 나를 욕하고 있겠지. ㅇ아아아아아ㅏ

이런 것에도 의연해질 수 있어야지... 그래. 쪼잔해지지 맙시다...

이런 일 때문에 스튜디오에 애정이 떨어지다니 ㅠ 내가 당신네 스튜디오를 얼마나 좋아하고 칭찬하고 다녔는데.


*


됐다... 할 말도 없네.

5월에는 오호리 공원에 가야지.


쳇 베이커나 들읍시다.




150307 여성영화 스페셜 + 잡담

*


2주 전에 쓰다 만 포스팅, 정리해서 올리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업로드.

저녁을 안 먹고 운동을 갔다가,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이 시간에 배가 고파서 깼다.

이제 배는 채웠으나 어떻게 다시 잠들 것인가...ㅠ


*

150221


트위터는 일주일 넘게 페미니즘으로 시끌시끌하다. 속 시끄러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What if I forgave myself? I thought. What if I forgave myself even though I'd done something I shouldn't have? What if I was a liar and a cheat and there was no excuse for what I'd done other than because it was what I wanted and needed to do? What if I was sorry, but if I could go back in time I wouldn't do anything differently than I had done? What if I'd actually wanted to fuck every one of those men? What if heroin taught me something? What if yes was the right answer instead of no? What if what made me do all those things everyone thought I shouldn't have done was what also had got me here? What if I was never redeemed? What if I already was?"


사과하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도희야]와도 연결되고



Pretty blonde인 줄만 알았던 위더스푼은 이렇게나 훌륭한 사람이었다.


“I’ve sat through millions of development meetings where people are like: ‘We don’t want Reese to say profanity. We don’t want her to have sex. We don’t want her to take drugs,’ ” Ms. Witherspoon said. “I didn’t really feel the constraints of it until about three years ago, where I realized, ‘I’m not this.’ I’m a complex person that has so many different aspects in my personality. But somehow, I have this reductive experience where I’m put into this tiny little box.”

And what box would that be?

“Likable,” Ms. Witherspoon said with a hint of disdain. “Can we scrub the likable box? And what is likable? To me, likable is human, and real, and honest. To me, I find the character in ‘Wild’ much more likable than a lot of characters I’ve played in comedy. She’s telling the truth. She’s not ashamed of the sexual experiences she’s had. She’s not ashamed of her drug use.”

뉴욕타임스 인터뷰


위더스푼은 스스로 제작사 Pacific Standard를 차려서 [Gone Girl]을 제작하기도 했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나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프란시스 하]도 생각난다.


[프란시스 하]와 버지니아 울프의 이 문장들을 연결시킬 수도 있겠다.


"All these relationships between women, I thought, rapidly recalling the splendid gallery of fictitious women, are too simple. [...] And I tried to remember any case in the course of my reading where two women are represented as friends. [...] They are now and then mothers and daughters. But almost without exception they are shown in their relation to men. It was strange to think that all the great women of fiction were, until Jane Austen's day, not only seen by the other sex, but seen only in relation to the other sex. And how small a part of a woman’s life is that [...]"

A Room of One's Own, Virginia Woolf


이 문장은 벡델 테스트 위키에서 가져온 것.

http://en.wikipedia.org/wiki/Bechdel_test


벡델 테스트란




작년에 [블루 재스민]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의 수상소감도 떠오른다.



"And thank you to... those of us in the industry who are still foolishly clinging to the idea that female films, with women at the center, are niche experiences. They are not -- audiences want to see them and, in fact, they earn money. The world is round, people."






기억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

여성이 '좋게' 나와야 "성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가 아니다.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는 여성들은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하고, 일차원적인 캐릭터로만 그려진다.

여성을 서사적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인간으로 그리는 영화가 좋다. 


[블루 재스민]이나 [블랙 스완]처럼 신경과민의 여성을 그리거나

[래빗홀]처럼 아이를 잃은 엄마를 그리거나



빼놓을 수 없는 [주드]


그리고 [디 아워스]



찾다보니 끝도 없이 나오네.


+

150307 추가


또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패트리샤 아퀘트의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뜬금없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듣기로는 [아메리칸 허슬]에서 제니퍼 로런스가 다른 남성 배우들보다 낮은 개런티를 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어떤 해킹 사건으로 공개된 일이 있어서였다고도 한다. (이런 건 확인해봐야 하지만 넘 귀찮아...)

그리고 뭐, 뜬금없은들 어떠리.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을 말할 기회에서 환경 보호 단체와 성평등을 이야기한 아퀘트 언니가 멋지면 그만이다. 아카데미상 무대에서 돋보기 뿔테안경을 당당히 쓴 여배우는 앞으로도 후로도 드물겠지.


이 포스팅을 올리기가 주저되었던 또다른 이유는 어쩜 이렇게 모두 백인 여성들인가... 싶어서이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닐 패트릭 해리스가 말한 대로, 'the best and the whitest'인 것 같아서... ㅎㅎ

한국에서도 멋진 언니들을 많이 보고 싶다.

멋진 남성이 드문 이유와는 다른 이유로 멋진 언니들은 드물기에...


덧붙여 이 이슈에 곁들여 읽은 책 중에는

최근에 출간된 스테파니 스탈 [빨래하는 페미니즘]이 좋았다.
원제는 Reading Women인데 한국어판 제목이 훨씬 위트 있지 않은가?
이런 제목 센스를 배워야 해...

1990년대 바너드 여대에서 수학한 중국인 혼혈 미국인 여성의 페미니즘 고전 에세이. 지리적 요약을 하자면 뼛속부터 뉴요커인 여성이 1990년대 바너드 여대에서 미국의 90년대식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고 졸업해 뉴욕 잡지사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었다가 아이를 낳고 뉴욕을 떠나 교외의 저택으로 이주했다가 브루클린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중국계 미국인이자 성공한 과학자였던 어머니와, 역시 교수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다. 가정보다도 일을 백배는 중요히 여겼던 어머니에게서 자란 여성답게 딸에 대한 부채의식과 자신에 대한 부채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

그리고 요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느라, 좋은 요가 에세이를 찾고 있는데 참 드물다.
(혹시나 요가에 대한 좋은 에세이가 있으면 누가 추천 좀... 요가라는 검색어로는 실용서 혹은 지나치게 명상적인 구루들의 책밖에 찾을 수 없어서 참으로 아쉽다. 지금 내 타이밍은 그냥 요가를 열심히 하는 현대 도시인의 에세이가 절실한데...)

[포저]라는 책을 들춰보고 있는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
육아에 지친 한 여성이 요가의 여러 포즈들과 엮어서 쓴 에세이인데, 뭐 널리 추천하긴 어렵지만 번역된 책 중에는 마땅한 게 없는 것 같아서 보고는 있다. 참고 보다보면 혹시나 재밌을까 해서... 그렇다고는 해도 이 책에서도 역시 시애틀의 극성 엄마들 사이에서 힘겹게도 이성적인(=먹물스러운) 균형을 붙잡고 살아가려는 글쓴이의 힘겨움이 느껴저서 스테파니 스탈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글은 훨씬 못하지만... 여튼 이래저래서 2월은 여성의 주간으로 보냈다.

올 상반기에 작업할 책 중 여성주의에 관한 책이 있어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교정은 전부 외주로 돌리게 돼서 아쉽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번역가 선생님이랑 작업하게 되었고, 또다른 이유로 매달 뵙게 되어서 기쁠 뿐. 단 한번 뵌 사이에 지난 연말에 이렇게 예쁜 연하장을 보내주기도 하셨다. 아이 상냥해.


트위터나 블로그를 보고 항상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같이 일하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메일 쓸 때도 항상 한마디라도 덧붙이게 된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랑만 일하면 바랄 게 없을 텐데... 사람도 좋고, 식견도 높고, 사려깊을 뿐만 아니라 회의 자료를 만들어주셨는데 너무나 명확하고 깔끔하고, 딱딱하지 않고 위트 있으면서도 알찬! 자료여서 감동받았다. 엉엉...


에라이 이렇게 좋은 사람 얘기를 쓰다가 오늘 폭탄 맞은 거 생각하니 더 열받는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일기도 쓰자면

설 전부터 계속 야근+특근 모드, 이번 주는 화수목금을 야근했네...
오늘은 저자 폭탄이 터져서, 마감 일주일 전에 제목이 바뀌는 거지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아아, 찌질하고 짠하다. 그동안은 어쨌든 너무 욕하면 정도 떨어지고, 열심히 일하기 싫을 것 같아서

그나마 욕은 최소한으로 하고 그래도 내 저자(내 소유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같이 일해야 하는 저자라는 의미에서)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자, 미워하면 내가 힘들어진다...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자기 이름 걸고 나가는 것에 대한 최소한도의 일도 하지 않으면서 지랄만 열심히 하더라. 

자, 여러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명확하고 정중하게 최대한 빨리 말하고,

그때 자신이 말 못하고 지나갔으면 니 잘못이니까 닥치고 있읍시다.


여튼 비아냥비아냥대면서 나한테 화를 내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럴 때 너무 당황하지 않는 멘탈을 키워야 하는데... 에휴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지 말고, 마음에 안 드니 '바꿉시다'라고 명확히 말하든지

아아 말 길게 하지 말아야겠다.

이번 주는 여러모로 마음을 차분하게 갖기 어려운 한주였다.
이런 책의 후속작을 해야 한다니 깜깜하다...

그래도 지지 않고, 적당히 타협해주고 내가 원하는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기로 하자. 개망신은 아니었으니...

*

이렇게 야근특근을 일삼는 상황에서도 (설 연휴에도 이틀이나 일했다네)

지난주 주5회 요가 출석, (내일 아침 10시 수업을 가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주 주5회 출석 성공이다.
태어나서 참말로 일주일 이상 같은 운동을 지속한 것은 처음인지라, 얼떨떨하고 놀랍고 좋다.
나는 헬스장에 등록해서 등록일,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을 연속으로 출석한 후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던 사람이니까...

그야말로 작심삼일의 대가.


같은 요가 학원에 2년 전에 등록하고도 일주일에 한번을 못 가서 결국 포기했던 내가
어째서 이렇게 요가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인가는 미스터리하지만,
열심히 즐겁게 (그리고 악착같이!) 운동을 하기에 이런 업무과중의 거지 같은 상황을 견딜 수가 있는 듯하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요가를 다닌 지가 이제 두달 반인데,
체력이 좋아졌다거나 살이 빠졌다거나 하는 효과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뭐 일단 기분이 좋다. 헷.

근데 너무 열심히 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요가를 더 하고 싶다는 게 함정;

허허허 언제까지 이렇게 버닝 모드일 것인가.


요즘 요가 열심히 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도 뭔가 징크스처럼 작용할까봐

그렇게 많이 떠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입만 열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서 자주 안 떠든다는 말...

이미 내 주위 사람들은 내 요가 자랑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여튼 내가 지금 빨리 자고 싶은 것도 내일 아침 10시 수업을 가기 위한 것!

그만 떠들고 잡시다.



150221 요가 동영상


요가에 미친 여자답게 요즘은 심심하면 유튜브에서 요가 동영상을 찾아봄. ㅋㅋ

실용성 강좌 말고 아름답고 우아한 것으로다가...


제일 유명한 건 이 equinox 영상.




이 영상은 여자가 너무 예쁘고 우아해서 패러디 영상까지 등장했다.



내가 요가하는 모습은 이 남자와 비슷...하지도 않고 심지어 더 못함 ㅋㅋㅋ

이 남자는 살이 많고 유연하지가 않아서 그렇지 잘하심...


equinox 영상이 우아한 쪽이었다면 멋있는 영상은 이쪽.

언니 멋쪄여...




이 메건 커리라는 사람은 유튜브에서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이거 말고도 paddle yoga, acrobatic yoga, couple yoga 등 유튜브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도다...


집에서 따라하는 용도로는

https://www.youtube.com/user/lesleyfightmaster

이걸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고난이도 동작들이 많아서 중간에 자연스레 많이 쉬게 됨...



140114 건강상담, 채식


건강상담! 콜레스테롤이 260대로 떨어졌다!

구성원이 80명이 넘는 회사에서

몇달에 한번씩 간호사의 면담 신청을 받는 대여섯명 중 하나에 속한다.

아아 이놈의 가족력. 이사님 쪽지 받을 때마다 민망하구먼.

지난달에 방만한 식생활의 결과로 300이 넘어서
기계 계측 범위를 넘어섰던 걸 생각하면 -_-
(드래곤볼 베지터의 전투력 측정 안경이 깨지는 느낌...)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암.

물론 2년 전보다는 높은 수치고 지난해 건강검진과는 비슷하지만.
아마도 지난달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은

C한테 맛난 걸 먹이겠다는 의무감에 이래저래 외식도 많이 하고,

배달 음식도 많이 시켜먹고, 고기도 많이 먹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둘이 식성이 상극이라 밥을 해먹는 건 늘 고역이다.
단 것, 고기고기, 치즈치즈를 사랑하는 지극히 서양인 입맛에
나물과 현미밥을 먹일 수는 없으니... 물론 주는 대로 먹기는 하지만.
둘 다 먹을 수 있는 내가 아무래도 맛있고 덜 건강한 음식을 먹게 된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니 요리도 하기 싫고, 주로 시켜먹거나 나가서 먹었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C가 돌아가고 나서는

집에서는 육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되도록 간단한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12월 말에 요가도 시작해서

(내 기준에서는) 준수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요가에 일말의 애착이 생긴 덕분에 요가를 '가고 싶다'는 것.

실제로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 한다는 크나큰 장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쨌든 덕분인지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시 떨어졌다.
떨어졌다고 해도 160에서 220mg/dl 사이가 정상범위지만;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삼촌도 모두 고지혈증을 달고 살면서
약으로 관리해서 문제없이 살고 계시니 사실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3대에 걸친 임상실험으로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없고 ㄲㄲㄲ
약을 먹는 게 귀찮아서 싫을 뿐. 


사실 식단 조절이나 운동을 아무리 해봤자

나처럼 가족력 고콜레스테롤혈증인 경우에는 소용이 없다.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고

갖가지 영양제에 보양식에 운동도 빡세게 하는 건강왕 아빠 曰

"먹는 거 조절해봐야 소용 없다. 약 먹는 게 장땡이다."


매일매일 치킨에 고기를 먹는 것은 큰 문제가 되겠지만

내가 매일매일 나물에 현미밥만 먹고 달리기를 한시간씩 한들

(그럴 수도 없을 뿐더러!) 정상범위까지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채식 식단에 깊게 빠져
밖에서는 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열심히 맛있게 먹지만
(여전히 고기는 사랑하니까. 며칠 전에 먹은 등갈비가 아른아른.)
집에서는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

일단 고기를 안 먹으면 먹고 나서 몸이 가벼운 느낌이라 좋다.
물론 제대로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이건 먹은 것도 아니고 안 먹은 것도 아니여...
상태가 되어서 곤란하기는 하지만.

병아리콩과 현미밥과 두부와 곤약 같은 것들이 주로 내 입맛에 맞는 재료들인데,

담백하고 고소한 것을 좋아하는 입맛이라 다행이다 싶다.
입맛에 안 맞으면 먹어야 해도 못 먹을 텐데.

그래서 기승전쇼핑!
어제는 아이허브에서 오트밀과 병아리콩 등 식재료를 사쟁였다.
오트밀이 꼭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먹기가 간단항게로...



150101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 2014년의 마지막 날과, 2015년의 첫날을 장례식장에서 보내고 있다. 과히 슬프지만은 않은 이곳에서 몸둘 바를 모르며 덕담 없는 새해를.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년을 못 채우고 세상을 뜨셨다. 좋은 기억은커녕 곤란했던 기억뿐인 분이라 나는 무감하지만, 어느새 부모를 모두 보낸 엄마의 얼굴이 한층 늙어 보여 마음이 아프다.

손님 없는 정초의 한산한 장례식장에서 대기실과 빈소와 식당을 오갔다. 새해 첫 책은 <눈먼 자들의 국가>. 집에서 검은 옷과 함께 책을 서너권 챙겼지만 장례식장에서 읽을 만한 책은 이것뿐이었다. 사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은 곳곳에 산재하고, 우리를 구조해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한 목소리로 말하는 글들을 읽다보니 2015년에는 그저 조금 더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는 "부자 되세요"도 "행복하세요"도 아닌 "안전하세요" 즉 각자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지난주에 의식도 없던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뵌 후로 죽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맴돈다. 포기를 모르는 현대의학의 끝없는 연명치료의 공허함.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목숨>은 한 호스피스를 배경으로 한다. 산고의 고통이 7이라면 호스피스 환자의 통증은 9라고 한다. 이 끔찍한 통증 속에서 호스피스의 환자들은 얼만큼 명료한 정신으로 견딜 것인지, 즉 진통제의 투여량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더 고통스럽더라도 또렷한 정신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의식이 수면 아래 잠기더라도 고통 없이 편안하게 마지막 시간들을 보낼 것인지. 그리고 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각자가 삶을 살아온 방식과 놀랍게도 비슷하다고 한다.

팟캐스트에서 <목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엄마와 같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었다. 간병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핵가족의 병수발이 가져다주는 죄책감과 고됨. 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는 그런 선택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기에 그런 제안을 하지는 못했다. 주제넘은 일이기도 하다. 호스피스에서 가족과 안정된 시간을 보내다가도 마지막으로 한번만 치료를 시도해보고 싶다며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것은 가족의 몫보다는 본인의 선택이어야 할 테니까. 스위스의 '조력 자살'에 대한 기사를 보며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 나라에서도 삶의 방식의 반의 반만이라도 죽음의 방식이 다양해지길.


P.S. 이 쓰잘데없는 글을 스마트폰으로 끄적인 후에 한 대형병원에서 현직 외과의사로 있는 아버지의 친구분과 이야기를 나눴다(정확히 말하자면 엄마와 친구분이 나누는 대화를 옆에 앉아 들었다). 실제로 할아버지의 병세가 나빠져 완화병동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병동이 턱없이 부족했다(할아버지 댁 근처에는 단 하나의 병동이 완화병동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침상은 열두개였다고 한다). 보호자나 환자 자신이 어느 단계에서 치료를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병의 개선을 위한 치료가 연명치료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의사의 적절한 조언과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해볼 기회가 필요하다는 말... 


141219 요즘 이상하게


*


에버노트로 모든 자료를 옮겨보려 했으나, 쉽지가 않다. 줄간격 조정이 안 되는 게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다. 동영상 임베딩도 잘 안 되고.


*



좋아하는 모 번역가의 영향으로 [겨울 나그네]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디히트리히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버전을 추천받아서 듣고 있는데,


"하지만 누가 뭐래도 디스카우 예술세계의 정수는 슈베르트의 가곡이었다. 수도 없이 부르고 녹음한「겨울 나그네(원제는 ‘겨울 여행’)」「백조의 노래」「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를 비롯한 슈베르트의 노래들은 지금까지 리트 해석의 전범으로 남아있다. 외르크 데무스, 제랄드 무어처럼 반주의 묘미를 살릴 줄 아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한 녹음은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듯한 디스카우의 목소리와 정감 넘치는 피아노 반주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음반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연주자와 특정 작곡자의 작풍이 이렇게 잘 맞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디스카우는 참 행복했던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한겨레 구자범 칼럼이 끝났다. 감질난다. 흐규.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그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잘하는 단원의 수준이 아니라 가장 못하는 단원의 수준이다. 하지만 그 오케스트라 수준의 ‘책임’은 가장 못하는 주자에게 있지 않고 궁극적으로 지휘자에게 있다.


[토요판] 구자범의 제길공명 (1) 터부 요청하는 사회: 박수가 모자란 건 마녀 때문이야

절대음감이란 한마디로, 음을 들려주며 이름을 세뇌하면 나중에도 그 음을 들을 때마다 저절로 그 이름이 떠오르게 되는 병적인 잠재기억력이다.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실험한 바로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음악을 들을 때 그 뇌를 관찰해보니, 일반인처럼 우뇌의 감성 영역만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좌뇌의 언어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된다고 한다. (...)

독일의 지휘과에서는 실수로 ‘틀린’ 소리가 났을 때 곧바로 그 단원을 쳐다보지 않는 훈련을 한다. 그 단원은 이미 틀린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뿐더러, 쳐다보면 당황해서 연주하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마련이라서, 이것을 무디게 만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토요판]구자범의 제길공명 (2) 모자란 지도자를 요청하는 사회: “귀가 없네? 너 지휘자구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동 기어 자동차로 예를 든다면, 템포를 ‘분당 똑딱수’로 표시하는 메트로놈은 속도(㎞/h) 계기판이 아니라 분당 회전수(rpm) 계기판인 셈이다. 위 악보는 분당 회전수 3000에서 기어를 4단(1박당 음표 4개)으로 놓고 가다가, 분당 회전수는 4000으로 올리고 기어는 갑자기 2단(1박당 음표 2개)으로 내려서 자동차 속도가 느려진 경우와 비슷하다. 이렇듯 템포와 귀에 들리는 음악의 빠르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
인류의 머리가 굵어지면서, 인문학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딱 이 말만 빼놓고’라는 변증법을 알게 되었듯이, 자연과학에서는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다. 빛의 속도만 빼놓고’라는 상대성 이론을 알게 되었다. (...)
템포라는 음악적 시간은 그 곡의 형식과 내용, 분위기 등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메트로놈에 있는 템포를 나타내는 용어 중 실제로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은 ‘빠르게’라는 뜻의 ‘프레스토’(presto)와 ‘느리게’라는 뜻의 ‘아다지오’(adagio) 단 둘밖에 없다. 나머지 말들은 모두 일반 형용사나 부사이기에 메트로놈에 적힌 순서나 숫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영어처럼 ‘그라베’(grave)는 ‘무겁게’라는 뜻이고, ‘large’와 관련된 ‘라르고’(largo)는 ‘넓게’라는 뜻이며, ‘long’과 관련된 ‘렌토’(lento)는 원래 ‘끈적끈적 늘어지고 처지게’라는 뜻이다. 마치 우리말의 ‘느리다’가 분명 ‘늘이다’와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 ‘알레그로’(allegro)는 ‘발랄하게’라는 뜻이고, ‘비바체’(vivace)는 ‘생기있게’ 정도의 뜻이다. 물론 발랄한 말과 생기있는 말 중 어떤 말이 경마에서 더 빠를지 알 방법은 없다.


[토요판] 구자범의 제길공명 (3) 템포 모데라토: 보통 빠르게, 가장 빠르게, 더 빠르게

음의 ‘높이’가 높이가 아니라면 음향학적으론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음향학자들은, 오선보의 높이에 세뇌되지 않은 자연인이 느끼는 음의 특성을 표현한다면, ‘날카롭다’와 ‘무디다’라는 말이 가장 걸맞다고 한다. 음의 높고 낮음을 표시하는 기호인 ‘#’(sharp)과 ‘♭’(flat)의 이름이 음향학적으로는 가장 정확한 형용사라는 것이다. 즉 음에는 높이가 없고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음과 무딘 음이 있을 뿐이다.


[토요판] 구자범의 제길공명 (8) 높이와 품격: 가끔은 예민하게, 언제나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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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범 칼럼을 몰아서 읽다가, 평균율 얘기를 듣고 생각나서 오랜만에 손열음 중앙선데이 칼럼을 다시 찾아봤다.


나는 440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A 440㎐. 어렸을 적부터 내가 내 목소리로 ‘가온 도’ 음을 낼 때의 그 느낌이 440㎐로 조율한 가온 도 음과 가까웠다. 그 느낌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도’에 해당하는 음의 주파를 세로로 늘린 직사각형이라 가정하고 그걸 세 칸으로 나누었을 때 경계선 두 줄 중 아래에서 첫 번째 경계선 정도에 해당하는 음이다. 그것이 맞게 느껴진 이유는, 그것이 내 시대의 ‘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음감이 모태로부터 나는 것이라면 엄마가 나를 배 속에 가지고 있던 시절이, 절대음감이 훈련을 거쳐 확립되는 것이라면 80년대와 90년대 사이 언젠가가 바로 ‘내 시대’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음정’만 한 시대정신이 없다. 누가 그러자고 정하는 것도 아닌데, 쉼 없이 변하면서도 마냥 낮아지거나 높아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1640년 작 Vienna Franciscan Organ은 지금보다도 훨씬 높은 A 457.6㎐였다는데 50여 년 후 1699년 파리 오페라에서는 현격히 낮아진 404㎐가 표준으로 쓰였다. 백 년이 지난 모차르트 시대에는 421㎐를 사용했고 1812년에는 현재와 비슷한 440㎐가 잠시 표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1836년 플레이엘에서 내놓은 피아노는 446㎐까지 올라갔고 1880년 에라르 피아노는 455.3㎐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상한 건 같은 해에, 현재 최고급 피아노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타인웨이사가 436㎐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1925년 미국에서 440㎐를 받아들였고 1939년에는 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음정이 시대를 모방한 건지, 시대를 고양한 건지는, 물론 아무도 모른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음정 취향: 내 시대 440㎐의 ‘도’ … 너 아직 살아있니


궁금해서 http://www.audionotch.com/app/tune/ 여기에 들어가서 440Hz와 442Hz를 비교해봤다.


그리고 순정률/평균율 비교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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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밀회]에서 언급돼서 유명해진 손열음의 스페인광시곡 영상도 다시 듣고.






141114 일의 슬픔과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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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하자마자 어제 나간 광고 컨펌 과정이 잘못돼 한바탕 난리가 났다.

완전히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도 말 한마디 덜했다가 일조했네. 

아침부터 폭풍을 겪으니 정신이 너덜너덜하다. 

출근하면 아침 10시까진 아무도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 

직장인 인권법 제정! 


폭탄할인하는 책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 몇달 전에 편집한 책을 찾아봤는데


알라딘에 이런 구매자 리뷰가 올라와 있었다.


"정말 좋은 책이다. 폭넓은 시각, 예리한 분석, 간결한 문장, 풍부한 정보로 (...) 핵심을 쉽게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다. (후략)"


뿌듯하다. "간결한 문장"이란 말을 듣다니. 

사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고생하면서 다듬은 보람이 있다.

그리고 어쨌든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다니 일한 보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몇주 전에 나온 책은 작가가 보도자료를 찾아 읽고 (빈말이겠지만) 핵심을 잘 이해해준 것 같아서 정말 고맙다. 라고 말해서 또 마음이 찡했다. 


이런 걸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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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같은 폭풍과 매일 저지르는 잔잔한 실수들을 제외하고는, 

올해는 낼 책도 없고, 큰 책 하나 끝난 이후로 드디어 여유가 생겼다.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게 고맙다. 

답**도 이젠 완전히 적응돼서, 폭풍이 휘몰아쳐도 그러려니 한다. (좋은 건가?)

어차피 이 팀에서 일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여. 

처음에 답**할 때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시기와 겹쳐서 정말 힘들었다.

매일 울고 팅팅 부은 얼굴로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파주에서 야근을 했지.

그때 찍은 셀카를 보면 거의 선풍기 아줌마 수준이다. 

같이 일하는 친구도 걱정했는데 잘 적응해 일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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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된 이후로 줄곧 더치커피와 캡슐커피로 연명하다가

이번 주부터는 여유(와 원두)가 생겨 아침에 핸드드립을 한다. 


이제는 겨울이고, 주말에는 원두를 사야겠다. 


140819 컬러링 북


요즘 이런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하나를 사고 싶다. 어느 걸 살까 고민하는 중!




생각만 해도 무념무상 뿌듯하다

집에 색연필이 있던가?



140723 일기



놀랄 만큼이나 계속 공기가 무겁더니 결국 장마가 왔다. 어제도 실컷 쏟아져서 조금 남아서 일을 마무리하려다가 우산이 없는 덕에(?) 친구 우산을 얻어 쓰고 퇴근. 회사에 친구가 생기니 회사에 친구가 있는 건 이런 기분이군!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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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선배들한테 많이 얻어 먹고 얻어 쓴다. 술도 많이 얻어 먹고 팁도 많이 얻고, 그렇긴 했는데. 부쩍 요즘 들어 만날 얻어 먹고 타고 쓰는 기분이... 다들 나를 동정하고 있다. 캬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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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뿌듯한 구매: 무전력 정수기. 겨울엔 보리차 여름엔 삼다수가 맛있어서 안 사고 1년 넘게 버텼는데, 이 집이 좀 덥고 건조한 편이라 항상 목이 마르고, 물이 떨어지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페트병이 너무 많이 나오며 재활용 정거장 제도가 시행되면서 페트병 버리기가 더욱 번거로워져 드디어 구매(갖가지 이유를 대니 굉장히 합리적인 소비처럼 보이는군!). 냉장고 자리는 많이 차지하지만 용량도 크고 진짜 정수기처럼 버튼 누르면 따라 마실 수 있어서 편하고 좋다. 딸려온 수질 측정기(신뢰도는 조금 의심이 가지만)로 측정해본 결과 0~50 / 50~100 / 100~150 / ... / 400~ 으로 나뉜 카테고리에서 우리 집 수돗물은 73으로 2등급 정도 됐다. 마셔도 무방하지만 조금 오염된(?) 정도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필터만 거치면 얄짤 없이 0으로 떨어져서, 측정기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떨어졌다. 그래도 수돗물 냄새가 깨끗하게 없어진다. 하여간 물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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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웹툰을 연재 중인 모 작가를 만나고 왔는데, 저런 성격도 타고 나는 거지... 싶었다. 4개월간 바나나 두개, 훈제란 두개, 견과류 한봉지로 (주로 야작을 하니 한밤중에저녁을 먹고 있고, 질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 비단 먹는 것 아니라도 스스로를 고통에 몰아넣고 견디는 걸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다. 나는 저런 사람은 못 되겠지.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냐 하면 그런 건 또 아니지만.) 오늘도 접대한다고 고기를 구우면서 내가 다 처먹었네. 낮에 먹은 고기 때문에 저녁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도 아직도 배가 부르다. 아침까지는 배부를 듯. 나도 가끔 내 식탐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욕심을 부리는 것은 정말 보기 싫은 일인데! (기승전 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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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작하고 여러 강좌를 시도해봤지만 (스페인어를 빼고는) 하나같이 중간에 그만두고 불성실하게 임했다. 그런데 한 세달 전부터 나가기 시작한 이 세미나는 이제 정도 붙였고 아는 사람도 생겨서 꾸준히 나가고 있다. (얼마 안 나갔는데 벌써 올드페이스가 되었다.) 문화연구 세미나라고는 하지만 사실 가서 멍때리다 올 때도 있고 지난번 주제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는데 이번 커리는 괜찮다. 대충이지만 발제도 무려 두번이나 해서, 억울해서라도 계속 나가게 될 것 같다. 


저번주에는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아픈가>를 읽었는데, 책 자체는 그냥 무난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동의가 잘 안 되는 부분들도 있고. 


확실히 한국의 결혼시장은 영국 빅토리아시대나 다름없다. 에바 일루즈는 현대의 결혼이 '부자연스러워졌다'고 했지만 자유연애를 찬양하면서도 동질혼(같은 계급 간의 결혼)을 원하는 한국의 이중적인 세태는 더 부자연스럽다. 어쨌든 같이 자전하는 지구에서 결국 한국의 결혼도 전통적 관습들은 점점 사라지고 책에 묘사된 대로 굳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개전투 연애필드. 관계의 매뉴얼은 사라지고 선택의 범위는 넓어진다. 하지만 마녀사냥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19세기 영국과 같은 매뉴얼을 원할 것이다.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여튼 "자유로운 섹스"라는 이데올로기는 점점 퍼져나갈 것이고 이러한 변화는 낮은 계급에서부터 치고 올라올 것이다. 성적 매력에 결부된 '천하다'라는 인식은 계급 간 이동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아직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일루즈의 주장에 대한 페미니즘계의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어쨌든 한국의 특수성은 차치하고라도 결국 극단의 자유가 극단의 부자유를 불러온다는 이야기인데... 왜 사회가 동질혼을 덜 장려하게 되었을까? 왜 자유로운 선택이란 환상이 장려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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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는 매몰비용을 많이 아까워하는 타입은 아닌 듯하다. 운동도 그렇고 강좌도 그렇고 거금을 들여 등록한다고 돈이 아까워서 나가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진짜 재밌거나 사람들이 맘에 들면 가는 거지... 일단 귀찮으면 다 귀찮고 간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앞으로는 '돈이라도 들이면 하겠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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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 듣는 팟캐스트는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다. 재밌어! 요즘은 사실 문학 팟캐스트도 듣기 싫고 혜리 언니 팟캐스트도 못 듣겠고 회사 팟캐스트는 (정말 진심으로 아무리 게스트가 궁금해도, 일하는 기분이라) 듣기 싫어서 방황하고 있었는데, 과학 팟캐스트가 나를 구원해주었다... (함은 나의 수면을 돕고 있다는 말.) K박사 사투리도 귀엽고 딴지 논설위원 파토도 정리를 참 잘해준다. 하아 철학을 전공한 과학 애호가라니... 

(링크: https://itunes.apple.com/kr/podcast/patoui-gwahaghago-anj-aissne/id645893347?mt=2)


양자역학 적색거성 백색왜성 초끈이론 이런 단어들을 무념무상하게 듣고 있으면 어느새 잠이 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또 잠이 오고 뭐 이런 선순환이랄까? 


물리학은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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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이끼 도서로 (반쯤) 읽었는데, 분명 재미있지만 시시하다. 읽다보면 진짜 "해법"은 탈출뿐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그렇다면 탈출하고 싶지 않은 나는 우울해진다.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들면 정말 더 '좋은' 것일까? 탈출할 생각도 하지 않는 회의주의자라고 비난받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궁금한 해법은 상자 안의 해법이다. 상자 밖밖에 없다는 것을 나에게 설득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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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앗 그리고 요즘 정말 즐거이 보고 있는 웹툰: 옹동스. 

이 얼마 만의 스노우캣인가. 아직 죽지 않았어 스노우캣! 

여러분 보세요 두번 보세요. 좀 너무 따뜻해서 부담스러워도 좋습니다. 

http://page.kakao.com/home/4660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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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도 배불러. 비 와서 산책도 못하는데 어떻게 소화를 시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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