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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7.15 140715 무한 / 존 배로 / 키스 자렛 1
- 2014.07.10 140710 쇼핑
- 2014.07.06 140706 pat me on the back
- 2014.06.16 140616 2
- 2014.06.15 140615 외식의 품격과 최강록
- 2014.05.16 강로긔의 맛 공작소 1
- 2014.05.11 먹사 외
- 2014.04.23 140423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
- 2014.04.22 손열음
- 2014.04.12 140412 철부지
140715 무한 / 존 배로 / 키스 자렛
하늘이 캄캄한 것은 우주가 몹시 늙었고, 아주 크고, 따라서 거의 비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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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칸토어는 다섯명의 형제와 함께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며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좋은 사립학교에 다녔다. 게오르크는 재능이 많았다. 그는 친척들처럼 음악가나 미술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십대 시절에 점점 더 수학, 물리학, 천문학에 빠져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공부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 후원했고 운명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을 아들의 영혼에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그의 스승이었던) 크로네커에 따르면 무한집합에 관한 모든 논의는 불법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그 논의는 무한집합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크로네커는 수학을 자연수에서 유한한 단계를 거쳐 도출되는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체계로 정의하고자 했다. 그가 어느 연설에서 진술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은 그 목표를 표현한다. "신은 자연수를 창조했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인간의 작품이다." (...) 크로네커는 어떤 것을 구성하는 방법을 명시적으로 기술할 수 없으면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단계적인 구성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존재의 필연성을 이야기하는 증명들을 허용하지 않았다. 요컨대 크로네커는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믿는 것보다 더 좁은 수학을 믿었다.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 존 배로
요즘은 문학보다도 낭만적인 건 물리학이란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정말 소설보다도 더 문학적이고 흥미롭다! "하늘이 캄캄한 것은 우주가 몹시 늙었고, 아주 크고, 따라서 거의 비어 있기 때문이다."라니!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다. 천체물리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분명 이 물질 세계의 비밀을 아는 기분일 거야...
John D. Barrow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리과학 교수이자 밀레니엄 수학 프로젝트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주론과 천체물리학에 관한 17권의 책과 320편이 넘는 논문을 쓴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저술가다. 영국 왕립협회의 회원이면서 케임브리지 클레어홀칼리지의 부총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왕립글래스고철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켈빈 메달과 마이클 패러데이 상을 수상했다.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 과학의 전반적인 양상을 역사적, 철학적, 문학적으로 분야를 넘나들며 탐구한 그의 책들은 전 세계 28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과학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무영진공》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우주의 기원》 《수학, 천상의 학문》 등이 있다. 지은이는 연극 〈무한(Infinities)〉을 집필하여 상을 받기도 했다.
연극을 집필하는 수학자라니 이렇게 멋질 수가! 앤드류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나오는 교수가 꼭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절판된 무영진공을 제외하고 다섯권이다.
케임브리지에서 재직하고 있다니 궁금해서 찾아보니 생각보다는 덜 지적으로 생겼지만, 여튼 강의가 있어서 링크.
강의 자체가 재밌는진 모르겠지만...
(무려) 코페르니쿠스 페스티벌에서 열린 55분짜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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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크게 질렀다. 역시 이런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어... 일단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여튼 스페인이라니! 나도 드디어 구라파 대륙을 밟아보누나. 아하하하하. 벌써부터 헤밍웨이(;)와 카탈로냐 찬가와 가우디와 빌바오와 등등등등을 읽고 가겠다는 의욕(만) 넘치는데... 그것보다 여행 계획이나 잘 짜서 가면 다행이겠다. 포르투갈도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될까. -_ㅜ 포르투는 정말 지상낙원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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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까페에서 흐르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이 음반이었다. 겨우 지난달에 나온...
공교롭게도 더블베이스 연주자인 Charlie Haden은 나흘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좋은 ECM 음반을 찾을 때마다 뭔가 뿌듯한 이 느낌 뭐지?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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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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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끝났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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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려 있던 스트레스를 온갖 쇼핑으로 풀고 있다.
최근에 산 것들:
아침대용식:
연세 무첨가두유 16팩 (정말 니맛도 내맛도 아니지만 다른 달지 않은 두유 찾다가 정보의 홍수에 지쳐서 그냥 다시 시켰다)
날씬현미 (마침 두유가 떨어졌는데 정말 아침에 배가 너무 고프고 책상에 쟁여놓은 간식도 다 떨어져서...)
견과류 (계속 살까 말까 고민하던 펀샵의 닥터 넛츠! 비싼데 맛없기만 해봐라.)
리빙:
실커튼 (더운 날씨에 맘껏 헐벗고 뒹굴 수 있도록. 변태 시선 차단! 텐바이텐의 2~3만원짜리와 네이버 체크아웃의 5천원짜리 중에 고민하다가 싼 거 사봤는데 무난하고 멀쩡해서 뿌듯.)
적외선 경보기 (우리 집이 4층이긴 하지만 문제의 창문 바깥에 사람이 2명은 누울 수 있을 만큼 넓은 창턱이 있는 게 함정이라서 105데시벨로 울린다는 적외선 경보기를 어제 새벽 두시에 충동 구매했다. 방범합시다 방범...)
화장품 정리대 (루나파크 포스팅을 보고 산 화장품 정리대인데 아직 배송이 안 옴. 유용하기를 바란다!)
옷:
린넨 셔츠 (뒤늦게 유니클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린넨 셔츠 구입. 노란색과 남색만 남아 있어서 남색 구입.)
스카프 (사무실에서 두르려고 샀는데 두르는 게 그다지 편하진 않지만 여튼 너무 예쁘고 보드랍고 시크한 재질. 내가 꿈꾸던 스카프구나! 니가 유니클로에 있을 줄이야. 유니클로 스릉흔다...)
구멍 뚫린 나시 (나의 둥글고 좁은 어깨를 어느정도 가려주는 구멍 뚫린 나시. 디스트로이드룩이라고 하나여 이런 거. ㅋㅋㅋ)
이 모든 것을 이번 주에 샀더니 통장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침대용식은 아무것도 오지 않아서 나는 지금 너무 배고프고 어지러울 뿐이고...
출근 전에 아침을 먹고 오는 건 무리이니 사무실에서 뭐라도 먹는 게 좋은데
1년간 적합한 대용식을 찾아 헤맸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doctor certified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로서 -_- 식단 조절에 관심을 갖기로 했는데
과일(사과/바나나)을 먹으면 좋겠지만 씻어야 하고 여튼 아침에 냉장고에서 꺼내와야 하니 매번 까먹는 게 함정...
게다가 바나나는 금방 물러버리니까...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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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6 pat me on th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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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속상한 일들이 좀 있었다. 내일이 마감이라 오랜만에 집에서 책상에 앉았다. 유튜브 팻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어두운 조명에 의자에 앉아 있으니 비록 교정을 보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내가 무신경했다. 속상하다. 확인할 게 300페이지나 남았는데 속상해서 일도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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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병문안을 다녀왔다. 무책임하고 바보 같은 놈이지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름 많이 걱정했지만, 너무 걱정한 티를 내고 싶지 않기도 했고 엄청 걱정한 척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진심인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 보고 싶기도 했고 안 보고 싶기도 했고, 걱정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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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병문안을 다녀와서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었는데 더 속상한 일이 생겼고, 그냥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오래 노력해도(아니 이렇게 오래 노력했기 때문에) 섭섭하고 속상하게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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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집중적인 음주로 속을 아주 버렸다. 주말 내내 좀비처럼 지내면서 금주를 결심했건만 오늘 또 갑자기 재밌는 만남이 생기는 바람에 칭따오를 마셔버렸네! 하지만 여튼 속을 버려서 그런지 두세잔밖에 안 마셨는데도 속이 조금 안 좋았다. 왜 이렇게 절제를 모르고 술을 처마셨는지...
여튼! 그 와중에 발견한 아주 맛있는 소주가 있으니 도자기 명가 광주요에서 만드는 '화요'! 19도 25도 41도로 다양한 도수로 선택이 가능하며 토닉워터와 레몬이 함께하면 정말 상큼하고 여름에 딱 어울리는 알콜이 되지 말입니다. 맛없는 맥주 마시다가 화요를 한입 맛보고 눈이 아주 말똥말똥해졌다 ㅜㅜㅜㅜㅜ 타코와사비와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신세계를 맛보았다. 요즘은 맥주가 딱히 입에 맞지 않는 대신 도수 높은 술이 매우 끌리는데 맛있다고 개념없이 마시다간 저번주 같은 사태를 맛보게 되므로 반드시 절제해야 합니다...
어김없이 여름은 돌아오고 쬐어내리는 자외선이나 웅성웅성한 여름밤의 사람들 말소리가 정말 술을 부른다. 술친구가 해외로 출타를 해버려서 나는 이 넘치는 열기를 이 여름 동안 어떻게 주체해야 할지 모르것다. 사고만 안 치도록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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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각자의 성정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화에 반응하는 모습이라던가(반응은 대개 두가지로 나뉜다. 냉소와 분노.)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불신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신뢰했을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과 불신했을 때 피할 수 없이 벌어질 틈새. "환상을 갖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황당함.
이곳의 사람 사이의 알력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갑갑하다. 다들 '그래도'라는 생각을 하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서도 그게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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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엑스맨: days of the future past 와 Her를 봤는데 둘 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엑스맨은 전편들을 처음부터 보고 싶어졌고 Her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둘 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라서 즐거웠다.
그것보다도 일단 매그니토가 겁나게 멋있어서 반해버렸지 뭡니까. 아아 파스밴더여...
나는 '이상형'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불끈불끈하는, 에스트로젠이라곤 한방울도 없는 남성 캐릭터를 꼽는데(물론 이런 남성을 실제에서 만나고 싶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파스밴더가 분한 매그니토나 격투기 선수로서의 추성훈... 하여간 근육이 불뚝불뚝한 남성에 대한 어떤 선망이 있다. -.- 아 부끄러워? 물론 실제로 이런 사람이랑 사귀라면 무섭고 어려워서 곤란하겠지만, 영화 캐릭터로 나와버리면 반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만나본 남자들은 (그리고 주변의 남자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이 뭐랄까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꼭 그렇진 않나?) 아마 내가 속한 계층이나 문화적 섹터에서 여성성을 발휘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현대사회가 남성성의 어떠한 부분을 경외시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모르것다 잘 생각을 안 해봐서...
좀 이상한 얘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여튼 요즘 아이돌들을 보면 남성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오히려 뭔가 남성성의 특수한 부분(생존력?) 표본으로 떼어놓고 전시하는 모양새 같기도 한데(예: 짐승돌, 군대 예능, 정글) 음... 뭔가 말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여간 나는 파스밴더가 멋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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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잡소리는 그만하고 ㅋㅋㅋㅋ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모다??????????
140615 외식의 품격과 최강록
http://ch.yes24.com/Article/View/25459
"7평 정도의 점포에서 하루 종일 무슨 요리를 했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예, 하루 종일 수비드를 했습니다. 고기뿐 아니라 어패류, 채소까지 들어오는 재료의 80퍼센트는 수비드를 이용해 반찬으로 만들었습니다. 고기 종류와 부위별로 가열온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테스트를 해야 했습니다. 몇천만원을 들여 수비드 기구를 구비하고 일본에서 특수비닐을 사오기도 했지요. 월세 내는 날이 빨리 다가온다는 걸 느끼게 해준 건 아마 이 수비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수비드로 요리계에서 혁신의 한 획을 긋고 싶었으나, 제 인생에서 아픔의 한 획을 긋고 끝났습니다. 아예 ‘수비드반찬전문점’이라고 간판을 내걸어볼걸 그랬습니다." - 최강록, 요리덕후.
덕후는 이런 사람을 덕후라고 하는 거다. 마셰코 보면서 느낀 건 이런 인간도 있는 사회에서 나 같은 헐랭이덜랭이는 승산이 없다! 물론 이런 덕후도 (시장에서는) 승산이 없다. -.- 왜... 망했을까요...
최강록이 어리버리한 덕후라면
반면에 요즘 읽고 있는 에세이인 [외식의 품격]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한없이 까다롭고 주변 사람들의 짜증을 적잖이 유발할 것 같은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피자와 파스타로 돌아가보자. 전자의 근원은 빵이다. 반죽 맛으로 먹는 음식이고, 실제로 그렇게 즐긴다. 파스타는 또 어떤가. 현지에서는 ‘면맛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스는 면을 가리지 않는 정도로 조금만 더하는 게 맞다. 그래서 평가는 때로 아주 간단하다. 토핑이 넘쳐나는 피자,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는 잘못 만든 음식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았으니 당연히 맛이 없고, 사실 먹을 필요조차 없다." - 외식의 품격 / 이용재
피곤하지만, 읽다보면 '짜증'을 부리는 이유와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납득이 잘 간다. 여튼, [외식의 품격]도 꽤 재밌다. 같이 산 [18세기의 맛]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
번외로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 3은 재미도 전 시즌에 비해서 떨어지고 연출도 너무 과하다.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언젠가 봐야지... 요즘 나의 밥메이트는 무한도전 초기 에피소드.
새로 뭘 보는 건 굉장히 힘들고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강로긔의 맛 공작소
로긔로긔 강로긔가 음식 칼럼을 채널 예스에 연재하고 있다.
아이 재밌어 +_+
http://ch.yes24.com/Article/List/2496
쏠쏠한 정보들이 그득하다.
아이폰이 생긴 이후로 사람들이 왜 음식 사진을 찍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보리 옆 텔레토비 동산에서 피크닉한 날
올해의 첫 빙수
청포도
볼로네즈 파스타
말린 방울토마토 넣었는데 맛났다
가지에서 수분 뺀다고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려서 망한 가지 라자냐
성공한 베이컨 버섯 크림 파스타
파스타 그릇을 산 후로 파스타만 주구장창 해먹고 있음
국물이 맑았던 순천 웃장 국밥
순천만 게장 백반
YG사옥 옆의 손탁 커피
사장님이 엄청 친절 융드립을 해줬다
"돌아다니면서 남의 집 화초나 화분을 훔치는 사람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화분 도둑질당해서 빡친 101호
목련 나무인 것 같은데 잎이 무성했다
저번의 성공을 기억하며 만들었으나...
표고버섯은 잘 안 어울리데스요
냉장고에서 3주째 방치된 토마토를 마리네이드함
봄비 와서 기분이 좋다
무념무상 먹을 것만 생각하자
140423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
마포구청역에 내려서 날씨도 좋고 슬 걸어오면서 망원시장을 통과했다. 봄 저녁 시장의 시끌시끌함이 좋았다. 정육점 아저씨가 친절했다. 간 소고기를 300g 사서 볼로네제 소스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수입육이라 그런지 잡내가 너무 난다... 냄새를 잡으려고 내가 타임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타임을 넣었다. 잔뜩 끓이면 냄새 안 나겠지? 흑...
오이가 다섯개에 천원 막 이랬는데 살걸 후회된다. 못 먹으면 얼굴에라도 붙이게 ㅋㅋㅋ
*
간간이 읽고 있는 <요리를 욕망하다>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로 잘 알려진 미국인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의 책이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발췌한 부분처럼 흥미로운 지점이 있지만 '요리의 사회문화사'라는 거창한 부제에 비해서는 별로 건질 거리가 없다. 통돼지 바베큐에 대한 텍사스적 로망이라든가 하는 미국인 아저씨의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져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별로 없다. 불-물-공기-흙이라는 구성도 의아하고... 차라리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살걸... 비 윌슨의 <공포의 식탁>도 앞에만 조금 봤는데 손이 잘 안 간다.
출퇴근길에 곰선배가 빌려준 <돈가스의 탄생>을 (이제야) 읽고 있는데 이건 훨씬 재밌다! 일본에서 육식이 1200년 동안 금지됐었다니!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에코리브르 2014)
고대에 널리 퍼진 동물 공희 의식은 이러한 양심의 가책이 인간을 매우 오랫동안 괴롭혀왔음을 암시한다. 칼로 목을 따기 전에, 그리스의 사제들은 제물로 바쳐진 동물의 이마에 물을 뿌려서 동물이 머리를 흔들면 이를 찬성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아주 냉정히 생각하면, 희생제의의 많은 요소는 실로 우리가 꺼림칙하게 여기지만 해야 하거나 어쨌든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간편한 합리화처럼 보인다. 이런 의례를 통해 먹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신이 요구하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거라고 우리 자신을 달래는 것이다. 우리가 불 위에 동물의 고기를 굽는 이유는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피워 공물이 하늘에 닿게 하기 위해서라고, 가장 좋은 부위를 먹는 까닭은 육즙이 제일 풍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은 연기만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되뇌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음식이 '먹기 좋아야'-맛있고, 안전하며, 영양가가 풍부해야-할 뿐만 아니라,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빌리자면, '생각하기에도 좋아야' 한다고 고집한다. 우리는 여러가지를 먹지만, 특히 생각을 먹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p.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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썷어놓은 채소는 적절히 배합해야 냄비 요리 특유의 맛과 문화적 정체성이 비로소 우러난다. 그래서 깍둑썰기한 양파와 당근, 셀러리를 버터(때로는 올리브오일)로 소테하면, 프랑스 요리 중 하나인 미르푸아(mirepoix)가 완성된다. 그러나 잘게 썬 양파, 당근 및 셀러리 다진 것을 올리브오일로 소테하면 이탈리아 요리의 기본인 소프리토(soffrito)가 완성된다. 그런데 '소프리토(sofrito)-f 하나와 t 하나로 쓸 때-는 양파와 마늘, 그리고 셀러리 대신 썬 토마토를 소테한 에스파냐 요리다. 레시피에 썰어놓은 파와 마늘, 생강이 기본으로 들어가면, 서구 음식과 아주 다른 이른바 '아시안 미르푸아'라고도 하는 음식이 된다. 이는 극동지역 여러 요리의 기본이 된다. 인도에서 냄비요리는 보통 '타르카(tarka)'로 시작하는데, 깍둑썰기한 양파와 향신료를 정제 버터 또는(ghee)로 볶은 것이다. 이런 용어나 기법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처럼 썬 채소를 베이스로 한 음식의 향을 통해 우리는 어느 나라 요리인지 즉시 알게 된다. (p. 155)
*
양파는 왜 그토록 냄비요리에 널리 쓰일까? 소금 다음인데, 양파만큼 광범위하게 쓰이는 요리 재료를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양파는 두번째로 중요한(토마토 다음으로) 채소 작물이며, 농작물이 자라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기를 수 있다. 그러면 양파는 음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민은 양파를 비롯해 흔히 쓰이는 향신 채소들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음식에 단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집요하게 설명을 요구했더니, "화학반응인 거죠"라고 답했다. (...)
그런데 어떤 종류의 화학반응이란 말인가? 미르푸아를 폭넓게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맥기조차도 그답지 않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양파와 당근에 들어 있는 당분이 소테 팬 안에서 캐러멜화됨으로써 각종 맛 화합물이 요리에 더해진다는 답변은 명백히 틀린 답변이다. 캐러멜화된 당분이라는 이론은 셀러리로 미르푸아와 소프리토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셀러리는 수분과 셀룰로오스를 제외하면 단맛을 거의 내지 못하는 채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신 채소를 볶을 때 캐러멜화(또는 마이야르 반응)를 제외한 다른 과정이 끼어든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마이야르 반응은 요리에 맛을 더해주는 과정이지만 비밀이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
(...) 낮은 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채소 안의 긴 단백질 고리가 아미노산 구성요소로 분해되며, 그중 (글루탐산처럼) 음식에 '우마미'-일본어의 '맛있다'라는 뜻인 우마이에서 온 말-라는 감칠맛을 더해준다고 알려져 있고 이런 사실이 적어도 그럴듯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온라인에 단서가 많기도 했다. 우마미는 이제 짜고 달고 쓰고 신 맛과 더불어 제5의 맛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다른 맛과 마찬가지로 혀에 우마미만을 탐지하는 수용기가 있다. 별 맛이 없는 셀러리도 냄비요리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으며, 이것은 탄수화물로 세포벽이 단단해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
흔히 사용되는 여러 향신료와 마찬가지로, 양파는(그리고 마늘도) 요리한 후에도 남아 있는 강력한 항균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미생물학자들은 양파, 마늘, 향신료가 고기에 있는 위험한 세균이 성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고기가 훨씬 쉽게 부패되는 적도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이런 식물이 요리에 훨씬 자주 들어가는 이유를 알려주는 힌트인지도 모른다. 냉장시설이 등장하기 전에 음식, 특히 고기가 세균에 오염되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인도 요리를 보면, 고기 요리보다 채소 요리 레시피에 향신료가 적게 들어간다.) 순전히 시행착오를 거친 덕에, 우리 조상들은 인체에 해롭지 않게 보호해주는 특정 식물의 화학성분을 발견했다. 양파는 아주 강력한 항균성 식용식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그런 식물의 '맛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분자들의 맛을 후천적을 학습한 효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p.175)
손열음은 글도 잘 쓴다.
http://sunday.joins.com/article/search_list.asp?query=%BC%D5%BF%AD%C0%BD&news_sort=date&news_source=61&news_sch=reporter&sdate=&edate=
킁.
140412 철부지
4년 만에 들여다보는 문구.
Skepticism is a resting place for human reason, where it can reflect upon its dogmatic wanderings, but it is no dwelling place for permanent settling. Simply to acquiesce in skepticism can never suffice to overcome the restlessness of reason. - Immanuel K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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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다른 삶을 산 사람의 일기를 볼 때 느껴지는 노스탤지어랄지, 어떤 블로그를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신의 나이보다 5년은 일찍 산 것 같은 그 사람만의 아우라가 있지만.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라볼 수록 짠한 마음과 존경심이 동시에 드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 성실한-그럴 수밖에 없는-사람이기도 한 반면 그에 수반되는 감정노동을 견딜 수 없는 성정에 한없이 고생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한동안 맹목적인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하나의 이념 혹은 이상에 푹 빠질 수 있는 사람이란 얼마나 대단한가를 생각하고 있다. 어떠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 투쟁한다는 것은 비웃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이상이어도. 교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유년의 이성도 무섭지만 회의주의에 안주하는 이성(=나?)이 더 무섭다. 한번도 맹목적이어보지 않은 사람은 진화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살면서 한번은, 아니 한번 실패하고도 또다시 푹 빠지고, 그를 후회하고 회의하고 탓한 후에야 다시 믿을 수 있는 거니까. 어떤 이의 기억을 뒤쫓으면 저 사람이 보기에 나는 얼마나 철부지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시간이 아득해진다. 어쨌든, 언제든지 반성하고 싶으면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반성이라곤 모르는 건방진 나는 주기적으로 자기반성을 해야 하니까.
존경해 마땅한 사람들과 치열해 마땅한 시간에 대한 존중을.
시간이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쉽사리 무화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요즘 만나는 여러 사람에게서 발견한다. 스무살의 사람들은 대개 비슷하다. 스물다섯의 사람들은 조금씩 다르다. 마흔의 사람은 정말 소수의 몇을 빼놓고는 다시 천편일률적이다. 다만 그 몇명은 아주 다르다. (아직 그 이상의 사람은 가까이서 많이 볼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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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토요일에 꾸무럭대며 나와서 이제 25페이지 남았다. 사진 자리도 잡아야 하고 다시 검색도 한번 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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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언니의 라디오가 끝났다. 마음의 평안을 주던 위클리 40분이여 안녕.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