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307 여성영화 스페셜 +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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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쓰다 만 포스팅, 정리해서 올리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업로드.

저녁을 안 먹고 운동을 갔다가,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이 시간에 배가 고파서 깼다.

이제 배는 채웠으나 어떻게 다시 잠들 것인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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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21


트위터는 일주일 넘게 페미니즘으로 시끌시끌하다. 속 시끄러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What if I forgave myself? I thought. What if I forgave myself even though I'd done something I shouldn't have? What if I was a liar and a cheat and there was no excuse for what I'd done other than because it was what I wanted and needed to do? What if I was sorry, but if I could go back in time I wouldn't do anything differently than I had done? What if I'd actually wanted to fuck every one of those men? What if heroin taught me something? What if yes was the right answer instead of no? What if what made me do all those things everyone thought I shouldn't have done was what also had got me here? What if I was never redeemed? What if I already was?"


사과하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도희야]와도 연결되고



Pretty blonde인 줄만 알았던 위더스푼은 이렇게나 훌륭한 사람이었다.


“I’ve sat through millions of development meetings where people are like: ‘We don’t want Reese to say profanity. We don’t want her to have sex. We don’t want her to take drugs,’ ” Ms. Witherspoon said. “I didn’t really feel the constraints of it until about three years ago, where I realized, ‘I’m not this.’ I’m a complex person that has so many different aspects in my personality. But somehow, I have this reductive experience where I’m put into this tiny little box.”

And what box would that be?

“Likable,” Ms. Witherspoon said with a hint of disdain. “Can we scrub the likable box? And what is likable? To me, likable is human, and real, and honest. To me, I find the character in ‘Wild’ much more likable than a lot of characters I’ve played in comedy. She’s telling the truth. She’s not ashamed of the sexual experiences she’s had. She’s not ashamed of her drug use.”

뉴욕타임스 인터뷰


위더스푼은 스스로 제작사 Pacific Standard를 차려서 [Gone Girl]을 제작하기도 했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나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프란시스 하]도 생각난다.


[프란시스 하]와 버지니아 울프의 이 문장들을 연결시킬 수도 있겠다.


"All these relationships between women, I thought, rapidly recalling the splendid gallery of fictitious women, are too simple. [...] And I tried to remember any case in the course of my reading where two women are represented as friends. [...] They are now and then mothers and daughters. But almost without exception they are shown in their relation to men. It was strange to think that all the great women of fiction were, until Jane Austen's day, not only seen by the other sex, but seen only in relation to the other sex. And how small a part of a woman’s life is that [...]"

A Room of One's Own, Virginia Woolf


이 문장은 벡델 테스트 위키에서 가져온 것.

http://en.wikipedia.org/wiki/Bechdel_test


벡델 테스트란




작년에 [블루 재스민]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의 수상소감도 떠오른다.



"And thank you to... those of us in the industry who are still foolishly clinging to the idea that female films, with women at the center, are niche experiences. They are not -- audiences want to see them and, in fact, they earn money. The world is round, people."






기억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

여성이 '좋게' 나와야 "성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가 아니다.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는 여성들은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하고, 일차원적인 캐릭터로만 그려진다.

여성을 서사적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인간으로 그리는 영화가 좋다. 


[블루 재스민]이나 [블랙 스완]처럼 신경과민의 여성을 그리거나

[래빗홀]처럼 아이를 잃은 엄마를 그리거나



빼놓을 수 없는 [주드]


그리고 [디 아워스]



찾다보니 끝도 없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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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7 추가


또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패트리샤 아퀘트의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뜬금없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듣기로는 [아메리칸 허슬]에서 제니퍼 로런스가 다른 남성 배우들보다 낮은 개런티를 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어떤 해킹 사건으로 공개된 일이 있어서였다고도 한다. (이런 건 확인해봐야 하지만 넘 귀찮아...)

그리고 뭐, 뜬금없은들 어떠리.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을 말할 기회에서 환경 보호 단체와 성평등을 이야기한 아퀘트 언니가 멋지면 그만이다. 아카데미상 무대에서 돋보기 뿔테안경을 당당히 쓴 여배우는 앞으로도 후로도 드물겠지.


이 포스팅을 올리기가 주저되었던 또다른 이유는 어쩜 이렇게 모두 백인 여성들인가... 싶어서이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닐 패트릭 해리스가 말한 대로, 'the best and the whitest'인 것 같아서... ㅎㅎ

한국에서도 멋진 언니들을 많이 보고 싶다.

멋진 남성이 드문 이유와는 다른 이유로 멋진 언니들은 드물기에...


덧붙여 이 이슈에 곁들여 읽은 책 중에는

최근에 출간된 스테파니 스탈 [빨래하는 페미니즘]이 좋았다.
원제는 Reading Women인데 한국어판 제목이 훨씬 위트 있지 않은가?
이런 제목 센스를 배워야 해...

1990년대 바너드 여대에서 수학한 중국인 혼혈 미국인 여성의 페미니즘 고전 에세이. 지리적 요약을 하자면 뼛속부터 뉴요커인 여성이 1990년대 바너드 여대에서 미국의 90년대식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고 졸업해 뉴욕 잡지사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었다가 아이를 낳고 뉴욕을 떠나 교외의 저택으로 이주했다가 브루클린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중국계 미국인이자 성공한 과학자였던 어머니와, 역시 교수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다. 가정보다도 일을 백배는 중요히 여겼던 어머니에게서 자란 여성답게 딸에 대한 부채의식과 자신에 대한 부채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

그리고 요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느라, 좋은 요가 에세이를 찾고 있는데 참 드물다.
(혹시나 요가에 대한 좋은 에세이가 있으면 누가 추천 좀... 요가라는 검색어로는 실용서 혹은 지나치게 명상적인 구루들의 책밖에 찾을 수 없어서 참으로 아쉽다. 지금 내 타이밍은 그냥 요가를 열심히 하는 현대 도시인의 에세이가 절실한데...)

[포저]라는 책을 들춰보고 있는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
육아에 지친 한 여성이 요가의 여러 포즈들과 엮어서 쓴 에세이인데, 뭐 널리 추천하긴 어렵지만 번역된 책 중에는 마땅한 게 없는 것 같아서 보고는 있다. 참고 보다보면 혹시나 재밌을까 해서... 그렇다고는 해도 이 책에서도 역시 시애틀의 극성 엄마들 사이에서 힘겹게도 이성적인(=먹물스러운) 균형을 붙잡고 살아가려는 글쓴이의 힘겨움이 느껴저서 스테파니 스탈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글은 훨씬 못하지만... 여튼 이래저래서 2월은 여성의 주간으로 보냈다.

올 상반기에 작업할 책 중 여성주의에 관한 책이 있어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교정은 전부 외주로 돌리게 돼서 아쉽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번역가 선생님이랑 작업하게 되었고, 또다른 이유로 매달 뵙게 되어서 기쁠 뿐. 단 한번 뵌 사이에 지난 연말에 이렇게 예쁜 연하장을 보내주기도 하셨다. 아이 상냥해.


트위터나 블로그를 보고 항상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같이 일하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메일 쓸 때도 항상 한마디라도 덧붙이게 된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랑만 일하면 바랄 게 없을 텐데... 사람도 좋고, 식견도 높고, 사려깊을 뿐만 아니라 회의 자료를 만들어주셨는데 너무나 명확하고 깔끔하고, 딱딱하지 않고 위트 있으면서도 알찬! 자료여서 감동받았다. 엉엉...


에라이 이렇게 좋은 사람 얘기를 쓰다가 오늘 폭탄 맞은 거 생각하니 더 열받는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일기도 쓰자면

설 전부터 계속 야근+특근 모드, 이번 주는 화수목금을 야근했네...
오늘은 저자 폭탄이 터져서, 마감 일주일 전에 제목이 바뀌는 거지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아아, 찌질하고 짠하다. 그동안은 어쨌든 너무 욕하면 정도 떨어지고, 열심히 일하기 싫을 것 같아서

그나마 욕은 최소한으로 하고 그래도 내 저자(내 소유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같이 일해야 하는 저자라는 의미에서)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자, 미워하면 내가 힘들어진다...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자기 이름 걸고 나가는 것에 대한 최소한도의 일도 하지 않으면서 지랄만 열심히 하더라. 

자, 여러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명확하고 정중하게 최대한 빨리 말하고,

그때 자신이 말 못하고 지나갔으면 니 잘못이니까 닥치고 있읍시다.


여튼 비아냥비아냥대면서 나한테 화를 내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럴 때 너무 당황하지 않는 멘탈을 키워야 하는데... 에휴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지 말고, 마음에 안 드니 '바꿉시다'라고 명확히 말하든지

아아 말 길게 하지 말아야겠다.

이번 주는 여러모로 마음을 차분하게 갖기 어려운 한주였다.
이런 책의 후속작을 해야 한다니 깜깜하다...

그래도 지지 않고, 적당히 타협해주고 내가 원하는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기로 하자. 개망신은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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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야근특근을 일삼는 상황에서도 (설 연휴에도 이틀이나 일했다네)

지난주 주5회 요가 출석, (내일 아침 10시 수업을 가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주 주5회 출석 성공이다.
태어나서 참말로 일주일 이상 같은 운동을 지속한 것은 처음인지라, 얼떨떨하고 놀랍고 좋다.
나는 헬스장에 등록해서 등록일,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을 연속으로 출석한 후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던 사람이니까...

그야말로 작심삼일의 대가.


같은 요가 학원에 2년 전에 등록하고도 일주일에 한번을 못 가서 결국 포기했던 내가
어째서 이렇게 요가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인가는 미스터리하지만,
열심히 즐겁게 (그리고 악착같이!) 운동을 하기에 이런 업무과중의 거지 같은 상황을 견딜 수가 있는 듯하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요가를 다닌 지가 이제 두달 반인데,
체력이 좋아졌다거나 살이 빠졌다거나 하는 효과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뭐 일단 기분이 좋다. 헷.

근데 너무 열심히 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요가를 더 하고 싶다는 게 함정;

허허허 언제까지 이렇게 버닝 모드일 것인가.


요즘 요가 열심히 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도 뭔가 징크스처럼 작용할까봐

그렇게 많이 떠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입만 열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서 자주 안 떠든다는 말...

이미 내 주위 사람들은 내 요가 자랑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여튼 내가 지금 빨리 자고 싶은 것도 내일 아침 10시 수업을 가기 위한 것!

그만 떠들고 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