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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03.19 140319 박은지 부대표
  4. 2014.03.14 140314 카포티. 노예 12년 2
  5. 2014.03.01 140301
  6. 2014.02.14 140214 패션붑
  7. 2014.02.12 140213
  8. 2014.02.10 140210 Boeuf Bourguignon
  9. 2014.02.04 140204 The Last Play at Shea / Hoffman
  10. 2014.02.03 140203 끄응

장영혜중공업


http://yhchang.com/


훈늉하다


http://blog.naver.com/drizzlesb?Redirect=Log&logNo=60093167782

140322 3월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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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엔 대개 힘이 넘쳐서 열심히 먹을 것을 만든다. 한번 해보고 성공해서 여러번 해먹은 시금치 계란 오믈렛(이라고 레시피에 이름이 써 있었지만 엄밀히 오믈렛은 아닌 셈). 그냥 마늘을 조금 넣고 익힌 것 뿐인데 익힌 시금치가 이렇게 맛있는 것인 줄이야! 


단점은 시금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한 봉지를 사서 주중에 국수를 몇번 해먹고 주말에 이걸 한번 해먹으면 된다. 


















*





이걸 보고 볼로네즈소스를 만들었다.


그대로 만들자면 밤새 끓이면서 맛을 내야 하지만, 그럴 것까지 없고 대충 조금 끓이다 말았다.

특이한 점이라면 화이트와인과 우유가 들어간다. 

3개월 전에 따서 한잔 마시고 잊혀진 편의점산 화이트와인을 구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화이트와인을 넣으니 고기 잡내가 없어져서 매우 좋다.

우유의 역할은 잘 모르겠으나(토마토소스에 우유를 넣는다니 이게 무슨 해괴망칙한 소리?)

맛이 더 풍부해지겠지 아마도...


나는 이걸 만들고 C는 옆에서 바나나머핀을 만들었는데,

집에 머핀 틀이 없고 마들렌 비슷하게 생긴 조개모양 틀밖에 없어서 shell-fin이 되고 말았다.

기름이 과하게 들어가서 맛이 없었다.


*


C가 좋아하는 라자냐를 만들었다. 나는 토마토소스, C는 베사멜소스를 만들었다. C는 라자냐라면 거의 달인이다. 나는 저번에 만든 볼로네제소스 레시피를 재탕했다. C는 자기가 만든 라자냐 중에 제일 맛있다며 감탄했지만 나는 좀 느끼했다. 토마토소스를 더 많이 넣고 치즈도 더 많이(최소한 세종류)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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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죽어가는 감자들(어째서 감자가 폭신폭신한 거지?)과 싱크대 옆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가던 당근을 구제해 감자스프를 만들었다. 대충 감으로 만들었는데 맛있어서 성공. 다만 좀 짜다. 어쩌다보니 버터를 무지하게 많이 넣어버렸는데 거기에 소금이 들어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소금을 더 추가한 것이 패착. -.-




이렇게 만들었다:


1. 감자와 당근을 깍둑 썬다. 양파도 다진다. 버터에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나머지 재료를 다 넣고 잠시 볶는다. 귀찮으니까 한눈 팔다가 조금 태운다. 

2. 유통기한이 9개월 지난 치킨스톡 큐브를 넣고 스톡을 만들어서 양껏 붓는다. 너무 물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한참 끓이면서 재료도 익힌다. 

3. 치킨스톡을 넣기 전에 밀가루를 넣어서 볶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를 욕하며 다른 팬에 따로 베사멜소스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버터가 과다하게 첨가되었다. 

4. 베사멜소스 버터:밀가루 비율을 기억하지 못해서 밀가루를 넣었더니 크럼블 조각처럼 되었다. 묽어질 때까지 버터를 첨가한다. 대충 볶다가 밀가루를 조금 태운다. 우유를 넣어서 수습한다.

5. 대충 그럴듯해보이는 소스를 한참 졸아든 야채+스톡에 붓는다.

6. 그전에 야채+스톡을 믹서에 가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나지만 이미 늦었다.

7. 이미 끈적해질 대로 끈적해진 혼합물을 믹서에 넣고 간다. 뜨거운 걸 넣었더니 믹서 통이 팽창해서 뚜껑이 안 열린다. 

8. 우여곡절을 거쳐서 대충 야채 조각들을 갈고, 다시 냄비에 붓는다. 너무 되다. 우유를 첨가하려 하지만 우유가 다 떨어졌다.

9. 포기하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하고 튀긴 베이컨과 파슬리를 올려서 그냥 먹는다. 맛있다. 


*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만들어두고 눈곱도 안 떼고 스프를 만들다보니 커피가 다 식어버렸다. 과연 전자레인지에 커피를 돌려도 될 것인가 고민하다가 드디어 돌려봤다. (여태 여러번 고민함) 성공적으로 커피가 데워졌고 참고로 전자레인지가 영양분을 파괴하네 어쩌네네 하는 것은 다 괴담이라고 한다. 자취를 시작하고 전자레인지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으로 전자레인지를 집에 들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엄마가 매직오븐을 구매하겠다고 해 본가의 전자레인지를 업어왔다. 10년 묵은 전자레인지지만 좋은 제품이라 쌩쌩하게 돌아가고 옆에 간이 토스트기까지 달려 있다. 단점은 매우 크다는 것.


전자레인지가 있으면 냉동식품만 먹게 될 것이라는 나의 망상과 달리 전자레인지는 나의 식생활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켰다. 밥솥에 48시간 보온되어 누런 색으로 변하고 쩔은 내가 나는 밥 대신 냉동실에 얼려둔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고 폭신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식은 커피도 버리지 않고 데워 먹을 수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예전의 정서를 잃게 할까 두려워하지만, 각각 다른 시간에 식탁에 앉는 제멋대로인 아이를 둔 주부가 매번 가스불을 켜서 반찬을 데우지 않아도 된다거나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력도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 간편하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간과한다. 직접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동을 낭만화하는 것이다. 


비 윌슨에 의하면 근대 이전에는 되도록이면 가공을 많이 한 요리가 고급요리로 여겨졌다고 한다. 'refined'라는 단어는 요즘 '부유하다' '세련되다'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원래는 음식을 가공한 정도를 가리켰다고 한다. 중세의 주방에서는 하인 여러명이 재료를 찧고 빻고 치댔다. 손님들은 '부인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손이 많이 간 음식을 대접받을 때 주인의 경제적 계급적 지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노동력을 줄여주는 부엌 기술의 발전이 정체된 것은 음식문화가 하인을 부릴 수 있는 귀족들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했지? 


어쨌든 아래는 <포크를 생각하다>에서 전자레인지 관련 부분:


"요리 자체의 발명을 제외하고, 부엌 기술 분야에서 등장한 최고의 발전은 가스불이었다. 가스불은 불 관리에 수반되는 오염, 불편, 시간 낭비로부터 많은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전자레인지다. 세계 각지의 비좁은 도시 부엌에서는 전자레인지가 주된 열원으로 쓰인다. 요리사들도 전자레인지를 많이 쓴다. 그래도 전자레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고, 우리는 한때 불꽃에 품었던 애정을 전자레인지에는 좀처럼 품지 못한다. 


전자레인지는 많은 일을 훌륭하게 해내면서도 공을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 전자레인지는 생선을 촉촉하게 익혀주고, 옛날식 찜 푸딩을 몇분 만에 만든다. 전자레인지의 재주를 빌리면 부엌을 최대한 적게 어지르면서 설탕을 캐러멜화할 수 있고, ... 완벽하게 포슬포슬한 바스마티 쌀밥도 뚝딱 지어낸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는 즐거움 못지않게 공포를 일으킨다. 전자레인지가 1950년대에 처음 시판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불 없는 오븐'에 당황했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도구에 당황하고 걱정한다. 전자레인지는 1945년 레이시언 사에서 일하던 퍼시 스펜서가 발명했다. 스펜서는 당시 군사용 레이더를 연구하면서 마이크로파 생성에 쓰이는 진공관인 마그네트론을 개량하고 있었다. ...


요즘도 전자레인지 조리를 미심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건강 측면에서 전자레인지를 두려워했다. 최근 모델들이 1mW/cm2라는 지극히 깐깐한 복사선 노출 기준을 지키는 데에 비해 구형 모델은 종종 10mW/cm2 이상을 냈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경우든 우리가 불꽃에서 60센티미터쯤 떨어져 있을 때의 노출도(50mW/cm2)보다는 훨씬 더 낮다. 현재까지의 모든 증거로 보아 전자레인지는 건강에 무해하다. 전자레인지 조리는 다른 조리법과는 달리 불가해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사실 공평하지 못한 편견이다. ...


전자레인지의 진정한 단점은 기구 자체가 아니라 사용방식이다. 전자레인지는 안타깝게도 전후 간편식의 시대에 시장에 등장했다. 1989년 영국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의 가장 흔한 용도는 조리가 아니라 '다시 데우기'였다. 대부분의 부엌에서 전자레인지는 요리의 한 형태가 아니라 요리를 회피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서 삐 소리가 날 때까지 망연히 기다린다. 전자레인지는 온 가족이 같은 시각에 식탁에 둘러앉을 필요 없이 언제든 따뜻한 음식을 먹게끔 해주었다. 


이것은 우리가 유지해온 사회적 생활의 종말을 뜻할까? 역사학자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는 전자레인지가 해로운 방식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전자레인지가 우리를 '사회성 발달 이전 단계'로 되돌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기야 전자레인지를 보고 있자면 우리가 불을 발견한 일은 없었던 것만 같다. 인류는 역사 내내 불을 가두고 통제하려고 애썼다. 불은 사회적 생활의 구심점이었다. ... 우리가 불을 그리워하고 생활에서 불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한다는 징후도 간간이 보인다. 아마추어 요리사들은 해가 났다 하면 잽싸게 바베큐 도구를 꺼내어 불꽃으로 소시지를 굽는다. 그 열정을 보노라면 정말 오늘날의 요리는 구심점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자레인지 앞에 둘러앉아 밤늦도록 도란도란 대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자레인지의 각진 유리몸통은 우리의 손도 마음도 덥히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깡그리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리 과정은 설령 관습적인 옛 방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마련이다. 전자레인지가 옛 화덕처럼 가정의 구심점이 될 수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불가에 모인 수렵채집인처럼 전자레인지 앞에 옹그린 채 경이로운 표정으로 잠자코 팝콘이 튀겨지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 윌슨 / <포크를 생각하다> 中

140319 박은지 부대표

조금 늦은 추모.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에 온 토요일이었다.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오랜만에 즐겁고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고 동네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약간 피곤한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뒹굴대면서 휴대폰을 열었고, 박은지 부대표의 사망 소식을 읽었다. 모르는 이였지만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그녀의 삶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의 고요하고 적막했던 집 안의 공기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타임라인은 잠깐 소란했을 뿐 금방 평소의 씨니컬함과 유희를 되찾았고, 당원 게시판의 조회수는 대부분은 몇백, 많아봤자 3천에 그친다. 몇주 전의 일이지만 버스에서 멍하니 있을 때, 소란스럽게 대단한 척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온라인을 들여다볼 때, 문득문득 머릿속에 그녀의 이름이 스친다. 유령 당원에 사이비 당원 주제에 꼴랑 몇푼 안 되는 당비가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가 부끄럽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648.html


140314 카포티. 노예 12년

아아 일이 더뎌서 큰일났다. 


번역문을 다루는 일은 은근히 재미가 있다. 유유에서 나온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는 정말 도움이 되는데, 저자의 말투가 너무 나를 혼내는 거 같아서 마음이 뜨끔뜨끔하다.


미문, 아니 최소한 정리된 문장을 쓰려는 노력을 평소에도 해야겠다.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단어를 받아쓰지 말고...


이 책은 심지어 보도자료도 위트와 리듬감이 있다. 


"참나무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떡갈인지 신갈인지 갈참인지 졸참인지 굴참인지 상수리인지 구별할 수 있다. ‘발효된다’는 통칭 표현 대신 젓갈이 ‘삭으면’, 김치가 ‘익으면’, 메주가 ‘뜨면’처럼 맥락에 맞게 섬세하게 표현하면 더 근사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명태를 가리키는 여러 용어를 안다. 새끼 명태를 노가리라 부르고, 얼린 것을 동태라 하고, 바싹 말린 것을 북어라 하며,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 것을 황태라 부른다. 코다리는 꾸덕꾸덕할 정도로만 말린 명태다. 섬세한 한국어 표현을 익히지 못한 외국인은 ‘말린 명태’, ‘얼린 명태’처럼 표현할 텐데, 이 표현을 잘 아는 한국 사람은 그들에게 제대로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통칭하는 표현은 편리하지만 원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는 한계를 지닌다."


크흐.


이번 주에는 <노예 12년>과 <카포티>를 봤다.


<노예 12년>은 정확히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만큼의 영화였고, 아무것도 새롭거나 놀랍지 않았다. 이런 영화가 그렇게 많은 상을 탔다는 건 슬픈 일이다. 'White guilt'라는 해석이 가장 정확하겠지. 한스 짐머의 음악조차 작위적이고 상투적이었다. 브래드 피트는 '착한 캐나다인'으로 나오는데, 정말 21세기에서 갑툭튀한 것 같은 얼굴과 말투여서 우스웠다(그래도 난 피트를 좋아하지). 아~ 시간 아깝다. 때로는 나쁜 영화보다도 평범한 영화가 더 나쁘다. 


<카포티>는 호프먼의 말을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좋았다. 더이상 그의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에 새삼 애도를. 하퍼 리로 분한 캐서린 키너는 정말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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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공항에 가는 길에 또 황당한 일이 있었다. 


반차를 내고 C를 맞으러 공항에 갔다. 약간은 두려움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성급하게 일을 마치고 나와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판자 선배한테 파일이 안 열린다는 연락. 멀쩡하게 열리던 파일이 거기서 왜 안 열리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려 타고, 달뜨고 긴장된 마음으로 창밖을 구경하며 가고 있는데, 반대로 와버렸다. 인천공항에서 북쪽으로 멀찍이나 떨어진 신도시 한복판에 떨어진 나는 4% 남은 휴대폰 배터리를 들고 발을 동동대다가, 이번에도 공항에 늦으면 가만 안 두겠다는 으름장을 여러번 들었으니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콜 택시를 불러야 했다(아, 내 돈!). 아아. 파주의 신도시들은 정말 광활해서 걸어다니기도 너무 안 좋고, (어떤 사람들은 넓어서 걷기 좋다고 하겠지만) 날씨는 싸늘했고 나는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상태에서 북쪽 신도시를 헤매야 했고! 


공항에 가는 길엔 항상 이런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틀린 공항에 간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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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너무 더뎌! (아, 자꾸 딴 짓을 해서 그런가ㅋ)



140301

3월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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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쓰는 일기는 일종의 답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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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를 생각하다>를 계속 조금씩 읽고 있다. 곰선배가 빌려준 <돈가스의 탄생>이나 <규슈의 맛, ...> 도 보고 싶지만 일단 <포크>가 너무 재밌어서. 김명남 번역가의 번역도 좋고, 비 윌슨의 유머나 세심함도 정말 즐겁다. 요즘 제일 부러운 사람. 


그런데 편집이 참 맘에 안 든다. 성의없이 아무데나 띡 던져놓은 일러스트는 당최 이게 뭔지 캡션도 없는데다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흥. 제목도 'Consider the fork'를 '포크를 생각하다'로 직역하기보다는 차라리 부제인 식탁의 역사를 본제로 올리거나, 표지도 너무 안 예쁘고. 외국 일러스트는 예쁘기만 하더만... 하지만 이런저런 점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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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가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슬퍼졌다. 자괴감도 느껴졌고, 혹시 곧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이다. 일단, 모르는 척할까. 많은 일들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일단 3월은 즐거울 거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데이트다 데이트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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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서 엘리 비젤과 프리모 레비를 같이 이야기한 부분이 내내 머리에 남아 있다.


어제도 생각했지만, 내가 읽는 것들을 나와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내게 중요한 것들을 써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친구, 그리고 그것이 삶의 목표라는 말을 듣고는 머리가 딩-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왜 이런 걸 읽고 쓰고 있지? 라는 질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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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는 송고작업은 때로는 지루하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분야라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한국과의 공통점을 본다는 면에서도. 정말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패권과의 싸움? 그나저나 어제까지 다 했어야 하는데 한참 남았고, 다음 주에 팟캐스트 준비를 시작하면 더 할 시간이 없을 텐데, 수요일에는 무조건 다 끝내야지. 오늘 좀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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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있어. 주말에 집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H가 선물해준 이탈리아 직구(!) 커피와 생일선물로 받은 모카포트로 주말에도 카페인을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으헤- 아주 성공적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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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메리칸 허슬 본 얘기를 안 써뒀군요. 


데이빗 O. 러셀이 캐릭터를 처리하는 방식이 너무 부드러웠다. 윤리적인 질문을 회피하는 해피엔딩. 

스코시즈가 주인공을 처리한 방식이 더 용감했다고 생각한다.


이명호 on Atonement http://www.nabeeya.net/nabee/view.html?cat1=53&cat2=130&type=serial&loc=%EC%97%B0%EC%9E%AC&simple=0&cidx=5814


자, 샤워를 하고 일을 잠깐 하고 노예 12년을 보러 가야지. 

140214 패션붑


며칠 전부터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곳: 

우리나라에서 패션을 가지고 이 정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못 본 거 같다. 

박세진이라는 사람인데 http://fashionboop.com/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패션과 페미니즘

http://www.fashionboop.com/471


힙스터처럼 입는 법

http://www.fashionboop.com/337


대체 무엇에 화를 내고 있는가

http://fashionboop.com/726


제대로 지면만 있으면 재밌는 얘기가 나올 거 같은데!

140213


예전 블로그가 공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어제야 알게 됐다; 아이쿠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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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아이폰을 사게 되긴 했는데;
싼 가격에 혹해서... 

좋지 않은 구매인 것 같다. 지금 핸드폰도 멀쩡하고... 
무엇보다 새 아이폰은 용량이 너무 작다. 취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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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 시대에 황금 인생을 바라는가
는 별로 좋은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이동진은 항상 비유가 좀 구려 ㅋㅋ)

그 문장이 담은 내용은 머리에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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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안 다니니까 주중에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여튼 3월에는 C도 오고, 2월에는 사람도 좀 안 만나고 지내야지.
요 근래 왜 이렇게 바빴지? 읽던 책들이 다 여기저기 내팽개쳐져 있다;



이번 주 씨네21의 호프먼 기사가 좋았고,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5876
김혜리의 영화일기의 'The Wolf of the Wall Street"에 관련한 글이 재밌었다
신형철의 <로렌스 애니웨이>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대한 것도. 
최근에는 박권일의 강신주 비평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930 이 인상 깊었고
문강형준의 평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23145.html 은 짜증났다.

내게 최근의 강신주가 불편한 지점은
그가 '힐링'을 해서도 아니고 인문학을 '팔아먹어서'도 아니다
솔직히 강신주 현상이 불편하다기보다는(사람들이 강신주를 더 많이 읽는 게 뭐가 나쁜가?)
강신주의 말들이 불편한 건데 그건 그의 '돌직구'라는 스타일
그러니까 자기가 하는 말이 틀릴 수 있다는 일말의 의심도 없는 그 확신! 

"강한 자아는 악의와 소외로 가득찬 자본주의 세계에서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 자아를 의미한다. 거대한 악에 저항하는 작은 개인의 숭고성! 바로 이런 이유에서 강한 자아는 필연적으로 멜랑콜리한 주체가 된다. (...) 다시 말해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dignity)을 지키며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다. 강신주의 인문학이란 내가 보기엔 바로 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전부 수렴된다. (...)

솔직히 강신주 말 듣고 힐링이 되나? 힐링보다는 '그래! 내가 강해져야지'라고 마음 먹는 자기계발에 더 가깝지 않은가

"강신주는 '나는 사람들에게 힐링을 하는 게 아니며 멘토도 아니'라고 말해왔다. "나를 멘토로 생각하고 강의를 들으러오면 나한테 욕 듣는다. 내가 해주는 건 네 고민은 별거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뭔가 고민이 있으면 억지로 어렵게 만들고 그걸 고민하는 척 한다."(<더 뮤지컬> 2013년 5월호) 문제는 멘토 스스로가 자신이 멘토가 아니라고 부인해도 사람들이 그를 계속 멘토라고 생각하고, 그의 효용이 떨어지면 또 다른 멘토를 찾아 떠날 것이라는 점이다. 강신주가 멘토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끝없이 멘토를 욕망하는 사회야말로 숙고의 대상이며 그런 욕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바로 인문정신이다. 강신주 스스로가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뭔가 '다른 것'으로 포장하고 구별짓는 일은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는 비난할 일이 아니겠다. 그러나 철학자라면 그런 자신의 '구별하고자 하는 욕망'에게도 정직한, 혹은 풍자적인 돌직구를 날려야 하지 않을까."  


살면서 딱히 남 신세 지고 살지 않았다면 자신의 능력에 감탄하기보단 자족할 환경이 따라준 행운에 감사하고, 딱히 양심에 어긋나는 일 없이 산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인격에 감탄하기보단 그런 윤리적 딜레마가 생기지 않을 수 있던 행운에 감사해야 한다.


140210 Boeuf Bourguignon


Julie and Julia를 보고 멋 모르고 도전했던 부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레시피가 올라와서 적어놓는다 http://blog.naver.com/lesclaypool/100205130876


언젠가 만들었었는데, 엄청 맛없었던 기억만 난다. 

무려 마트에서 산 싸구려 pre-made 소스와 오븐으로 만들었긴 했지만. 


아! 그곳은 뉴캐슬의 반지하 기숙사였는데, 우리의 소음 때문에 곤란했을 인도인 룸메이트가 기억난다.

심지어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fire alarm까지 울렸던 기억이 난다.

통풍이 잘 안 돼서 아침에 베이컨만 구워도 경보가 울렸다. 


여튼 이건 어디 가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만들어봐야지.

사실 와인의 풍미를 넣은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줄리앤줄리아에서 메릴 스트립이 'Boeuf Bourguignon'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일 뿐. 




이 영화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정말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흥. 



그리고 이것이 진짜 줄리아 차일드! the woman who wears pearls in the kitchen! 



줄리아 차일드의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을 사보고 싶긴 한데, 

사실 프랑스 요리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그래도 요리책의 고전 아닌가!

표지도 참 고전적으로 예쁘다








잠을 너무 조금 잤더니 희한하게 힘이 솟는다. 각성 상태... 아 피곤해. 


주말에 일에 대한 '모종의' 깨달음을 얻었다. 일하자!ㅎㅎ

140204 The Last Play at Shea / Hoffman





Shea Stadium, Billy Joel and the New York M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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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Seymour Hoffman


"I got to remember to not kill myself, not beat myself up, not get too worked up about it. There will be another film, there will be another relationship, or I'll die and then I'll be dead."


http://www.theguardian.com/film/filmblog/2014/feb/02/philip-seymour-hoffman-death-interview?CMP=fb_us

부고 기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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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못생겼다고 싫어하긴 했지만, 이제 못 본다니 거짓말만 같다. 

140203 끄응




언능 머리를 길러야지. 단발머리하고 싶다! 단발머리도 하고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리라.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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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허무하다. 어차피 일을 돕는 것도 아니고 시골 집에는 앉아 있을 구석도 없어서 어디 구석에 박혀서 노상 틀어져 있는 티비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애들도 마찬가지겠지. 올해는 처음으로 트위터에서나 보던 연봉 어택을 당했으며 잉간들은 왜 이렇게 술을 마셔대며 왜 이렇게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지대하신가... 핸드폰 보지 말라고... 내년부터는 기필코 탈출하겠다...고 생각했다가도 그나마 가서 얼굴 비치는 거 뭐 어렵다고 싶기도 하고. 이번 추석에는 안 갈 방도를 찾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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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의욕이 진폭이 매우 좁은 싸인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의욕이 10분을 지속하지 못하는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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