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19 요즘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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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로 모든 자료를 옮겨보려 했으나, 쉽지가 않다. 줄간격 조정이 안 되는 게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다. 동영상 임베딩도 잘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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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모 번역가의 영향으로 [겨울 나그네]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디히트리히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버전을 추천받아서 듣고 있는데,


"하지만 누가 뭐래도 디스카우 예술세계의 정수는 슈베르트의 가곡이었다. 수도 없이 부르고 녹음한「겨울 나그네(원제는 ‘겨울 여행’)」「백조의 노래」「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를 비롯한 슈베르트의 노래들은 지금까지 리트 해석의 전범으로 남아있다. 외르크 데무스, 제랄드 무어처럼 반주의 묘미를 살릴 줄 아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한 녹음은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듯한 디스카우의 목소리와 정감 넘치는 피아노 반주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음반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연주자와 특정 작곡자의 작풍이 이렇게 잘 맞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디스카우는 참 행복했던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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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자범 칼럼이 끝났다. 감질난다. 흐규.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그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잘하는 단원의 수준이 아니라 가장 못하는 단원의 수준이다. 하지만 그 오케스트라 수준의 ‘책임’은 가장 못하는 주자에게 있지 않고 궁극적으로 지휘자에게 있다.


[토요판] 구자범의 제길공명 (1) 터부 요청하는 사회: 박수가 모자란 건 마녀 때문이야

절대음감이란 한마디로, 음을 들려주며 이름을 세뇌하면 나중에도 그 음을 들을 때마다 저절로 그 이름이 떠오르게 되는 병적인 잠재기억력이다.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실험한 바로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음악을 들을 때 그 뇌를 관찰해보니, 일반인처럼 우뇌의 감성 영역만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좌뇌의 언어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된다고 한다. (...)

독일의 지휘과에서는 실수로 ‘틀린’ 소리가 났을 때 곧바로 그 단원을 쳐다보지 않는 훈련을 한다. 그 단원은 이미 틀린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뿐더러, 쳐다보면 당황해서 연주하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마련이라서, 이것을 무디게 만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토요판]구자범의 제길공명 (2) 모자란 지도자를 요청하는 사회: “귀가 없네? 너 지휘자구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동 기어 자동차로 예를 든다면, 템포를 ‘분당 똑딱수’로 표시하는 메트로놈은 속도(㎞/h) 계기판이 아니라 분당 회전수(rpm) 계기판인 셈이다. 위 악보는 분당 회전수 3000에서 기어를 4단(1박당 음표 4개)으로 놓고 가다가, 분당 회전수는 4000으로 올리고 기어는 갑자기 2단(1박당 음표 2개)으로 내려서 자동차 속도가 느려진 경우와 비슷하다. 이렇듯 템포와 귀에 들리는 음악의 빠르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
인류의 머리가 굵어지면서, 인문학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딱 이 말만 빼놓고’라는 변증법을 알게 되었듯이, 자연과학에서는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다. 빛의 속도만 빼놓고’라는 상대성 이론을 알게 되었다. (...)
템포라는 음악적 시간은 그 곡의 형식과 내용, 분위기 등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메트로놈에 있는 템포를 나타내는 용어 중 실제로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은 ‘빠르게’라는 뜻의 ‘프레스토’(presto)와 ‘느리게’라는 뜻의 ‘아다지오’(adagio) 단 둘밖에 없다. 나머지 말들은 모두 일반 형용사나 부사이기에 메트로놈에 적힌 순서나 숫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영어처럼 ‘그라베’(grave)는 ‘무겁게’라는 뜻이고, ‘large’와 관련된 ‘라르고’(largo)는 ‘넓게’라는 뜻이며, ‘long’과 관련된 ‘렌토’(lento)는 원래 ‘끈적끈적 늘어지고 처지게’라는 뜻이다. 마치 우리말의 ‘느리다’가 분명 ‘늘이다’와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 ‘알레그로’(allegro)는 ‘발랄하게’라는 뜻이고, ‘비바체’(vivace)는 ‘생기있게’ 정도의 뜻이다. 물론 발랄한 말과 생기있는 말 중 어떤 말이 경마에서 더 빠를지 알 방법은 없다.


[토요판] 구자범의 제길공명 (3) 템포 모데라토: 보통 빠르게, 가장 빠르게, 더 빠르게

음의 ‘높이’가 높이가 아니라면 음향학적으론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음향학자들은, 오선보의 높이에 세뇌되지 않은 자연인이 느끼는 음의 특성을 표현한다면, ‘날카롭다’와 ‘무디다’라는 말이 가장 걸맞다고 한다. 음의 높고 낮음을 표시하는 기호인 ‘#’(sharp)과 ‘♭’(flat)의 이름이 음향학적으로는 가장 정확한 형용사라는 것이다. 즉 음에는 높이가 없고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음과 무딘 음이 있을 뿐이다.


[토요판] 구자범의 제길공명 (8) 높이와 품격: 가끔은 예민하게, 언제나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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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범 칼럼을 몰아서 읽다가, 평균율 얘기를 듣고 생각나서 오랜만에 손열음 중앙선데이 칼럼을 다시 찾아봤다.


나는 440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A 440㎐. 어렸을 적부터 내가 내 목소리로 ‘가온 도’ 음을 낼 때의 그 느낌이 440㎐로 조율한 가온 도 음과 가까웠다. 그 느낌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도’에 해당하는 음의 주파를 세로로 늘린 직사각형이라 가정하고 그걸 세 칸으로 나누었을 때 경계선 두 줄 중 아래에서 첫 번째 경계선 정도에 해당하는 음이다. 그것이 맞게 느껴진 이유는, 그것이 내 시대의 ‘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음감이 모태로부터 나는 것이라면 엄마가 나를 배 속에 가지고 있던 시절이, 절대음감이 훈련을 거쳐 확립되는 것이라면 80년대와 90년대 사이 언젠가가 바로 ‘내 시대’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음정’만 한 시대정신이 없다. 누가 그러자고 정하는 것도 아닌데, 쉼 없이 변하면서도 마냥 낮아지거나 높아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1640년 작 Vienna Franciscan Organ은 지금보다도 훨씬 높은 A 457.6㎐였다는데 50여 년 후 1699년 파리 오페라에서는 현격히 낮아진 404㎐가 표준으로 쓰였다. 백 년이 지난 모차르트 시대에는 421㎐를 사용했고 1812년에는 현재와 비슷한 440㎐가 잠시 표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1836년 플레이엘에서 내놓은 피아노는 446㎐까지 올라갔고 1880년 에라르 피아노는 455.3㎐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상한 건 같은 해에, 현재 최고급 피아노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타인웨이사가 436㎐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1925년 미국에서 440㎐를 받아들였고 1939년에는 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음정이 시대를 모방한 건지, 시대를 고양한 건지는, 물론 아무도 모른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음정 취향: 내 시대 440㎐의 ‘도’ … 너 아직 살아있니


궁금해서 http://www.audionotch.com/app/tune/ 여기에 들어가서 440Hz와 442Hz를 비교해봤다.


그리고 순정률/평균율 비교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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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밀회]에서 언급돼서 유명해진 손열음의 스페인광시곡 영상도 다시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