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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28 140128 소리연대
- 2014.01.18 141017 Homo Investus
- 2014.01.14 140114 Did you miss me? 2
- 2014.01.09 140109 과테말라 안티구아
- 2014.01.07 140107 에그녹
- 2014.01.06 140106 Wagner - Tannhauser 1
- 2014.01.02 Now Playing
- 2013.12.29 12월에 본 것들
- 2013.12.29 131229 연말 알코올 행진
- 2013.12.16 131216 크엉
140128 소리연대
"체호프의 모든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자꾸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넘어지는 건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불행하고 다른 이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형제나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머나먼 타국 흑인들, 중국의 막노동자, 먼 우랄에 사는 노동자의 아픔을 이웃이나 아내가 겪는 불행보다 더 쓰라린 도덕적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이들은 꿈꿀 수 있었지만 지배는 못했다. 이들은 기회를 놓쳤고, 만들지도 못할 나라를 설계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열정과 불같은 자기희생, 순수한 영혼, 도덕적 고귀함으로 가득 찬 사람이 언젠가는 살았고 지금도 무자비하고 추악한 러시아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는 사실 자체가 좀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약속이다. 훌륭한 자연의 법칙 중 가장 훌륭한 것이 약자 생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 나보코프
올리고 보니 오늘이 체호프의 생일이다.
141017 Homo Investus
트레일러는 좀 별로지만. 여튼!
The Wolf of Wall Street
역시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이 돈 버는 것...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디카프리오가 가져간다고 자신있게 말해봅니다 ㅋㅋㅋ 12 Years a Slave를 아직 못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해가 갈수록 스콜세지와 극강의 궁합을 자랑하는 디카프리오가 가져가겠다. 작품상은 아마 이변이 없으면 Gravity겠지(나는 정말 반댈세!)
하여간!
이 난삽하고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득 찬 월스트리트의 망나니들은 때로는 거의 유인원에 가까워 보이는데(그리고 그를 연상케 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가 곳곳에 뻔히 보인다), 또 그걸 보니 이 동물의 왕국이 그냥 인간 사회지 싶기도 하고. 돈, 마약, 섹스!
집에 오면서 사두고 책꽂이에만 놔둔 <호모 인베스투스: 투자하는 인간, 신자유주의와 월스트리트의 인류학>을 보려고 맘 먹고 왔는데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이 영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영화가 금융시장에 대한 제어가 미진했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이 주식 브로커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거친 늑대의 면모를 보여준다(호모 인베스투스보다는 호모 갬블루스?). 책에서는 조금 더 세련되고 cunning 해진 '늑대'들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조금 기대. 다만 500면이 넘는 이 분량은 너무 부담스럽수다...
여튼 신나게 보다가 영화가 너무 길어서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다. -.,-
*
이 영화는 실제로 조나단 벨포트의 회고록 The Wolf of Wall Street과 Catching the Wolf of Wall Street에 기반한 것이고, 벨포트는 실제로 동기부여 강사로 활동하며 캘리포니아에서 자알- 살고 있다. 약혼도 했다고 함. 여기(http://nymag.com/news/features/jordan-belfort-2013-12/)서 사진도 볼 수 있음. 결국 감옥도 22개월밖에 안 살았음. 62년생인데, 생전에 무려 스콜세지가 자기 인생을 영화로 만들고 디카프리오가 자신을 연기하다니. 역시 기왕 나쁜 놈이 될 거면 월드 클라스 사기꾼이 되어야 한다...는 뻘생각이;
140114 Did you miss me?
사람은 타인의 불행은커녕 행복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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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하고 덜렁대는 나는 편집자로서는 실격인 것 같다. 마감 때만 되면 느끼는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못하는가' 하는 자학. '재교 때 하자' '삼교 때 하자' 하고 일을 미루면 절대로 안 된다. 귀찮은 수작업일수록 미리미리 해야 함("미뤄봤자 내가 한다"). 하지만 돈만 내면 화성에도 갈 수 있는 세상에 인디자인에서 색인 자동작업이 안 된다는 것이나(아마 기능이 있더라도 어떠한 불편함이 있어서 쓰지 않는 거겠지만) 각주 일련번호들이 자동으로 정렬되지 않으며 하나를 삭제할 때마다 수동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크흑.
이렇게 시간이 없어서 후달릴수록 페이스북에 더 자주 들어가고 이미 아침에 다 본 웹툰에 괜히 들어간다. 그거라도 안 하면 스트레스가 펑펑... 그러나 더 시간이 없어지고 더 후달리겠지...
*
결정자에게 내 의견을 설득력 있게 피력하는 방법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내 말을 들어도 별로 믿음이 안 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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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303
어제 이것만 보고 일하려다가 너무 재밌어서 다시 돌려보느라 시간이 그냥 아주 뭐;
오프닝 나오기 전에는 다른 거 잘못 다운받은 줄 알았다; 퀄리티 보소
301 302에서는 팬서비스 느낌이 있어서(모팻 아저씨 2년 동안 팬픽 열독하셨쎄여?)
조금 짜증났는데(이놈의 팬덤이 결국 드라마를 망치는구나) 303에서 포텐 터짐
시즌 3이 전반적으로 셜록을 너무 humanize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섭섭했는데
301 302는 303을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너무 신나서 어깨춤이 절로 나오더군.
301 302에서 메리 캐릭터가 참 맘에 들었는데 303에서 더 사랑하게 되었음ㅋㅋㅋ
군데군데 TV스러운 부분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좋다.
카메라 워크도 참 훌륭하다
모리아티가 돌아오는구나 우리 귀요미 모리아티 쨔응
Did you miss me?
*
그래도 일을 좀 치우고 나니까 살 것 같다
그러나 그저 공을 상대방 코트로 넘겨놓은 것일 뿐...
+
집에 와서 스트레스를 요리로 풀었다! 참으로 건강하도다.
어젯밤에 불려놓은 병아리콩을 가지고 뭘 할까 생각하다가
1. 칙피 수프
2. 모로칸 칙피 수프
중에 두번째를 택했다. 모로칸 음식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고 사실 내가 만든 건 엄밀히 말하자면 토마토 칙피 수프라고 해야 맞겠다. 토마토 수프는 뭐가 들었든 맛이 있다.
모로칸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들은 아무것도 안 들었으니...
모로코 음식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은 죄다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데
나는 향신료를 조금 가리는 편이니 모로코 음식점에 한번 가봐야겠다.
모로칸 칙피 수프 레시피는
http://www.foodnetwork.com/recipes/dave-lieberman/moroccan-spiced-chickpea-soup-recipe/index.html
에서 내 입맛에 안 맞거나 없는 향신료는 죄다 빼고 요리했다.
이 레시피 저 레시피 쭉 읽어보고 대충 머릿속에서 조합해서 요리를 하는 편이라
항상 뭔가를 빼먹거나 특이한 걸 넣어버리곤 하는데
오늘은 누가 사과를 넣는 걸 보고 냉장고에서 장기숙성되고 있던 사과를 넣어버렸다.
근데 벌써 반솥 가까이 먹었는데 사과를 먹은 기억이 없다...
모로코 Shaksouka라는 음식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이 메뉴를 언뜻 보고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음날 그 레스토랑을 그 거리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기억이 있다.
아니 그래서 그게 결국에 먹었나 못 먹었나...
그게 브루클린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린포인트 쪽이었는지; 기억이 안 남.
이런 것을 먹으면서 셜록 303을 복습하고 건강한 저녁을 먹었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치킨을 사오기로 했다. 양념치킨 기다리는 중...
앗 계단을 올라오는 치킨 발소리가 들린다
140109 과테말라 안티구아
사람을 시험하는 사람, 재수없다.
*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다시 마시는 김에 핸드드립을 시작했다.
딱히 핸드드립이 더 맛있다기보다는
아침에 탕비실에서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면서 멍 때리는 시간이 좋아서.
지금 마시는 원두는 과테말라 SHB Antigua
신 맛이 적은 걸로 달라고 했더니 과테말라를 줬다.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과테말라 인구의 1/4이 커피산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수출품의 30%가 커피.
Antigua 원두는 과테말라 도시의 이름을 딴 것으로 "커피나무가 화산 폭발에서 나온 질소를 흡수하여 연기가 타는 듯한 향을 가진 스모크 커피(Smoke Coffee)의 대명사"라고 한다.
재배 고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해발 600m 이하의 GW(Good Washed)부터 해발 1400m 이상의 SHB(Strictly Hard Bean)까지 나뉜다.
"알맞은 산도와 달콤한 맛, 풍부한 바디, 생동감 있는 아로마"라는데,
하여간 맛있다. -.,-
인구의 1/4이 커피산업에 종사한다니, 내가 과테말라 사람이면 커피는 쳐다보기도 싫겠다.
*
좋아하는 요리 블로그 http://blog.naver.com/lesclaypool/
와 모 선배의 블로그를 보고 영감을 얻어 내가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지식을 가져보려고 하고 있다.
저 요리 블로그를 매일 아침 보는 것이 내 즐거움이다.
담백하고 과장되지 않은 글과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지식을 간단히 써주고,
네이버 파워블로그 스타일 dslr 사진이나 이모티콘을 남발하지 않는 게 매력적이다.
정말 자기만족을 위한 요리와 블로그 같음.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고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를 꾸준히 올려줘서 좋다.
뭐가 없을 땐 뭘로 대체하면 된다든지,
이 재료를 먼저 조리해놓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랄지,
커리의 역사랄지,
보다보면 빨려드는 담백한 마력의 블로그임.
허세가 없다.
주변에 요리하는 사람이 잘 없어서 이 블로그를 전파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울 뿐.
다만 도대체 어떻게 저 많은 음식을 다 먹는가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식생활에 대한 책을 보려고 하는데
<포크의 역사>라는 책을 저번달에 샀고,
<술꾼의 품격>은 아직 배송이 오지 않았고
지금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Uncommon Grounds)와 <커피의 역사> 사이에 고민 중.
영문 제목이 재밌다. Uncommon Grounds
*
제목안 때문에 돌겠다.
140107 에그녹
에그녹을 만들어보고 싶다. 예전 글을 뒤지다 보니까 영화나 책에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겠다는 게 있어서 갑자기 ㅋㅋㅋㅋ 한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밀크셰이크처럼 달콤하고 폭신할 것 같은 에그녹(사실은 레시피를 보니 매우 느끼할 것 같음). 크리스마스는 이미 예전에 지났지만!
레시피에 따르면 일단 필요한 것은
계란 노른자, 우유, 크림, 설탕, 바닐라 엑스트랙트, 넛맥, 시나몬, 브랜디
브랜디는 브랜디와인(brandywine)의 줄임말이고 네덜란드어로 '불에 태운 와인'을 뜻하는 'brandewij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포도주를 증류한 술이라는 말씀. 프랑스 꼬냑과 보르도의 남동쪽 지방인 아르마냐크 지방, 그리고 대부분의 포도주 산지에서 브랜디가 제조된다고 한다. '꼬냑'이 바로 브랜디인데, 꼬냑 지방에서 나는 브랜디가 품질이 가장 좋기 때문에 동의어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증류한 직후에는 투명하지만 원래는 떡갈나무통에 넣어 4~50년 정도 숙성시키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숙성기간이 너무 길어 요즘은 캐러멜로 착색을 시킨다고.
라고 찾아보고 레시피를 마저 읽었더니 술은 브랜디, 럼, 버번, 셰리주 뭐든지 되는 듯.
에그녹을 처음 접한 것은 Sleepless in Seattle에 보면 애니(멕 라이언)가 월터(빌 풀만)네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구글질을 해보니 While you were sleeping이었다.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지! 여튼 그때부터 나에게 "크리스마스=에그녹"이라는 공식이 입력됐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마셔본 적은 없고...
프랑스에서는 lait de pouls라고 한다는데 '암탉의 우유'라는 의미라고(거 참 멋없군;). 커스터드형 에그녹은 아이스크림 베이스로도 쓰이고 커피와 차에 곁들이기도 한단다. 영국의 posset(http://en.wikipedia.org/wiki/Posset)이 발전한 음료가 바로 에그녹이다. Posset은 와인이나 에일과 커드로 굳힌 따뜻한 우유인 것 같은데 음료보다는 무스 형태에 가깝단다. 중세에서 19세기까지 인기를 끈 음료라고 한다. 우유를 끓인 다음 와인이나 에일을 넣으면 우유가 응고하는데, 거기에 향신료를 넣어서 완성한다. 독감 치료제로 쓰였다고. 서양에서는 따뜻한 술을 약으로 많이 쓴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보통 대추나 생강 등을 달여 먹지 술을 마시는 법은 잘 없는 것 같은데(소주에 고춧가루 뿌려먹는 정도는 있지만 전통적인 민간요법이라기엔)... 여튼 영국은 우유를 이용한 디저트-대표적으로 커스터드나 트라이플-가 발달한 것 같다.
아이쿠; 여튼 에그녹의 어원은 'noggin'이라는 중세 영어 단어인데, 술을 대접하던 작은 나무 국자-컵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영국에서는 에그플립(Egg Flip)이라고도 불렸다(두 믹스처를 섞을 때 빠르게 저어야(flip) 하므로).
놀랍게도 영국에서는 상류층에서 주로 마시는 음료였다고 하는데, 우유, 계란, 거기에 브랜디나 셰리주와 같은 고급술(이기 때문이라고 추정되는데)을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우유나 계란이 있으면 식생활에 쓰는 것이 좀더 하층민의 삶에 적합할 터!)
에그녹은 18세기에 대서양을 건너 영국 식민지, 대표적으로 미국에 전파되었다. 유럽이 산지인 브랜디나 와인은 높은 관세가 매겨졌기 때문에 캐리비안의 풍부한 사탕수수를 이용한 럼이 강력한 대체재로 등장하였다(이것이 삼각무역!). 신대륙에서는 유제품이 풍부했던 터라 값싼 럼이 결합한 에그녹은 미국에서 대중적인 술이 되었다. 하지만 독립전쟁 후 럼의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미국인들은 위스키로, 국내에서 구하기 좋은 버번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1826년에는 '에그녹 난동riot'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크리스마스 근처에 대량의 위스키를 밀반입한 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에그녹을 잔뜩 마신 사관생들이 난동을 부린 일도 있다고 한다. 제퍼슨 데이비스 미 대통령도 여기에 참여했... 아, 나 근무시간에 뭐하는 짓이지;
에그녹 위키피디아를 거의 전부 번역하고 말았다.
하여간 그냥 술 들어간 밀크셰이크일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적 느낌.
그러면 일단 술을 구비한 다음에...
*
이러고 결국 퇴근을 못하고 잔업을. -_-
*
미감(美感)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미감은 정말 전체적인 사회의 affluence에 비례하는 듯. -.,-
140106 Wagner - Tannhauser
읽어야 하는 글을 까먹고 있다가 부서회의 바로 전에야 읽기 시작했는데,
이리 저리 또 검색하다보니 이 글을 쓴 사람이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907181327
해서 탄호이저를 들으면서 글을 읽자니 거참 안 어울리는구먼.
여튼 나는 바그너가 좋다. 불가항력적이고 압도적인,
바그너 오페라 공연을 정말 보고 싶다.
9월에 정명훈과 바그너 연주가 있는데,
벌써부터 C석과 B석은 매진이다. 대기를 걸어놨으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자리가 안 날 경우를 대비해서 A석을 사둬야 하나 고민 중. 끙.
오늘 아침에 읽으면서 온 글
http://www.cine21.com/news/view/group/M555/mag_id/75406
"문제는 ‘집’을 지키는 것이다. <테이크 쉘터>가 house를 지켜야 home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머드>의 경우는 home을 지켜야 house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home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지켜야 한다. 결국 문제는 사랑이다."
이런 귀여운 해석이나.
"그에게 침투했다가 빠져나간 독은 무엇인가. 소년은 이제 사랑에 대한 판타지(독)에서 벗어난 것일 터다. 어떤 감정의 순수한 원형 혹은 완벽한 전형이 존재한다는 생각이야말로 판타지의 핵심이다. 판타지는 현실을 혐오하게 만든다. 사랑의 판타지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사랑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들이 마음에 남았다.
Now Playing
Ground control to major Tom
Ground control to major Tom
Take your protein pills and put your helmet on
(Ten) Ground control (Nine) to major Tom (Eight)
(Seven, six) Commencing countdown (Five), engines on (Four)
(Three, two) Check ignition (One) and may gods (Blastoff) love be with you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you've really made the grade
And the papers want to know whose shirts you wear
Now it's time to leave the capsule if you dare
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 I'm stepping through the door
And I'm floating in a most peculiar way
And the stars look very different today
Here am I sitting in a tin can far above the world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Though I'm past one hundred thousand miles, I'm feeling very still
And I think my spaceship knows which way to go
Tell my wife I love her very much, she know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your circuits dead, there's something wrong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re am I sitting in my tin can far above the Moon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Gravity < Space Oddity
이번 우디 앨런은 참을 만했다. 지난번에 로마 위드 러브를 보고는 이제는 우디 앨런은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래도 다음 작품은 극장에서 봐주기로. 홍상수는 잠시 쉬고 있는 중인데 둘이 번갈아가면서 봐야 하나. -.,-
애니매이션 사상 최고의 반전을 선사한 ㅋㅋㅋ Going Turbo?
엄마가 이 영화를 보고 한 코멘트가 인상 깊었다. 요즘은 소년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아이들 같은 '소년'은 이제 없지 않냐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에서 바로 학생이 되지 '소년'이 되지는 않는다. 엄마가 한 말이라서 그런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다.
영화 시작에서 버스에 타고 있는 송강호의 모습에서 바로 노무현이 보였다.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귀신같이 특징을 잡아 연기할까. 나중에 법정에서의 연기보다도 나는 초반 그 짧은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짜증을 내지 않고 봐줄 만했고, 안타까운 점은 굳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화가 아니'랬던가?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 참 그랬고. 피고인들을 지나치게 순진하게 (무려 피천득의 수필을 읽는 모임으로 그리다니) 그린 것.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영화에 400만이 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런 선택들이 다행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명호 개인전 @ 갤러리현대
적어놓고 보니 보기는 여럿 봤는데 그냥 전반적으로는 so-so. 맘에 쏙 드는 건 하나도 없었군. 아숩다.
결국 12월에 본 것 중에 제일 '재밌었던' 건 헝거게임. Kermode가 팟캐스트에서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트와일라잇이 겁나 구리긴 했어도(한편도 보지 않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전세계적인 성공은 헝거게임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었단 말이었다.
찾아보니 리뷰에 비슷한 말이 있다.
http://www.theguardian.com/film/2013/nov/24/hunger-games-catching-fire-review
Say what you like about the Twilight movies, but the mould-breaking model of an epic teen-oriented fantasy franchise that doesn't pander predominantly to a Boy's Own audience has had major repercussions for mainstream cinema. That the Hunger Games saga, with its ass-kicking, independent heroine and unusually grim subject matter, could become an international screen sensation is due in no small part to the much-maligned legacy of Bella Swan; no wonder Stephenie Meyer's all-important endorsements were splashed so prominently across the covers of Suzanne Collins's source novels.
이러고 보니 걍 요즘은 '잘'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단 생각도 들고.
131229 연말 알코올 행진
*
한해를 마무리하는 주를 온통 알코올로 보내고 있다. 주초에는 선배들과 술을 마셨고,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아주 조용하게 칩거하며 지냈다. 목요일에는 회사 송년회, 금요일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와인을 마셨고, 어제는 총파업에 갔다가 결국 또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청하를 10병+ 마시고 오늘 대낮에는 빈대떡에 막걸리를 한잔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목요일에 있었던 회사 송년회는 뜻밖에도 매우 즐거웠다. 나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단순히 술을 진탕 마시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것도 퍽이나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술값을 신경 쓰지 않고) 폭탄주를 마구 제조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매일 딱딱하게만 보던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온갖 난동을 부리는 걸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쌍욕을 한다든지 폭력을 휘드른다든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주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매일매일 감정을 억누르고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 (어쨌든 매일 부딪히는 입장에서) 어느정도의 애착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면 -그리고 내가 있는 회사는 그런 관계가 일반적인 회사보다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은 짠하기도 하고, 조금은 사람들을 더 개인으로 대할 수 있달까. 물론 어떤 아저씨들은 주사를 보고 애정이 반감하기도 하지만.
*
어제는 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에 노조와 함께 갔다. 몇달 전에 이런 집회들에 대해서 냉소적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이 여전히 부끄럽긴 하지만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클리셰
*
하지만 이런 못되게 삐뚤어지고 싶은 생각이 날 때는 변영주 감독의 인터뷰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는 공통점만 찾아도 살아가기가 힘든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너와 내가 어디가 비슷한 것인가'이다. '너와 내가 어디가 다른가'가 아니라 '너와 내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가'를 찾는 것이 더 먼저라는 것이다. 그래야 '너의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그것이 연동되어져서 나의 문제도 조금씩 나아지게 되는 것을 찾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손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자기가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서워서 그러는 거다. 스스로 무리 안에 있으면서 그 무리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으니까 자기는 독특하다고 하는 거다. 핵심은 승리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주는 거지, 애들을 가짜로 독특하다고 인정해 주는 게 아니다. 그러니 제발, 옆 사람이 나와 얼마나 비슷한가를 찾는 일, 아주 전통적인 언어로 '친구 찾기'를 했으면 좋겠다.
*
세상이 다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라고 생각할 때 또 세상은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니 우리는 실험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랜만에 한구석으로 치워놓았던 세계를 만났다.
*
낮에 김애란이 왜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집에 오는 내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집에 오자마자 <침이 고인다>를 뽑아들었다. 단편 두개를 다시 읽고 내가 김애란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했다. 회사 가면 이것저것 좀 찾아봐야겠다.
*
하여간 12월은 대부분 개판으로 보냈다. 지난번에 쓴 스케일링/선물/환불 중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짜파게티를 먹고 체를 해서 몇달 간은 짜파게티의 'ㅉ'도 보기 싫다. (놀랍게도 ㅉ만 봐도 속이 살짝 울렁거린다!) 요즘 무한도전을 너무 심하게 봐서 걱정이기도 하다. 근데 아직도 안 본 에피소드가 이렇게 많다니 너무 행복하다. ㅎㅎㅎ
나가기로 한 독서모임도 한번밖에 못 나갔고, 심지어 한 모임은 잠수를 타버리기도 했다. 흥청망청 무도를 줄창- 보고 시체처럼 잠을 자고. 그래도 달력을 보니 사람도 많이 만났고 술도 많이 먹었고. 이게 좀 하루 이틀 이렇게 살다보면 또 버릇이 되어버려서, 게다가 요즘은 집이 추워서 힘드렁...
새해에는 관성을 좀 버릴 수 있기를!
*
크엉 세상 무섭게 잠을 자고 있다. 정말 동면의 신이 도래한 것인가. 왜 이렇게 자도 자도 잠이 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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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불러서 집들이 겸 송년회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옆에 누워서 자는 동안 C와 싸웠다. -_-
C는 항상 정곡을 찌르는 능력이 있어서; 싸울 때 항상 곤란한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튼 나도 소심하게 복수를 했고, (내가 당한 게 얼만데.)
사실 자존심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나도 화가 났다. 니가 대체 뭔데!
정말 오랜만에, 감정이 안 좋게 싸운 일이라서 계속 신경이 쓰이지만
대화 로그를 다시 보기 싫을 정도로 조금은 진절머리가 난 상태다. 아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벌써 3일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열불이 치솟는...
크리스마스 카드라도 보내려고 했더니만...
이라곤 했지만 카드는 보내려고 한다. 예쁜 카드가 생겨서.
으아아 정신분열 -_-
이런 "애증"도 지긋지긋하다. 다 그만두고 싶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