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15 무한 / 존 배로 / 키스 자렛






하늘이 캄캄한 것은 우주가 몹시 늙었고, 아주 크고, 따라서 거의 비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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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칸토어는 다섯명의 형제와 함께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며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좋은 사립학교에 다녔다. 게오르크는 재능이 많았다. 그는 친척들처럼 음악가나 미술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십대 시절에 점점 더 수학, 물리학, 천문학에 빠져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공부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 후원했고 운명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을 아들의 영혼에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그의 스승이었던) 크로네커에 따르면 무한집합에 관한 모든 논의는 불법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그 논의는 무한집합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크로네커는 수학을 자연수에서 유한한 단계를 거쳐 도출되는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체계로 정의하고자 했다. 그가 어느 연설에서 진술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은 그 목표를 표현한다. "신은 자연수를 창조했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인간의 작품이다." (...) 크로네커는 어떤 것을 구성하는 방법을 명시적으로 기술할 수 없으면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단계적인 구성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존재의 필연성을 이야기하는 증명들을 허용하지 않았다. 요컨대 크로네커는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믿는 것보다 더 좁은 수학을 믿었다.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 존 배로






요즘은 문학보다도 낭만적인 건 물리학이란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정말 소설보다도 더 문학적이고 흥미롭다! "하늘이 캄캄한 것은 우주가 몹시 늙었고, 아주 크고, 따라서 거의 비어 있기 때문이다."라니!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다. 천체물리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분명 이 물질 세계의 비밀을 아는 기분일 거야...






John D. Barrow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리과학 교수이자 밀레니엄 수학 프로젝트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주론과 천체물리학에 관한 17권의 책과 320편이 넘는 논문을 쓴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저술가다. 영국 왕립협회의 회원이면서 케임브리지 클레어홀칼리지의 부총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왕립글래스고철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켈빈 메달과 마이클 패러데이 상을 수상했다.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 과학의 전반적인 양상을 역사적, 철학적, 문학적으로 분야를 넘나들며 탐구한 그의 책들은 전 세계 28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과학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무영진공》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우주의 기원》 《수학, 천상의 학문》 등이 있다. 지은이는 연극 〈무한(Infinities)〉을 집필하여 상을 받기도 했다.






연극을 집필하는 수학자라니 이렇게 멋질 수가! 앤드류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나오는 교수가 꼭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절판된 무영진공을 제외하고 다섯권이다.




케임브리지에서 재직하고 있다니 궁금해서 찾아보니 생각보다는 덜 지적으로 생겼지만, 여튼 강의가 있어서 링크.









강의 자체가 재밌는진 모르겠지만...




(무려) 코페르니쿠스 페스티벌에서 열린 55분짜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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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크게 질렀다. 역시 이런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어... 일단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여튼 스페인이라니! 나도 드디어 구라파 대륙을 밟아보누나. 아하하하하. 벌써부터 헤밍웨이(;)와 카탈로냐 찬가와 가우디와 빌바오와 등등등등을 읽고 가겠다는 의욕(만) 넘치는데... 그것보다 여행 계획이나 잘 짜서 가면 다행이겠다. 포르투갈도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될까. -_ㅜ 포르투는 정말 지상낙원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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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까페에서 흐르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이 음반이었다. 겨우 지난달에 나온...

공교롭게도 더블베이스 연주자인 Charlie Haden은 나흘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좋은 ECM 음반을 찾을 때마다 뭔가 뿌듯한 이 느낌 뭐지?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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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140710 쇼핑


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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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끝났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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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려 있던 스트레스를 온갖 쇼핑으로 풀고 있다. 

최근에 산 것들: 


아침대용식: 

연세 무첨가두유 16팩 (정말 니맛도 내맛도 아니지만 다른 달지 않은 두유 찾다가 정보의 홍수에 지쳐서 그냥 다시 시켰다)

날씬현미 (마침 두유가 떨어졌는데 정말 아침에 배가 너무 고프고 책상에 쟁여놓은 간식도 다 떨어져서...)

견과류 (계속 살까 말까 고민하던 펀샵의 닥터 넛츠! 비싼데 맛없기만 해봐라.)


리빙:

실커튼 (더운 날씨에 맘껏 헐벗고 뒹굴 수 있도록. 변태 시선 차단! 텐바이텐의 2~3만원짜리와 네이버 체크아웃의 5천원짜리 중에 고민하다가 싼 거 사봤는데 무난하고 멀쩡해서 뿌듯.)

적외선 경보기 (우리 집이 4층이긴 하지만 문제의 창문 바깥에 사람이 2명은 누울 수 있을 만큼 넓은 창턱이 있는 게 함정이라서 105데시벨로 울린다는 적외선 경보기를 어제 새벽 두시에 충동 구매했다. 방범합시다 방범...)

화장품 정리대 (루나파크 포스팅을 보고 산 화장품 정리대인데 아직 배송이 안 옴. 유용하기를 바란다!)


옷:

린넨 셔츠 (뒤늦게 유니클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린넨 셔츠 구입. 노란색과 남색만 남아 있어서 남색 구입.)

스카프 (사무실에서 두르려고 샀는데 두르는 게 그다지 편하진 않지만 여튼 너무 예쁘고 보드랍고 시크한 재질. 내가 꿈꾸던 스카프구나! 니가 유니클로에 있을 줄이야. 유니클로 스릉흔다...)

구멍 뚫린 나시 (나의 둥글고 좁은 어깨를 어느정도 가려주는 구멍 뚫린 나시. 디스트로이드룩이라고 하나여 이런 거. ㅋㅋㅋ)



이 모든 것을 이번 주에 샀더니 통장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침대용식은 아무것도 오지 않아서 나는 지금 너무 배고프고 어지러울 뿐이고... 

출근 전에 아침을 먹고 오는 건 무리이니 사무실에서 뭐라도 먹는 게 좋은데

1년간 적합한 대용식을 찾아 헤맸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doctor certified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로서 -_- 식단 조절에 관심을 갖기로 했는데

과일(사과/바나나)을 먹으면 좋겠지만 씻어야 하고 여튼 아침에 냉장고에서 꺼내와야 하니 매번 까먹는 게 함정...

게다가 바나나는 금방 물러버리니까...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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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6 pat me on th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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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속상한 일들이 좀 있었다. 내일이 마감이라 오랜만에 집에서 책상에 앉았다. 유튜브 팻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어두운 조명에 의자에 앉아 있으니 비록 교정을 보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내가 무신경했다. 속상하다. 확인할 게 300페이지나 남았는데 속상해서 일도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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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병문안을 다녀왔다. 무책임하고 바보 같은 놈이지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름 많이 걱정했지만, 너무 걱정한 티를 내고 싶지 않기도 했고 엄청 걱정한 척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진심인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 보고 싶기도 했고 안 보고 싶기도 했고, 걱정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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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병문안을 다녀와서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었는데 더 속상한 일이 생겼고, 그냥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오래 노력해도(아니 이렇게 오래 노력했기 때문에) 섭섭하고 속상하게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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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집중적인 음주로 속을 아주 버렸다. 주말 내내 좀비처럼 지내면서 금주를 결심했건만 오늘 또 갑자기 재밌는 만남이 생기는 바람에 칭따오를 마셔버렸네! 하지만 여튼 속을 버려서 그런지 두세잔밖에 안 마셨는데도 속이 조금 안 좋았다. 왜 이렇게 절제를 모르고 술을 처마셨는지... 


여튼! 그 와중에 발견한 아주 맛있는 소주가 있으니 도자기 명가 광주요에서 만드는 '화요'! 19도 25도 41도로 다양한 도수로 선택이 가능하며 토닉워터와 레몬이 함께하면 정말 상큼하고 여름에 딱 어울리는 알콜이 되지 말입니다. 맛없는 맥주 마시다가 화요를 한입 맛보고 눈이 아주 말똥말똥해졌다 ㅜㅜㅜㅜㅜ 타코와사비와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신세계를 맛보았다. 요즘은 맥주가 딱히 입에 맞지 않는 대신 도수 높은 술이 매우 끌리는데 맛있다고 개념없이 마시다간 저번주 같은 사태를 맛보게 되므로 반드시 절제해야 합니다...


어김없이 여름은 돌아오고 쬐어내리는 자외선이나 웅성웅성한 여름밤의 사람들 말소리가 정말 술을 부른다. 술친구가 해외로 출타를 해버려서 나는 이 넘치는 열기를 이 여름 동안 어떻게 주체해야 할지 모르것다. 사고만 안 치도록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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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각자의 성정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화에 반응하는 모습이라던가(반응은 대개 두가지로 나뉜다. 냉소와 분노.)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불신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신뢰했을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과 불신했을 때 피할 수 없이 벌어질 틈새. "환상을 갖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황당함. 


이곳의 사람 사이의 알력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갑갑하다. 다들 '그래도'라는 생각을 하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서도 그게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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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엑스맨: days of the future past 와 Her를 봤는데 둘 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엑스맨은 전편들을 처음부터 보고 싶어졌고 Her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둘 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라서 즐거웠다.


그것보다도 일단 매그니토가 겁나게 멋있어서 반해버렸지 뭡니까. 아아 파스밴더여...


나는 '이상형'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불끈불끈하는, 에스트로젠이라곤 한방울도 없는 남성 캐릭터를 꼽는데(물론 이런 남성을 실제에서 만나고 싶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파스밴더가 분한 매그니토나 격투기 선수로서의 추성훈... 하여간 근육이 불뚝불뚝한 남성에 대한 어떤 선망이 있다. -.- 아 부끄러워? 물론 실제로 이런 사람이랑 사귀라면 무섭고 어려워서 곤란하겠지만, 영화 캐릭터로 나와버리면 반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만나본 남자들은 (그리고 주변의 남자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이 뭐랄까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꼭 그렇진 않나?) 아마 내가 속한 계층이나 문화적 섹터에서 여성성을 발휘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현대사회가 남성성의 어떠한 부분을 경외시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모르것다 잘 생각을 안 해봐서...


좀 이상한 얘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여튼 요즘 아이돌들을 보면 남성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오히려 뭔가 남성성의 특수한 부분(생존력?) 표본으로 떼어놓고 전시하는 모양새 같기도 한데(예: 짐승돌, 군대 예능, 정글) 음... 뭔가 말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여간 나는 파스밴더가 멋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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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잡소리는 그만하고 ㅋㅋㅋㅋ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모다??????????




140615 외식의 품격과 최강록

http://ch.yes24.com/Article/View/25459


"7평 정도의 점포에서 하루 종일 무슨 요리를 했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예, 하루 종일 수비드를 했습니다. 고기뿐 아니라 어패류, 채소까지 들어오는 재료의 80퍼센트는 수비드를 이용해 반찬으로 만들었습니다. 고기 종류와 부위별로 가열온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테스트를 해야 했습니다. 몇천만원을 들여 수비드 기구를 구비하고 일본에서 특수비닐을 사오기도 했지요. 월세 내는 날이 빨리 다가온다는 걸 느끼게 해준 건 아마 이 수비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수비드로 요리계에서 혁신의 한 획을 긋고 싶었으나, 제 인생에서 아픔의 한 획을 긋고 끝났습니다. 아예 ‘수비드반찬전문점’이라고 간판을 내걸어볼걸 그랬습니다." - 최강록, 요리덕후.





덕후는 이런 사람을 덕후라고 하는 거다. 마셰코 보면서 느낀 건 이런 인간도 있는 사회에서 나 같은 헐랭이덜랭이는 승산이 없다! 물론 이런 덕후도 (시장에서는) 승산이 없다. -.- 왜... 망했을까요...


최강록이 어리버리한 덕후라면 


반면에 요즘 읽고 있는 에세이인 [외식의 품격]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한없이 까다롭고 주변 사람들의 짜증을 적잖이 유발할 것 같은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피자와 파스타로 돌아가보자. 전자의 근원은 빵이다. 반죽 맛으로 먹는 음식이고, 실제로 그렇게 즐긴다. 파스타는 또 어떤가. 현지에서는 ‘면맛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스는 면을 가리지 않는 정도로 조금만 더하는 게 맞다. 그래서 평가는 때로 아주 간단하다. 토핑이 넘쳐나는 피자,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는 잘못 만든 음식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았으니 당연히 맛이 없고, 사실 먹을 필요조차 없다." - 외식의 품격 / 이용재


피곤하지만, 읽다보면 '짜증'을 부리는 이유와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납득이 잘 간다. 여튼, [외식의 품격]도 꽤 재밌다. 같이 산 [18세기의 맛]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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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 3은 재미도 전 시즌에 비해서 떨어지고 연출도 너무 과하다.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언젠가 봐야지... 요즘 나의 밥메이트는 무한도전 초기 에피소드. 


새로 뭘 보는 건 굉장히 힘들고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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