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기자님 엉엉엉 김연수님 흐억.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9962
누구보다 언어의 가능성을 신봉하는 사람이 작가고, 시네마의 힘을 믿는 사람이 영화감독이라고 우리는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그 역 또한 사실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도구가 가진 결함과 연약함을 누구보다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예술가들의 일이란 어쩌면 그 불완전함의 굴곡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은 도달불능점을 기어코 손으로 감촉하는 일이 이 세계에서 그나마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임을 수긍하고 실천한다. 궁극적으로 실패함으로써 자신의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을 증명한다. 거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무용한 아름다움이다.
그렇다. 어떤 한 장르의 가장 큰 한계는 그 장르를 규정하는 도구(문자, 영상, 소리)이고 어떠한 작품이 가장 빛날 때는 그 한계를 가장 빛나게 드러냈을 때이다. (“어떠한 형식을 통한 예술이건간에 그 예술이 가장 빛날 때는 그 형식의 ‘제약’을 반대로 이용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역사소설을 쓸 때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취재하십니다. 고증에서 상상력으로 갈아타는 지점을 어떻게 정하세요?
=상상력 자체가 자료에 기초해요. 자료로 더이상 알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자료를 보죠. <꾿빠이 이상> 같은 경우 마지막 순간에 이상이 갖고 있었던 마음이 가장 중요한데 그건 자료가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에요. 그 부분을 제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읽는 이들이 자료로 써진 부분을 읽으면서 유추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제가 한 작업이었어요. 그게 인문학적 상상력인 것 같아요. 어떤 진실의 순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쓰지 못해요. 방계의 정황들로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으면 제일 좋다고 생각하죠.
예컨대 1940년에 태어나 60년에 대학 들어간 인물을 쓴다면 그 무렵 그가 읽었을 법한 책을 무작위로 읽어 그의 교양수준, 접했던 어휘, 감각적으로 노출됐던 폭력, 인식의 지평을 체화해야 해요. 그렇게 인물의 상태를 파악한 다음, 극적인 상황에 던져놓아야 고유한 행동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