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09



우왕. 악보 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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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이 너무 심한 하루였다. 월요병인지 그냥 병인지. 저번주 내내 무리해서 술을 마신 탓인지 몸이 너무 무거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요즘은 몸에 커피가 안 받아서 안 마시려고 미숫가루도 마셔보고 뜨거운 물도 마셔봤지만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커피를 한잔 벌컥벌컥 마시고 초콜렛도 하나 먹었는데도 오후 네시까지 해롱해롱.


저번주부터 커피가 안 받아서 걱정이다. 보통 몸이 안 좋을 때 커피가 안 당기는데... 저번주부터 계속 몸이 무겁고; 그런데 저번주에 술을 사흘이나 마시고 제대로 쉬지는 않아서 그런가. 저녁에 Y언니와 약속이 있어서 바꾸려고 하다가, 언니도 바쁜데 내가 너무 자주 약속을 바꾸기도 했고... 그래서 반성했다. 


여튼 점심도 거르고 오후가 됐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겠길래 휴가를 냈다. 에잉. 내일은 푹 쉬어야 하는데 또 쉰다고 생각하니 영화도 보고 싶고 올해 안에 치과에서 스케일링도 받아야겠고 뭐 그렇다. 


감기에 안 걸려서 걱정이다. 좋긴 한데 거의 2년째 감기에 안 걸린 거 같아서 걸릴 때가 된 것 같고 한번 독감에 걸리면 죽도록 아프지 않을까 걱정 _-_ 내 튼튼한 면역 시스템이여 버텨라! 이런 건강 걱정을 하다가 일년 내내 결심만 하고 한번도 못 간 요가 시간표를 찾아봤다. 이번엔 기필코 쿠폰으로 끊어서 돈 낭비는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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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오늘은 몸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마음도 우울우울열매를 먹었다. 하루종일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는데 뭘 들어도 뭘 읽어도 눈물이 났다. 기획안을 짜느라 별로 재미없는 사람의 밍숭한 글을 여러개 읽어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조금만 좋은 문장을 봐도 눈물이 났다. 전체적으로는 아무리 특별할 것 없는 글이라도 어떤 문장들에는 진심이나 진정성 같은 그 무엇이 담겨 있었는데, 그냥 눈물이 났다. 


그냥 하루종일 뭘 읽어도 뭘 들어도 눈물이 났다. 사무실에서 혼자 미친애 같았겠군; 뉴스를 봐도 세상이 거지 같아서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엉엉. 게다가 그 사람 글 중에 대선 이후에 쓴 글이 있었는데 또 그걸 보면서 왜 이렇게 거지 같은가 토요일에 본 전경들 생각하면서 또 화나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집에 오는 길에는 아주 작정하고 울어버리려고 팟캐스트로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를 들으면서 또 찔끔.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우울보다는 억울한 느낌이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왜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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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Y언니를 만나 가겠다고 벼르던 제주돈사돈에 갔는데 맛이 별로였다. 사람은 엄청 많아서 거의 20분 이상 기다렸는데 정말 일반적인 고깃집보다 딱히 맛있다고 할 수 없었다. 시끄럽고 맛도 없고 고기냄새는 엄청 배고...


여튼 집에 언니와 와서 차를 마셨다. 나는 아직 주위 사람이 결혼하는 게 낯설다. D가 결혼했을 때도 무척이나 섭섭했다. 지금이야 꽤나 익숙해졌지만서도. Y언니는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놀랍거나 하진 않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특히 해외로 나가니) 뭔가 멀어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언니는 참 행복해 보인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복이지만, 몇년 지나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몇 안 되는 지인들이 결혼으로 자꾸 사라지면 정말 해가 갈수록 쓸쓸해지겠구나. 섭섭해잉. 그렇게 생각하니 변변한 결혼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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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결혼식에 갔다가 S선배 J선배와 우연찮게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게 됐다. 참 좋은 선배들이얌 'ㅅ' 여튼 벼르다가 못 본 블루 재스민을 봤는데, 영화보다도 이수 아트나인은 참 좋더구만. 영화를 보고는 반포 스마일포차에서 수제비대합탕?에 청하를 마셨는데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다음에 꼭 다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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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시크를 표방하는 모 쇼핑몰 사이트를 보다가. 어째서 우리는 모조품 같을까. 그대로 근사하지 못하고 근사한 저 건너편을 따라하는 사람들. '진짜'는 저쪽에만 있는 것 같아. 


우리는 겁나 쪼그맣다



짱짱맨들의 대결

Mondo Grosso - 1974-way-home




어떤 음악이 전혀 예상되지 못한 방식으로 전혀 다른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해를 쌓는다는 건 음악을 쌓아가는 일 같다. 유난히 힘든 월요일 오전. 



I spent the night of the full moon on a cherry tree. 




131202 사이비, 트레인스포팅, 마셰코2, 헝거게임












'순진한 놈이 제일 무섭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세상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믿음은 중요하지만 믿음은 회의를 동반했을 때만이 위험하지 않다. 


아주 영리하게 짜여진 플롯이다. 현상을 보고 플롯을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맹목적인 믿음의 위험성?-을 말하기 위해 겹겹이 층을 쌓고 대표성을 지닌 인물을 동원해서 영리하게 이야기를 직조해냈다는 느낌. 덕분에 거침없이 돌진하는 서사의 에너지는 대폭발. 세련된 맛은 없지만.


여튼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다. 연상호 짱!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fucking bi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c players, and electrical tin can openers. Choose good health, low cholesterol and dental insurance. Choose fixed-interest mortgage repayments. Choose a starter home. Choose your friends. Choose leisure wear and matching luggage. Choose a three piece suit on hire purchase in a range of fucking fabric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the fuck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at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irit-crushing game shows, stuffing fuck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sing your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have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 . . But why would I want to do a thing like that? I chose not to choose life: I chose something else. And the reasons? There are no reasons. Who needs reasons when you've got heroin?


프항항 겁나 신난다. 이 영화는 내 머릿속에서 왠지 Requiem for a dream이랑 짝지어져 있어서 (아 생각해보니 둘 다 마약 얘기기도 하고. 레퀴엠 처음 봤을 때 H언니가 트레인스포팅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H언니도 참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너무 암울할 줄 알고 계속 안 봤는데. 신남 신남ㅋ 사랑스럽다. "Who needs reasons when you've got heroin?"


"추스 아 카릐어"

"아 리틀 빗 크레이지, 어 리틀 빗 바아드! 브아이, 돈 어스 갈스 저슷 러브 닷"


스코티쉬 액센트는 정말 사랑스러워어어어. 말이 넘 재밌음 ㅋㅋㅋ 스코틀랜드를 꽤나 오래 여행했는데도 Haggis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스코틀랜드는 여름에도 춥고, 사람들은 대개 코가 빨갛다. 스코틀랜드는 해기스와 위스키가 짱이제! 프헝









마셰코2 정주행 이틀 만에 완료.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내가 이래서 새 TV쇼를 안 보는 건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케이블 쇼는 웬만하면 안 보려고 했는데 사실 지상파 예능보다 훨씬 덜 유치하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적이기도 하다. 뻔하디 뻔한 '예의 바른' 지상파 예능들보다 거침없이 19금을 표방하는 마녀사냥이나(사실 요즘은 수위가 너무 낮음. 저렇게 섹드립 잘하는 멤버들을 데려다놓고 아깝지도 않냐 jtbc...) 이미 TV 엔터테인먼트의 모국에서 검증된 포맷을 가져온 서바이벌 프로가 더 재밌는 건 당연하다. 


요즘 마녀사냥도 재밌게 보고 있지만 거참 무려 한국의 '마스터 셰프'를 뽑는 프로그램에 프리메이드 토마토소스 PPL을 쏟아붓는 CJ E&M이나 종편인 jtbc나 찝찝하기는 마찬가지. 


케이블도 없고 tv도 없어서 다행이지 집에 케이블 티비가 있었으면 난 아마 올리브 채널과 온스타일의 무한반복에서 빠져나오질 못했겠지. -_- (응답하라나 막돼먹은 영애씨는 한번도 시도해본 적은 없는데 재밌으면 또 '봐야 하는' 프로가 하나 더 늘기 때문에 안 보려고... 난 역시 참 금욕적이야 ^^^^)


마침 한겨레21에 알맞은 기사가 있어서 링크. 한겨레21에 오랜만에 재밌는 기사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5853.html


"광폭의 리버럴리즘을 구현하는 실력자들"이란 말이 참 알맞다 ㅋㅋ 














헝거게임 스틸샷은 참 사진만 떼놓고 보면 엄하다... 음청나게 유치해보이고 ㅠㅠ 난 1편 2편 둘 다 정말 재밌게 봤는데 초큼 유치한들 그게 뭐 어떠리. 완전 내 취향임ㅋㅋㅋㅋ 빨리 혁명을 일으키자고!!! 캣니스!!! 할리우드 짱짱맨ㅋㅋㅋ


누가 트위터에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랑 제니퍼 로렌스랑 투샷에서 서로 '당신이 연기 좀 한다며?'라는 표정이랬나 뭐 그랬는데 여튼 되게 웃겼ㅇㅁ... 여튼 호프만은 참 훌륭한 배운데 얼굴이 내가 너무 싫어하는 얼굴이다. 돼지상에 항상 거짓말을 말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야. ㅠ 내가 그래서 다우트에서도 당신을 절대 믿지 않았지 ㅋㅋㅋㅋ


엔딩 크레딧에 노래가 좋길래 샤잠해봤더니 콜드 플레이 옵하들... 훌륭하다 훌륭해!




A Horse With No Name









A Horse With No Name

On the first part of the journey, 
I was looking at all the life. 
There were plants and birds. and rocks and things, 
There was sand and hills and rings. 
The first thing I met, was a fly with a buzz, 
And the sky, with no clouds. 
The heat was hot, and the ground was dry, 
But the air was full of sound. 

I've been through the desert on a horse with no name,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In the desert you can remember your name, 
'Cause there ain't no one for to give you no p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fter two days, in the desert sun, 
My skin began to turn red. 
After three days, in the desert fun, 
I was looking at a river bed. 
And the story it told, of a river that flowed, 
Made me sad to think it was dead. 

You see I've been through the desert on a horse with no name,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In the desert you can remember your name, 
'Cause there ain't no one for to give you no p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fter nine days, I let the horse run free, 
'Cause the desert had turned to sea. 
There were plants and birds, and rocks and things, 
There was sand and hills and rings. 
The ocean is a desert, with its life underground, 
And a perfect disguise above. 
Under the cities lies, a heart made of ground, 
But the humans will give no love. 

You see I've been through the desert on a horse with no name,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In the desert you can remember your name, 
'Cause there ain't no one for to give you no p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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