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22 두개의 선





* 영화 보기 전에 카페에서 끄적임


(K 시험을 보고 나와서 시험장에서 만난 선배와 그 여자친구와 점심을 먹고) 


제도권에 편입되기에 나는 너무 어리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무너져내려야 할 것 같다. 나이를 먹는 것이 겁난다. 그러면서도 빨리 나이 들고 싶다. 그건 아마 '이대로' 나이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일 거다. 죽은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영화 보고 지하철에서


패배했건 아니건, 이 영화의 '결말'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가 사회가 원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내가 원하는 것인지 감독이 치열하게 고민했음을 느꼈다. 눈물이 자꾸 났던건 나도 거기에 있다는 자각이었다. 비단 결혼이 아닌 다른 일이라 해도, '제멋대로' 살고 싶은 것과 보편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난 매일 고민한다. 나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 목이 메어오는 아픔을 아무리 많이 느끼게 되더라도 그건 상관 없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포기와 투쟁 사이에는 정말 큰 간극이 존재하는 거니까. 마지막 상영일에나마 이 영화를 본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개청춘이 보고싶단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감독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은 삶으로 말하는 것이다. 나도 홀로서는 연습을 해야겠다. 잊고 있던 독립투쟁을 재개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나는 그가 에이즈에 걸렸고, 국무총리는 의료보험도 안 되는 동성애자이며, 백혈병을 피할 수 없는 오염된 쓰레기들이 바닥에 뒹구는 어딘가에서 자란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나라 대통령이 16살 때 낙태를 했으며, 마지막 애인은 에이즈로 죽었고, 눈을 감으면 자기 품에서 죽어간 애인의 모습이 늘 떠오르는 그런 여자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냉난방이 안 되는 집에서 살았고, 병원에 가기 위해, 가족생활보조연금을 타기 위해, 고용안정센터에서 구직을 하기 위해 줄을 섰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실업자였고, 해고당했었고, 성적으로 학대당한 적이 있으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쫓겨난 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가 어느 후미진 골목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고, 강간에서 살아남은 자였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었고, 상처 입었으며, 많은 실수를 저질렀으나 거기서 교훈을 얻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나라 대통령이 흑인 여자이면 좋겠다. 그가 썩은 이빨들을 가졌으면 좋겠고, 병원에서 나오는 맛없는 식사를 먹어본 사람이면 좋겠다. 그가 마약을 경험해 보았고, 시민 불복종을 실천해 본 사람이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왜 내가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지 알고 싶다. 왜 사람들은 우리로 하여금 대통령은 언제나 꼭두각시이며, 창녀의 고객이며, 결코 창녀 자신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믿게 한 건지 알고 싶다. 왜 그는 항상 사장이며 결코 노동자일 수는 없는 건지, 왜 그는 언제나 거짓말쟁이며, 언제나 도둑이고, 결코 처벌되지는 않는 건지 알고 싶다.” 


조에 레오나르드

120403 An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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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똑똑한 여학생이 매력적인 나이 든 남자에게 빠져서 인생을 망칠 뻔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대학에 갔다. 는 뻔한 얘기다. But it's not a plain cautionary tale. 

제니가 정말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늪에 빠질 때, 아무리 천천히 가라앉더라도 주위 풍경의 미세한 변화는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제니는 정말, 지루하고 답답했을 뿐이다. 인생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걸 몰랐고, 있다 해도 그리 쉽게 찾아오진 않는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믿기 힘든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부정하기보다는 온 몸을 던지는 걸 택한 거다. 나라도 사실 그랬을 것 같아. 인생의 적지 않은 부분은 지루하니까. 그리고 난 어리니까. 네 말대로 그 교장은 언젠가 '그 모든 교육'의 이유를 가르쳐야 할테니까. 그 해소되지 않을 것만 같은 답답함. 아무도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so she had to learn it the hard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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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cene #1 (link)


I bought this for you.   

That's very kind of you.

But I can't accept it.

Why not?

It's because of people like you that I plough through illiterate essays by Sandra Lovell about her pony. But I know where this comes from, Jenny. And If I took it, I'll feel like I'd be betraying both of us.

...  

You can do anything you want. You know that. You're clever and you're pretty... Is your boyfriend interested in clever Jenny?

I'm not quite sure what you're trying to tell me.  

I'm telling you to go to Oxford. No matter what. 'Cause if you don't, you'll break my heart.  

Where did you go?  

Cambridge.  

Well. You're clever. And you're pretty.

So presumably, Clever Miss Stubbs won. And here you are with your pony essays. I don't know. These last few months, I've eaten in wonderful restaurants, and went to jazz clubs, and watch wonderful films, heard beautiful music...   

Jenny, you're taking precautions.

Nothing to do with that.

Isn't it?

Maybe will our lives going to end up with pony essays. Or housework. And yes, maybe we'll go to Oxford. But if we're all going to die the moment we graduate, Isn't it what we do before that counts.  

I'm sorry you think I'm dead.

I don't think you're dead. I just...

I think you'd better get to your next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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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cene #2


Jenny, I'm sorry. I know I've made a mess of everything. All my life I've been scared, I didn't want you to be scared. That's why I wanted you to go to Oxford. And then along came David... he knew famous writers, he knew how to get to classical music concerts... But he wasn't who he said he was. He wasn't who you said he was, either. 

The other day, your mother and I were listening to a programme on the radio about CS Lewis, and they said that he moved to Cambridge in 1954. I said, Well, they've got that wrong, our Jenny wouldn't have his name on her book, if he moved to Cambridge. 

There's a cup of tea, and some biscuits out here.


"나이트 클럽에 대해선 모르지만 '교육'에 대해선 알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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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cene #3



Anyway, I can see you are far more in need of responsible advice than I realised. Nobody does anything worth doing without a degree. Nobody does anything worth doing with the degree. No woman, anyway.  

So what I do isn't worth doing. Or what Miss Stubbs does, or Mrs Wilson, or any of us here. Because none of us would be here without the degree, you do realise that, don't you?  And yes, of course studying is hard, and boring...  

Boring!  

I'm sorry?

Studying is hard and boring. Teaching is hard and boring. So what you're telling me is to be bored, and then bored, and finally bored again, but this time for the rest of my life. This whole stupid country is bored. There's no life in it, or colour, or fun. It's probably just as well that the Russians are going to drop a nuclear bomb on us any day now. So my choice is to do something hard and boring, or to marry my Jew, and go to Paris and Rome and listen to jazz and read and eat good food in nice restaurants and have fun. It's not enough to educate us any more, Mrs Walters. You've got to tell us why you're do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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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엔 정말 지름길이 없나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아무리 해봐도 결론은 닥공이네 ^^^^^^^



그리고 Juliette Greco의 Sous le ciel de Paris




120326 한국문학과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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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일의 글쓰기 스타일은 단정적인 말투, 괄호 사용 남발, 잦은 비약 등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 어쨌든 나는 그가 의미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바로는 필자가 상당히 성격이 급하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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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보호해야 한다 / 8. 한국문하의 우울 / 8.1 문학과 국가 / 조영일


박금산의 <바디페인팅>(실천문학사, 2007)은 한국사회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 젊은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구보씨 계열'로 분류될 수 있을 텐데, 이전의 구보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설가 자신의 치부를 까발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와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밀착되어 있어, 최소한의 허구적 장치마도 배제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주인공 '박금산'도 작가 '박금산'도 아니다. 노드롭 프라이리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 작품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아나토미(anatomy)'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얼마나 자신을 진실하게(있는 그대로) 고백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기 자신을 개념화시켰는지에 있다. / p. 204 (강조는 인용자)

* 노드롭 프라이리

한국문학시스템에서 시장의 후퇴와 국가의 등장은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문학시장의 위축과 작가들의 생계위협 때문에, 부득이 국가가 문학판에 끼어들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객관적인 수치만 보더라도 문학시장이 이전보다 더 위축된 것 같지 않으며, 또 작가들의 생활 역시 과거부터 궁핍해졌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마 외적상황의 변화보다는 내적상황(예컨대 창작태도)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소위 '문학의 위기' 이전의 작가들은 '빈곤'을 감수해야 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던 것에 반해, 오늘날의 작가들은 '빈곤'을 근본적으로 문학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제는 더이상 작가가 일반인과 구별된 존재가 아니며, 그의 창작활동 역시 일반 회사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문학가들에게 '빈곤'은 이제 '시적 언어'에 도달하기 위한 단련과정이라기보다는 창작활동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간주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오늘날 작가들이 호소하는 '문학의 위기'는 이처럼 신자유주의(그리고 중심매체의 변화)에 의해 위축된 문학시장의 '가난(위축'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해온 '가난'에 대한 창작자의 변화된 감각에서 생긴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의 원인은 그동안 작가들에게 부여되어온 독특한 가치의 소멸에 있다 하겠다. 작가들은 더이상 시민적 생활에 대한 동경을 품고 살아가는 '길 잃은 시민(보헤미안)'(토마스 만)이 아니며, 기껏해야 시민의 대열에 보조를 맞추면서 그로부터 낙오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소)시민적 생활이란 동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든 사수해야만 성(城), 다시 말해 의무이자 권리인 셈이다.

문학가들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물질적으로는 시민을 자처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과거로부터 넘겨받은 어떤 우월감을 주장한다는 데 있다. 여기서의 우월감이란 적어도 일반시민의 노동과는 구별된 보다 근본적인 무엇이라는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는데, 사실 이런 전제들이 없다면, 막대한 공적 자금을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층 빈민이 아닌 문학가들에게 투여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문학가들의 이런 모순된 자기규정이야말로 한국문학의 마지막 생존 기반이자 문학과 국가의 행복한 동거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바디페인팅>이 왜 소설가의 '우울'을 문제 삼는지는 자명하다. 자유로워야 하는 문학이 국가기금의 포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양가감정(분노와 고마움) 때문이다. ...  

8-2 투명문학의 꿈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고백'이 아니라 '아나토미'다. ...

황현산은 작가의 이상한 염결성(자신을 투명하게 만들려는 욕구)이 사회-윤리적 의지(또 하나의 삶을 향해 말을 건넴)와 굳게 맞물려 있다고 보는데, 여기서 '이상한' 염결성이라 함은 타인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완전히'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다른 말로 수치심을 도려내는 것이다.

... <바디페인팅>은 오늘날 한국의 소설가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음울한 현실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일인지 우스울 뿐만 아니라 경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경쾌함은 매우 현실적인 것에 대해서조차 '비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만든다. ... 어느 수준을 넘어선 객관묘사는 도리어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머는 이런 객관화의 극단적 표상행위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역전을 뜻한다. ... 유머(경쾌함)는 역으로 무언가를 현실적이지 않게(보이지 않게) 해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와 같은 염결성이 은폐(해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바디페인팅>에서의 유모는 완전한 자기폭로(자기투명화)에서 생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리감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내면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수치심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결코 획득될 수 없는 것이 유머라는 말이기도 하다. 

8-3 잉여로서의 빈곤

... 근대문학에서 '빈곤'은 매우 중요한 테마이다. ... <바디페인팅>은 자본에 저항하는 문학가라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빈곤)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이 같은 물음은 어쩌면 우문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는 '빈곤'이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빈곤은 존재하지 않고 빈곤에 대한 '두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8-4 우울과 비아그라 (재밌음. 너무 길어서 안 옮김)

8-5 유토피아와 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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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을 지나치게 낭만화 하는 것 아닌가. Climbing out of poverty by your own efforts, that is indeed something on which to pride yourself, but poverty itself is romanticised only by f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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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가들의 변화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수사라고 생각함. 하지만, 글을 읽다 순간적으로 짜증나는 대목이 있다면 발언이 너무 터무니없거나 인식은 못하지만 그 사실이 치부를 찌르기 때문이다. 분간하는 건 곰곰히 생각해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짜증 수준에서 멈추면 다다를 수 없는 곳이지만.

 

120217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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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싹싹하게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던 다른 팀 사람이 오늘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아쉬운 마음 때문만은 아닐 거다. 계약이 만료되어서 나간단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겠지. 뒤에 다른 사람이 온다는데, 왜 같은 사람이 하던 일을 계속 하면 안되는가? 옳지 않다는 느낌.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닌 나도. 비정규직이 천지에 널려있는 방송국. 피디급은 대부분 사원이지만 조연출은 사원이 10%도 안 된다. 적게 뽑고 아래 허드렛일 인력은 계약직, 협력직, 심지어는 바우처를 받는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심보. 방송국이 비정규직을 말하는 건 정말 모순이다. 

이러한 노동 구조는 어디까지 정당화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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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활기찬 에너지, 긍정적인 힘을 받으면서 일하고 싶어. 아저씨와 아저씨들의 세계. 듀나의 범죄와의 전쟁 평에서 공감한 것. 최익현의 캐릭터가 지극히도 과장되어 보이는 캐릭터면서도 그것이 '오바'로 다가오지 않는 건, 우린 여기에서는 최익현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실제로 수많은 최익현들을 보아왔을 것이다.) 아저씨의 세계.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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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이민가고 싶다! 냠냠. 백수가 되면 제주도에 가서 쉬고 싶다. 흐히히히.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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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오늘 생일이다. 히히. 지금 한시간 반 후 비행기를 두고 십 분 후에 무사퇴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꺄옹. 운전하고 싶다! 추운 서울을 등지고 놀러간당 히히히ㅣㅎ히ㅣ히히힣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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