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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9 131209
- 2013.12.09 우리는 겁나 쪼그맣다
- 2013.12.09 Mondo Grosso - 1974-way-home
- 2013.12.03 131202 사이비, 트레인스포팅, 마셰코2, 헝거게임
- 2013.12.02 A Horse With No Name
- 2013.11.30 131130
- 2013.11.26 131126 ECM, 라이언 맥긴리
- 2013.11.11 131111 러시: 더 라이벌 2
- 2013.11.11 131111 올 이즈 로스트
- 2013.11.11 131110 요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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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이 너무 심한 하루였다. 월요병인지 그냥 병인지. 저번주 내내 무리해서 술을 마신 탓인지 몸이 너무 무거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요즘은 몸에 커피가 안 받아서 안 마시려고 미숫가루도 마셔보고 뜨거운 물도 마셔봤지만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커피를 한잔 벌컥벌컥 마시고 초콜렛도 하나 먹었는데도 오후 네시까지 해롱해롱.
저번주부터 커피가 안 받아서 걱정이다. 보통 몸이 안 좋을 때 커피가 안 당기는데... 저번주부터 계속 몸이 무겁고; 그런데 저번주에 술을 사흘이나 마시고 제대로 쉬지는 않아서 그런가. 저녁에 Y언니와 약속이 있어서 바꾸려고 하다가, 언니도 바쁜데 내가 너무 자주 약속을 바꾸기도 했고... 그래서 반성했다.
여튼 점심도 거르고 오후가 됐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겠길래 휴가를 냈다. 에잉. 내일은 푹 쉬어야 하는데 또 쉰다고 생각하니 영화도 보고 싶고 올해 안에 치과에서 스케일링도 받아야겠고 뭐 그렇다.
감기에 안 걸려서 걱정이다. 좋긴 한데 거의 2년째 감기에 안 걸린 거 같아서 걸릴 때가 된 것 같고 한번 독감에 걸리면 죽도록 아프지 않을까 걱정 _-_ 내 튼튼한 면역 시스템이여 버텨라! 이런 건강 걱정을 하다가 일년 내내 결심만 하고 한번도 못 간 요가 시간표를 찾아봤다. 이번엔 기필코 쿠폰으로 끊어서 돈 낭비는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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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오늘은 몸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마음도 우울우울열매를 먹었다. 하루종일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는데 뭘 들어도 뭘 읽어도 눈물이 났다. 기획안을 짜느라 별로 재미없는 사람의 밍숭한 글을 여러개 읽어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조금만 좋은 문장을 봐도 눈물이 났다. 전체적으로는 아무리 특별할 것 없는 글이라도 어떤 문장들에는 진심이나 진정성 같은 그 무엇이 담겨 있었는데, 그냥 눈물이 났다.
그냥 하루종일 뭘 읽어도 뭘 들어도 눈물이 났다. 사무실에서 혼자 미친애 같았겠군; 뉴스를 봐도 세상이 거지 같아서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엉엉. 게다가 그 사람 글 중에 대선 이후에 쓴 글이 있었는데 또 그걸 보면서 왜 이렇게 거지 같은가 토요일에 본 전경들 생각하면서 또 화나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집에 오는 길에는 아주 작정하고 울어버리려고 팟캐스트로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를 들으면서 또 찔끔.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우울보다는 억울한 느낌이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왜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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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Y언니를 만나 가겠다고 벼르던 제주돈사돈에 갔는데 맛이 별로였다. 사람은 엄청 많아서 거의 20분 이상 기다렸는데 정말 일반적인 고깃집보다 딱히 맛있다고 할 수 없었다. 시끄럽고 맛도 없고 고기냄새는 엄청 배고...
여튼 집에 언니와 와서 차를 마셨다. 나는 아직 주위 사람이 결혼하는 게 낯설다. D가 결혼했을 때도 무척이나 섭섭했다. 지금이야 꽤나 익숙해졌지만서도. Y언니는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놀랍거나 하진 않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특히 해외로 나가니) 뭔가 멀어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언니는 참 행복해 보인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복이지만, 몇년 지나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몇 안 되는 지인들이 결혼으로 자꾸 사라지면 정말 해가 갈수록 쓸쓸해지겠구나. 섭섭해잉. 그렇게 생각하니 변변한 결혼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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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결혼식에 갔다가 S선배 J선배와 우연찮게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게 됐다. 참 좋은 선배들이얌 'ㅅ' 여튼 벼르다가 못 본 블루 재스민을 봤는데, 영화보다도 이수 아트나인은 참 좋더구만. 영화를 보고는 반포 스마일포차에서 수제비대합탕?에 청하를 마셨는데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다음에 꼭 다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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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시크를 표방하는 모 쇼핑몰 사이트를 보다가. 어째서 우리는 모조품 같을까. 그대로 근사하지 못하고 근사한 저 건너편을 따라하는 사람들. '진짜'는 저쪽에만 있는 것 같아.
Mondo Grosso - 1974-way-home
어떤 음악이 전혀 예상되지 못한 방식으로 전혀 다른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해를 쌓는다는 건 음악을 쌓아가는 일 같다. 유난히 힘든 월요일 오전.
I spent the night of the full moon on a cherry tree.
131202 사이비, 트레인스포팅, 마셰코2, 헝거게임
'순진한 놈이 제일 무섭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세상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믿음은 중요하지만 믿음은 회의를 동반했을 때만이 위험하지 않다.
아주 영리하게 짜여진 플롯이다. 현상을 보고 플롯을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맹목적인 믿음의 위험성?-을 말하기 위해 겹겹이 층을 쌓고 대표성을 지닌 인물을 동원해서 영리하게 이야기를 직조해냈다는 느낌. 덕분에 거침없이 돌진하는 서사의 에너지는 대폭발. 세련된 맛은 없지만.
여튼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다. 연상호 짱!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fucking bi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c players, and electrical tin can openers. Choose good health, low cholesterol and dental insurance. Choose fixed-interest mortgage repayments. Choose a starter home. Choose your friends. Choose leisure wear and matching luggage. Choose a three piece suit on hire purchase in a range of fucking fabric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the fuck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at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irit-crushing game shows, stuffing fuck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sing your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have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 . . But why would I want to do a thing like that? I chose not to choose life: I chose something else. And the reasons? There are no reasons. Who needs reasons when you've got heroin?
프항항 겁나 신난다. 이 영화는 내 머릿속에서 왠지 Requiem for a dream이랑 짝지어져 있어서 (아 생각해보니 둘 다 마약 얘기기도 하고. 레퀴엠 처음 봤을 때 H언니가 트레인스포팅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H언니도 참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너무 암울할 줄 알고 계속 안 봤는데. 신남 신남ㅋ 사랑스럽다. "Who needs reasons when you've got heroin?"
"추스 아 카릐어"
"아 리틀 빗 크레이지, 어 리틀 빗 바아드! 브아이, 돈 어스 갈스 저슷 러브 닷"
스코티쉬 액센트는 정말 사랑스러워어어어. 말이 넘 재밌음 ㅋㅋㅋ 스코틀랜드를 꽤나 오래 여행했는데도 Haggis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스코틀랜드는 여름에도 춥고, 사람들은 대개 코가 빨갛다. 스코틀랜드는 해기스와 위스키가 짱이제! 프헝
마셰코2 정주행 이틀 만에 완료.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내가 이래서 새 TV쇼를 안 보는 건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케이블 쇼는 웬만하면 안 보려고 했는데 사실 지상파 예능보다 훨씬 덜 유치하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적이기도 하다. 뻔하디 뻔한 '예의 바른' 지상파 예능들보다 거침없이 19금을 표방하는 마녀사냥이나(사실 요즘은 수위가 너무 낮음. 저렇게 섹드립 잘하는 멤버들을 데려다놓고 아깝지도 않냐 jtbc...) 이미 TV 엔터테인먼트의 모국에서 검증된 포맷을 가져온 서바이벌 프로가 더 재밌는 건 당연하다.
요즘 마녀사냥도 재밌게 보고 있지만 거참 무려 한국의 '마스터 셰프'를 뽑는 프로그램에 프리메이드 토마토소스 PPL을 쏟아붓는 CJ E&M이나 종편인 jtbc나 찝찝하기는 마찬가지.
케이블도 없고 tv도 없어서 다행이지 집에 케이블 티비가 있었으면 난 아마 올리브 채널과 온스타일의 무한반복에서 빠져나오질 못했겠지. -_- (응답하라나 막돼먹은 영애씨는 한번도 시도해본 적은 없는데 재밌으면 또 '봐야 하는' 프로가 하나 더 늘기 때문에 안 보려고... 난 역시 참 금욕적이야 ^^^^)
마침 한겨레21에 알맞은 기사가 있어서 링크. 한겨레21에 오랜만에 재밌는 기사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5853.html
"광폭의 리버럴리즘을 구현하는 실력자들"이란 말이 참 알맞다 ㅋㅋ
헝거게임 스틸샷은 참 사진만 떼놓고 보면 엄하다... 음청나게 유치해보이고 ㅠㅠ 난 1편 2편 둘 다 정말 재밌게 봤는데 초큼 유치한들 그게 뭐 어떠리. 완전 내 취향임ㅋㅋㅋㅋ 빨리 혁명을 일으키자고!!! 캣니스!!! 할리우드 짱짱맨ㅋㅋㅋ
누가 트위터에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랑 제니퍼 로렌스랑 투샷에서 서로 '당신이 연기 좀 한다며?'라는 표정이랬나 뭐 그랬는데 여튼 되게 웃겼ㅇㅁ... 여튼 호프만은 참 훌륭한 배운데 얼굴이 내가 너무 싫어하는 얼굴이다. 돼지상에 항상 거짓말을 말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야. ㅠ 내가 그래서 다우트에서도 당신을 절대 믿지 않았지 ㅋㅋㅋㅋ
엔딩 크레딧에 노래가 좋길래 샤잠해봤더니 콜드 플레이 옵하들... 훌륭하다 훌륭해!
A Horse With No Name
A Horse With No Name
On the first part of the journey,
I was looking at all the life.
There were plants and birds. and rocks and things,
There was sand and hills and rings.
The first thing I met, was a fly with a buzz,
And the sky, with no clouds.
The heat was hot, and the ground was dry,
But the air was full of sound.
I've been through the desert on a horse with no name,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In the desert you can remember your name,
'Cause there ain't no one for to give you no p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fter two days, in the desert sun,
My skin began to turn red.
After three days, in the desert fun,
I was looking at a river bed.
And the story it told, of a river that flowed,
Made me sad to think it was dead.
You see I've been through the desert on a horse with no name,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In the desert you can remember your name,
'Cause there ain't no one for to give you no p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fter nine days, I let the horse run free,
'Cause the desert had turned to sea.
There were plants and birds, and rocks and things,
There was sand and hills and rings.
The ocean is a desert, with its life underground,
And a perfect disguise above.
Under the cities lies, a heart made of ground,
But the humans will give no love.
You see I've been through the desert on a horse with no name,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In the desert you can remember your name,
'Cause there ain't no one for to give you no pain.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친구가 막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가면 너무 슬픈데
꼭 다음날 일어나보면 그게 좋은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ㅋㅋㅋ
잘못하면 저번처럼 보일러를 겁없이 빵빵하게 틀어놓고 둘 다 멀쩡한 침대 두고 바닥에서 자고 있다던지
와인병이 어쩐지 세개나 열려 있다던지
다음 날 엄청난 숙취에 시달린다던지
뭐 그런 일이 생기니까?
여섯시에 깨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물 떨어졌으면 어떡할 뻔했냐야 생각하다가
아 맞다 수돗물 마셔도 되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갑자기 새벽부터 선배 블로그에 가서
블로그를 열혈 역주행을 했다 헐...
댓글을 달려다가
새벽부터 선배 블로그의 무려 작년 글에 댓글을 다는 것은 왠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이스북에서 본 연남이 다리미 사진에 아는 척을 못했다 으엉
나 아직 술 덜 깼나...
요즘 집이 너무 건조한데
내가 가진 생수병 가습기는 가습이 잘 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냥 수건 널어놓는 게 짱
아 근데 결정적으로 요즘은 전기장판 풀 가동 중이라서 이것 때문에 건조한 것 같다
핸드폰으로 처음 티스토리 글 써보는데 그다지 편하지 않군. 어디서 행갈이를 해야 할지...
몇년째 티스토리를 쓰고 있지만 아직도 공개와 발행의 차이를 모르겠다
요즘은 이글루스에 재밌는 블로그가 많아 보여서
나도 이글루스로 이사하고 시프당
요즘은 생리 전이라 식욕이 폭발 중이다
나는 내 생리주기도 잘 모르는 무심한 녀자-_-이기 때문에 식욕이 폭말하면 왜 이리 배가 고픈고? 하면서 우걱우걱 처먹다가 며칠 후에 배가 살살 아프면 아 PMS였구나 하는 것이다 으휴
나름 규칙적인 거 같긴 한데 매월 중순인지 하순인지
어차피 한달 주기도 아니기 때문에 몇달 지내다보면 또 며칠 밀리고 그런다
이렇게 살다보면 뭐 한두달 건너뛰어도 모를 텐데
또 사실 그런 일은 없다 내는 건강하므로...
요즘의 식탐기
밥+참기름+명란젓/참치 조합에 꽂혀 며칠째 한그릇씩 흡입하고 있다
참기름이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거던가
냉동실에 있던 냉동밥을 이번주에 다섯개나 먹었다
심지어 밖에서 밥을 먹고 와서도 야식으로...
그저께는 갑자기 콘치즈가 먹고 싶어서 캔을 땄는데
집에 피자치즈가 없어서 에잉 슬라이스 체다로 해야겄군
하다가 마요네즈를 넣으려고 보다가 무심히 유통기한을 보니 무려 올해 3월이었다
크헉 그동안 아무런 위화감 없이 먹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가서 사오느니 그냥 먹을까 하고 검색을 하다가 11월인데 3월 마요네즈를 먹는 것은 너무 심하다 싶어서 한밤중에 뛰어나가서 마요네즈와 스트링 치즈를 사왔다
스트링 치즈를 피자시즈닝이 든 것을 사서 이차 실패가 있었지만 뭐 여튼;
근데 내가 만든 콘치즈는 맛이 없었다
횟집처럼 만들고 싶다고! 으엉엉엉
이번 주말에는 장을 봐야지
S선배 블로그를 보다가 일상을 재밌게 기록해놓은 게 부러워서 나도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된다
헹
131126 ECM, 라이언 맥긴리
ECM 1545 <The Sea>
Ketil Bjørnstad
David Darling
Terje rypdal
Jon Christensen
Film Peter Neusser
Editing Studio 152
ECM전시는 정말 최근 몇년간 본 전시 중에 가장 좋았다. 전시는 지하 4층에서 시작돼서 지하 1층에서 끝난다. 지하 4층의 The Sea를 잊을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어두운 방에 음악과 침묵이.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상 전시가 아주 멋졌다. 다섯겹 정도의 반투명한 흰 천에 투과된 비디오가 The Sea IV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프로젝터의 발광구(?)를 태양처럼 표현한 부분이 기발했다. 앉아서 한참을 넋을 놓았다. C와 같이 봤다면 참 좋았을 텐데 싶었다.
나머지 전시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헤드폰 경쟁이 심해 여유롭게 즐기긴 어려웠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전반적으로 혼자 보는 전시라서(헤드폰을 같이 낄 순 없지 않은가?) 맥긴리 전시보다는 훨씬 다니기가 좋았다. 횔덜린의 시를 읽어주는 음반도 인상 깊어서 독일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The Sea는 음반이 무려 품절이라서 바로 알라딘에 주문했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으헷.
반면에 라이언 맥긴리 전시는 더 일찍 갔는데도 '젊은이들'만 바글바글거렸다. 홍대식으로 멋을 부린 나홀로 관람객과(잠시 내가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게 자랑인가?) 손을 잡고 온 20대 커플들로 바글거렸다. 로비에 소박하게 마련된 기프트샵 역시 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들이 대부분이어서 전시 자체는 별로 볼거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큰 사진으로 봤을 때 임팩트가 더 있는 작품들도 아니고. 관람료가 저렴하길 망정이지.
라이언 맥긴리의 '청춘'들은 환상적이거나 고난에 처해 있었다. 높은 채도의 광활한 하늘 아래 '한때'를 즐기거나 절벽에서 떨어져 구르고 다쳐 나체에 상처를 입은 젊음들이었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짜증이 났는데(나는 성격이 나쁘니까!), BFD! 라는 기분이었달까.
전시장 입구의 소개글은 "찬란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청춘의 눈부신 순간을 포착한"이라는 말로 그의 사진들을 수식했다.
전시장에 프린트된 문구들 중 (오글거려서) 기록해두고 싶었던 것.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을 다독이는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림미술관은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을 통해 힘겨운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청춘을 저당 잡힌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되돌아갈 수 없는 청춘을 그리는 성인들에게 잃어버린 젊음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Q&A도 별것없었다.
"'청춘'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라이언 맥긴리: '청춘'은 나에게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낙천과 자유를 의미한다. 열정이 냉소를 대체하는 것처럼, 나는 내가 촬영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부분을 발견한다. 마치, 이것이 그들의 일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를 예술가-화가이고, 작가이고, 음악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한편으로는 개방적인 반면, 또다른 한편으로는 상처받기 쉬운 면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나의 창조적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감정의 접근점이 된다."
그래도 너무 미워하진 않기로. 그의 몇몇 사진들은 아주 '꿈결 같으니까'. Animal 시리즈는 재치도 있고.
*
포스팅을 쓰면서 '가장' '너무' '좋다' '정말' 등의 말을 빼려니 '정말' 힘들었다. -_- 내게 세상은 좋거나 싫거나. 흑백 빠와. 으헝.
131111 러시: 더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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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쯤 전에 본 거긴 하지만;
포스터가 레알 구리다!
역시나 애정하는 론 하워드 님하! 진짜 재밌었다. F1의 매력과 크리스 헴스워스의 매력을 알게 되었지. 한국에선 햄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모양임. 토르는 본 적이 없는데 예전에 C가 헴스워스가 섹시하다고 한 이유를 이제 깨달았다. 전형적인 미국 바보 스타일인데 바보도 예쁜 바보는 좋다는 것을 깨달음ㅋㅋㅋ
의외로 Hemsworth의 연기가 나쁘지 않았고 다니엘 브륄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다. 물론 얼굴이 매우 비호감이라서 나는 자꾸 햄식이한테 애정이... (아 헴스워스는 살 뺐을 때가 훨씬 멋있다. 토르 찍는다고 자꾸 벌크업해서 안 멋있쪙ㅠ 요즘 히들스턴도 너무 예뻐서 토르를 봐야 하나 싶다-_- 히들스턴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피츠제럴드로 나왔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보고도 몰랐다니. 히들스턴 진짜 귀여움! 요즘 인기 폭발.)
여튼 영화 내내 너무 신나고 한스 짐머의 음악도 정말 좋았다. 으엉! 알고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프로스트/닉슨의 작가 Peter Morgan이 썼다고! 어쩐지 스타일이 비슷한 데가 있다 했더니 단순히 같은 감독이 아니었군ㅠ 둘이 계속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 으헝헝.
트레일러
마크 커모드의 러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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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모드 팟캐스트 어딘가에 커모드의 론 하워드 인터뷰도 있다.
포뮬러 원은 유럽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감독이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함. 다른 얘기는 뭐 크게 기억 나는 게 없음.
혜리 언니가 세나 팟캐스트 하면서 러쉬 얘기도 해주실 줄 알았는데 언급이 없어서 섭섭했음. 커모드도 계속 Senna is the uber text 라면서 ㅎㅎㅎㅎ 아라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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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모델인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
(귀염 돋는다)131111 올 이즈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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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이즈 로스트를 봤다. (제목은 번역을 했어도 좋았을 텐데. 번역하기가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냥 둔다고 의미가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올 이즈 로스트'가 쓰이는 문맥이 한국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하진 않을 듯.)
마진콜의 J.C. Chandor를 기대하고 간 거였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고, 레드포드의 연기는 좋았는데 의외로 편집이 거칠고 비유가 직설적이어서 놀랐다. 그래비티를 본 이후여서 그랬는지 주인공 괴롭히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래비티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그나저나 그래비티에 대해서 누가 '악평' 좀 해줬으면 좋겠다. 으)
보면서 그래비티, 파이 이야기,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마진콜만큼 기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시나리오의 한계일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대사가 세마디밖에 없는 영화라곤 해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설정이기 때문에 더 잘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감독 인터뷰 중에 상어와 물고기가 나오는 씬을 직접 촬영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대목의 비유가 너무 직설적이고 거칠어서 그걸 그렇게 공들여 찍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정도면 그냥 cg 쓰지... 별 효과도 없더만... 미안.-_-;
그래도 다음 영화가 나오면 보러갈 것 같다.
여담으로 감독이 미국 배우 중에 계속 이름이 생각 안 나는 누구;를 닮았고 나는 바다에 조난 당하면 바로 죽겠구나 싶었다. 노빈손 시리즈에서 본 바닷물로 식수 만들기 기법이 나와서 매우 반가웠다(푸핫!). 마지막에 구명보트가 불탈 때는 정말 어지간히 괴롭힌다 싶었다(내 생각에 거기서 주인공이 죽었어야 한다ㅋ). 아. 그리고 구명보트가 정말 탐났다! 요즘 구명보트는 그냥 고무보트 수준이 아니고 이것저것 달린 아주 훌륭한 서바이벌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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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인 결말은 냉소하기 쉽고 비관적인 결말은 쉽게 세련되어 보인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종종 픽션에서 낙관적인 결말을 비웃는데, 비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결말을 내기란 쉽지 않다. 김사과의 <천국에서>도 결론이 유치하다고 느꼈지만 아마 작가도 지속된 비극적 결말에 진저리가 난 게 아니었을까 싶다.
131110 요리 일기?
오랜만에 요리를 많이 했다!
몇달 동안 밥 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밥을 거의 안 해먹었는데 이번 주에는 밥도 해서 자취인의 필수 냉동밥도 만들어놓고(아. 여태 전자렌지가 없었지;)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먹으니까 맛이 있기도 하고 ㅠㅠ
이번 주말의 테마가 요리라면 BGM은 팻 오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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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음주 계획을 세워놓고 야심차게 장을 보러 감. 팔락 파니르 + 난 + 야채 그라탕 + 가지 라자냐를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가지 라자냐는 병아리콩을 4시간이나 불려야 해서 탈락; 야채 그라탕은 예전엔 맛있게 됐었는데 이번엔 좀 건조하게 돼서 망하고. (역시 두번째 하면 맛이 없다;) 팔락 파니르는 대충 맛있게 만드는 법은 알아냈으나 일단 파니르를 만들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냥 '팔락' 커리가 되었다. 난은 실패할 줄 알고 만들었긴 하지만 역시나 장렬하게 실패. 두껍게 밀어서 그런지 속이 덜 익었고 일단 반죽할 때 드라이 이스트를 따뜻한 물에 불리지 않고 그냥(!) 넣는 만행을 저질러서... 다시 이스트 불려서 넣고 밀가루 추가하고 하느라 비율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아마 밀가루가 너무 많았을 듯.
여튼 와인을 세병 사면 50% 할인해준다고 해서 무려 한병에 만원 꼴로 건져온 와인을 거의 모두(!) 소비하고 둘 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여섯시에 깼는데 보일러는 아주 이빠이 틀어가지고 바닥은 뜨끈뜨끈한데 둘 다 침대는 놔두고 나는 바닥에 친구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_- 굴러다니는 AA건전지를 보고 이게 왜 여기 있을까 고민했지만 둘 다 기억을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소파 뒤에 시계가... 생각해보니 시계가 시끄럽다고 건전지를 빼서 던졌던 기억이... 아하하하하하하
이것이 행사 때 건진 와인. 지금은 가운데 것만 반병 냉장고에...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무려 3주 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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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라는 것도 계획을 잘 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잘 대접할 수 있는데, 나는 대충 다른 재료를 넣어서 그럴싸한 맛을 내거나(실패하는 일도 많지만) 하는 재주는 있지만 미리 레시피를 적어가서 필요한 만큼 재료를 사온다든가 오늘의 메뉴를 일목요연하게 생각해서 서로 어울릴 조합의 상을 차려내는 일에는 젬병이다. 결국 금요일에도 전혀 조화롭지 않은 인도식 커리와 채식주의 그라탕과 냉동실에 있던 함박 스테이크; 와중에 그라탕은 하도 안 익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음...
이건 며칠 전에 만들어 먹은 사진이지만. 이때는 시판 짜파티를 프라이팬에 구워먹었음. 난을 만드는 수고를 하느니 이 편이 훨씬 간편하고 맛도 나쁘지 않다. (금요일에 만든 난은 반죽이 남아 있는데 어찌 미스테리하게 그렇게 술에 취한 와중에도 소중한 난 반죽을 비닐에 싸서 냉동고에 얼렸더라;) 팔락 파니르 만들기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시금치만 있다면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음.
레시피는 http://blog.naver.com/lesclaypool?Redirect=Log&logNo=100187847931&from=postView
여기서 보고 했는데, 이 블로그 주인은 레시피를 정확하게 계량해서 알려주고, 요리에 딸린 이런저런 지식을 써줘서 좋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올려줘서 더욱 좋고!
파니르가 없어도 팔락 파니르는 먹을 만하다. 위 레시피에서 복잡한 향신료를 빼고 나는 그냥 시판 카레 가루(중에서 골든 어쩌고가 맛이 있는 편이다)를 넣었다. 강황가루를 사고 싶었으나 500g에 만원이 넘길래... 계량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감으로 만드는 편이라서 대충 양파를 다져서 볶으며 카레 가루를 넣은 다음 데친 시금치 + 양파 + 생강편 + 마늘 한 톨 정도를 믹서에 갈아서 넣으면 된다. 토마토를 넣으라고 되어 있는데 토마토 대신 그냥 파스타 소스를 넣어도 먹을 만하고, 어제는 진짜 토마토(보다 '쿠마토'라는 흑토마토가 더 싸길래 사봤는데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를 무려 데쳐서 껍질을 까서 넣어봤지만 그냥 생략해도 괜찮을 것 같음. 오히려 토마토를 아예 많이 넣지 않으면 커리가 너무 새파란 초록색이 되기 때문에 적당히 토마토 소스를 섞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 생크림을 추가해야 하는데 넣으면 좀더 부드러운 맛이 나는 거지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두번 다 넣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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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제 해본 채소 구이(?)인데 거창한 건 아니고 각종 야채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올리브유와 허브에 버무려서 오븐에 구우면 된다. 요리책에 사진이 너무 예쁘길래 해봤다. 먹어본 결과 특별한 맛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올리브유와 허브빨인데 허브를 있는 대로 다 뿌렸더니 내가 싫어하는 맛이 있어서...
원래 안 좋아하는 야채를 굽는다고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당근은 굽지 않기로... 당근 시졍ㅋ 그냥 원래 좋아하는 야채를 굽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나는 파프리카 토마토 고구마가 맛있었다. 아, 원래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야채용 수세미(가 도대체 뭐지?)로 박박 씻은 다음 구우라는데, 양파나 마늘을 그렇게 먹으면 맛이 괜찮을 것 같다. 다음에는 가지나 애호박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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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요리책을 샀는데 책은 너무 맘에 드는데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요리책 쓴 사람은 텃밭에서 오크라를 키우고 뭐 그런 사람이라서... 여튼 메뉴는 대체적으로 이색적이고 좋다. 해서 병아리콩을 사봤는데 성공한다면 꽤 괜찮은 식재료 발굴! 프렌즈에서 피비의 hummus i got hummus 대사 이후로 허머스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만들 수 있으려나; 그냥 한번 사먹어볼걸;
나는 야채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싫어하는 야채도 많고(ex 당근, 셀러리 등) 고기도 너무 좋기 때문에! 채식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혼자 사는 입장에서는 냉동실에 얼려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은데 그래서 고기가 짱짱맨.
오늘은 아침으로는 양배추 토스트를 해봤는데 집에 계란이 하나밖에 없어서 실패했고 점심으론 된장찌개를 했다. 내가 하는 된장찌개는 진짜 맛있지만 이건 된장 빨이라서 자랑할 것은 못된다. (할머니 된장 + 시판 된장의 조합이다.) 원래 저녁까지 나눠 먹을 계획이었는데 우째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어서 치킨을 시켜먹었다... 건강한 식생활 FAIL. 인터넷을 서핑하다보면 치킨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치킨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일이 생긴다. -_- 사실 치킨은 먹고 나면 기분이 별로 안 좋기 때문에(이렇게 기름진 고기만 먹는 게 개운하지가 않음) 이런 충동이 있을 때 자제할 수 있으면 차암 좋겠다. 그리고 배달 음식 받는 거 무서움. 흑. 오늘은 배달 온 청년이 너무 뽀샤시한 청년이라서 집에서 추레하게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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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리 일기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CHEF JOHN!
이걸 같이 보면서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던 날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지금 봐도 셰프 존은 진리다. 한번만 봐도 잊을 수 없는 이 말투 & 유머! 맞다 이것도 저번 주에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달게 돼서 토할 뻔 했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료라는 생크림이 없었다. 여튼 이걸 만들면서 똑같이 요리 레시피를 찾아봐도 '동영상' 레시피를 찾아보는 사람과 '요리책'을 찾아보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쨌든 일부러 지난번에 소개팅 한 얘기를 해줬더니 아주 떼굴떼굴 구르더라. 아주 백만년은 또 놀려드시겠죠. 그러더니 잠깐 정색하긴 했지만. 으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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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요리 일기가 되어버렸다! 우왕! 오늘 저녁에는 친구의 추천으로 마스터셰프코리아를 보기 시작했는데 강레오와 최강록에 빠져버렸다. -_ㅜ 이번 주말의 테마는 요리인가!
곧 친구들을 초대해서 영화제(?)를 열 계획인데 그때는 좀더 제대로 계획을 짜서 맛있는 요리를 해야지. 애들이 다 입이 짧아서 많이는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