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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12 101212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 2010.12.06 부르디외
- 2010.11.11 101110 밀회, 김영하
- 2010.09.05 최순우 옛집 강좌 – 근대 서울의 형성과 변화 (안창모 경기대 교수)
- 2009.12.13 Happy-Go-Lucky (2008) / Mike Leigh
- 2009.12.11 The Royal Game, Amok,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 Stefan Zweig
- 2009.08.06 왜 내가 헤엄치고 있는지, <연옥님이 보고계셔>
- 2009.06.02 제대로 된 혁명(A Sane Revolution) / D. H. 로렌스
- 2009.05.24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 장림종, 박진희
- 2009.05.10 멋진 하루 / 2008
101212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대신 사이드바가 없어서 플리커 스트림이 날라갔지만... 일단은. 너무 예쁘니까 +_+
짧게 쓰면 화면이 안 이쁘니까 길게 쓰고 싶지만 나는 부족하니까 남의 말 뒤에 숨자.
읽고 읽고 다시 읽어도 가슴에 사무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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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몰락한 자들에 매료되곤 했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했다. 나를 뒤흔드는 작품들은 절정의 순간에 바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들은 왜 중요한가. 몰락은 패배이지만 선택은 패배가 아니다. 세계는 그들을 파괴하지만 그들이 지키려 한 그 하나는 파괴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면서 이긴다. 성공을 찬미하는 세계는 그들의 몰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
문학이란 무엇인가. 몰락의 에티카다. 온 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학이 이런 것이라서 그토록 아껴왔거니와, 시정의 의론(議論)들이 아무리 흉흉해도 나는 문학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나에게 비평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아름답게 말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때 나는 절박하다.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사람이다. 많은 상처를 주었고 적은 상처를 받았다. 이 불균형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 오로지 나의 삶을 나의 글로 덮어버리기 위해 썼다. 문학이 아니었으면 정처없었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면서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이것이다.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 문학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신형철,『몰락의 에티카』
왜 이리 멋있노 미친 부르디외 -.,-
삐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새물결, 2005
p. 64-5
... 결국 이러한 성향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련의 지각도식과 평가도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도 이항가능하며, 따라서 이러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다른 문화적 경험들도 이와 비슷한 태도로 대하도록 하며, 각 경험을 상이하게 지각하고, 분류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똑같은 영화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들은 '버트 랭커스터가 나오는 서부영화'라고만 이야기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존 스터케즈 감독의 초기작품' 또는 '샘 펙킨파의 최신작'이라고 말한다. 이때 어떤 부분을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따라서 제대로 영화를 보는 올바른 방식을 정할 때, 각자는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계급 전체("그 영화 봤니?"나 "그 영화는 꼭 봐야 돼"하는 식의 말을 통해 지침을 주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리고 각 집단에 의해 정통적인 분류방법과 거명할 만한 예술적 향유에는 반드시 따라다니게 되는 담론을 생산하도록 권한을 위임받은 비평가 집단의 협력을 통해 지침을 얻는다.
따라서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도 않는 문화적 실천들이 학력자격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변화하는 이유 또한 이런 식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 즉 여기서 학위나 미적 성향, 즉 정통 문화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항상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여러가지 요구사항 중 가장 철저하게 요구되는 미학적 성향을 획득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구성하는 조건이 나타나게 된다. ... 대략 학력자격이 미학적 성향을 몸에 익힐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부르주아적 혈통이나 아니면 전에 오랜 기간 학교에 다녀야 비로소 습득할 수 있는 준-부르주아적 존재양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특히(가장 흔하게는) 이 양자가 결합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p. 67
파노프스키는 예술작품에 스콜라철학적인 의미의 '의도'라는 개념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다. ... 다시 말해 기능이 아니라 형식이 중시된다는 점에서 다른 대상과 구분될 수 있다. ... 그렇다면 결국 기술적 대상의 세계와 미학적 대상의 세계 간의 구분선은 생산자들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인가? 실제로는 이러한 '의도' 자체가 이미 사회적 규범과 관습의 산물로, 이 양자가 결합해 항상 불안정하고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기술적 대상과 예술적 대상의 경계선을 규정한다.
... 오늘날 미적 지각 양식은 '순수한' 형식을 획득했지만 이 형식 자체가 이미 예술 생산 양식의 특정한 상태에 조응하고 있다. 기능에 대한 형식의 절대적 우위, 즉 재현되는 대상에 대한 재현양식의 절대적 우위를 주장하는 예술적 의도에서 생겨난 예술, 예를 들어 인상파 이후의 회화들은 이전의 예술이 조건적으로만 요구했던 순수 미적 성향을 정언적으로 요구한다.
p. 70
'과시적인 소비'의 단순 소박한 과시욕, 다시 말해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사치품을 조야한 방식으로 과시함으로써 남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과시욕은 순수한 시선의 독특한 능력, 즉 '인물' 자체 안에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근본적 차이에 의해 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을 범인과 구분시켜주는 준-창조적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구 아저씨 말 참 잘하셈) 카리스마적 이데올로기가 "본질적으로 비대중적이고 실로 반-대중적인 예술" 그리고 또 예술의 "대중을 두 개의 '적대적인 카스트 계급', 다시 말해 이해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구분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기묘한 사회학적 효과"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강화되는지를 보려면 오르테가 이 가세트를 읽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는 계속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것은 곧 일부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지 못한 이해 기관을 소유하고 있으며, 다시 이것은 곧 일부 사람들은 같은 인간이지만 전혀 다른 인종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새로운 예술은 낭만주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별난 재주를 가진 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문득 새로운 예술 양식의 변화는 이미 대중화되어버린 예술 양식에 반하여 또 다시 별난 재주를 가진 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양식을 개발하려는 시도의 반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다면 대중 미학은 학문적 미학에 대한 거부인가 아니면 단순한 학문적 미학의 결여일 뿐인가?
p. 77
반대로 대중적 오락물은 관객들이 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 기회를 이용하여 축제적인 분위기에 집단적으로 끼어들 수 있도록 해준다. ... 이것들이 한층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동시에 무대장식의 화려함과 휘황찬란한 의상... 등 집단 축제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화려한 구경거리를 제공함으로써 ... 모든 형태의 코믹물 특히 '위대한 사람들'을 풍자하고 패러디함으로써 희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모든 형태의 희극들과 마찬가지로 ...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만족감을 주며 다시 이것이 사회 세계를 전복시키고 실천과 예의 범절을 뒤집어버림으로써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미적 이화효과(異化效果)
이러한 대중적 반응은 심미주의자의 초연함과는 정반대되는데, 이들은 (서부 영화나 만화와 같은) 대중적 취향의 대상 중의 하나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할 때면 언제든 분명히 드러나듯이 반드시 '즉각적인 지각'에 대해 탁월함의 척도로서 일정한 거리, 격차를 끌어들인다. 즉 '내용', 등장인물, 플롯 등으로부터 형식, 특히 예술적인 효과 쪽으로 관심의 초점을 돌려놓는다. ... 초연함, 무관심함, 공평무사함 -- 미학이론은 흔히 이러한 속성을 예술작품을 있는 그대로, 즉 자율적이며 자립적인 상태로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실제로는 관심의 부재, 굳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무심함과 무관심, 다시 말해 스스로 달려들어 진지하게 검토하길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망각되고 만다.
...
어떠한 참여나 연관도 거부하는 태도, 안이한 유혹이나 집단적 열병에 '통속적으로' 몸을 맡기길 거부하는 태도(최소한 간접적으로는 바로 이것이 형식적 복잡함이나 대상없는 재현을 선호하는 취향의 기원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는 회화에 대한 반응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사진으로 찍으면 아름답게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대중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통상적인 대상들 중 최초의 영성체나 일몰, 풍경 등을 '통속적이거나 추하다'고 거부하거나 '시시하고', 약간 '바보 같다'거나 '짜증나게 만든다'거나 또는,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을 빌리자면 조야하게 '인간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또 사회적으로 무의미하다고 공인된 것들도 예를 들어 공사장의 철골구조나 나무껍직, 특히 양파 등의 시시한 물체들 또는 자동차 사고라든가 (렘브란트를 암시하기 위해 고른) 정육점의 고기 자르는 선반 혹은 (브알로를 연상시키기 위한) 뱀처럼 추하고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나 예를 들어 임산부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되는 대상을 갖고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사진이나 더욱 진짜 같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재현 대상으로부터의 재현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사람의 비율도 늘어나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p. 86
(자갈을 찍은 사진에 대하여 저건 부르주아적 사진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노동자) 각주 35) 이와 관련하여 '대중' 미학은 결코 자율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필연적으로 지배자들의 미학과 관련해 끊임없는 재규정을 요구하는 피지배자들의 미학이라는 점을 망각하면 안된다.
101110 밀회, 김영하
죽음을 생각하기에 좋은 곳은 바로 이런 곳입니다. 편안한 신발을 신고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는 늙은 관광객들과 제 몸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마치 콘트라스트 강한 흑백사진의 명부와 암부처럼 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곳, ...
... "너는 해파리야." 나는 그 때까지 해파리를, 투명한 몸을 흐느적거리며 물 위를 떠다니는 그 이상한 바다생물을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한 마리 해파리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새의 울음소리를 완벽하게 흉내내는 폴리네시아의 원주민처럼, 자칼의 가면을 쓰고 행진하는 아마존의 어느 샤먼처럼, 인간은 어떤 순간 완벽하게 다른 존재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정말 인간은 삶의 전 순간을 오직 인간으로만 사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개나 돼지, 새나 물고기인 그 어떤 순간, 그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때가 간혹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도들이 전생을 믿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우리의 긴 윤회 과정 어디쯤에선가 왜가리나 멧돼지, 코끼리나 흰소였을 수 있다는 믿음은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너는 해파리야."
...
폭
파해체되는 빌딩처럼 그녀의 몸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화장대를 짚으려 하지만 빗나갑니다. 우당탕탕. 조금 큰소리를
내며 그녀가 방바닥에 쓰러집니다. 조금 전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켰던 내 염통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심장도 거세게 뛰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나는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기쁩니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축복일까요?
...
나의 그녀는 울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비통한 눈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의 얘기를 하며, 그 고통을 말하며 그녀는 간혹 흐느끼곤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제 운명을 억울해하는 자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녀의 울음은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석류가 벌어지듯 제 육신을 찢고 뛰쳐나오는 것입니다. 그만큼 격렬합니다. 그녀의 그, 날것 그대로의 애도가 이토록 달콤할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위로받고 있습니다. 아, 망자는 원래 이렇게 잔인한 존재일까요? 생명의 피를 빨아먹고 흡족해하는 흡혈귀들처럼 지금 나는 저 처절한 애도가 마음에 듭니다.
...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中 <밀회> / 김영하
최순우 옛집 강좌 – 근대 서울의 형성과 변화 (안창모 경기대 교수)
9월 1일 한성대 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최순우 옛집에서 근대 서울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강좌를 들었다. 재밌는 부분 요약:
- 조선시대와 근대 서울, 그리고 현대의 서울 행정구역을 비교
- 서울에 한강이 들어온 것은 약 40년전쯤, 강남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전의 서울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사대문과 도성을 경계로 삼았다. '성저십리'라고 해서 도성 밖 10리 바깥까지는 금장/금송 정책을 펼쳤다. (무덤을 만들 수 없고 나무를 벨 수 없다.) 땔감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도성 밖에는 시가지가 형성되지 않았고 왕십리, 구용산(전자랜드 쪽), 용강동 쪽이 거의 유일한 시가지였다.
- 이전에는 서대문 부근이 서울의 중심지이었으나 개항 후 인천으로 통하는 쪽이 발전하면서 도시의 성장축이 남대문/동대문 쪽으로 이동하였다. 현재는 서대문 근처가 별로 번화하지 못한 상태이다.
- 후암동에 일본인 주거지가 있었다. 일제시대에 서울의 동북쪽은 한인 거주지로 도시한옥이 많이 지어졌고, 남서쪽 즉 용산이나 갈월동 쪽에는 일본인들이 주로 거주했다.
- 한강 이남이 개발된 것은 김신조 1.21. 사건이 있고 나서였다. 6.25 때 한강 이북의 거주민들이 많아 대피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한강다리를 폭파하는 등). 당시 서울시장(김현옥?)은 한강 이북에 거주민이 많은 것을 정치적 부담으로 여겼고 박정희 대통령 역시 휴전선에서 평양과 서울과의 거리가 불균등 한데에 불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김신조 사건이 있은 후 본격적으로 강남지역 개발이 시작되었는데, 강제 이주를 시킬 수는 없으므로 서울 시내 유수 공립 고등학교들을 이전시켰다. 경기고가 먼저 강남으로 이전을 하고 따라서 휘문고 등 여러 학교가 이전을 함으로써 현재의 '강남 8학군'이 형성되었다. 이 때 김신조 사건 이전에 지어진 세운상가는 강남으로 시민들이 빠져나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산전자상가가 지어져 이전 전자상권까지 빼앗김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세운상가 근처에는 종삼이라고 불리는 사창가가 종묘 근처에 위치했었는데 세운상가가 몰락하면서 종삼이 상권을 잡아 세운상가가 포르노산업의 중심으로 서게 된다.
- 서울의 인구가 팽창하면서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는데, 목조건축인 한옥에서는 다층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 했다. 서구의 건축에서는 주거수요 급증에 대해 high-rise apartments로 대응했지만, 한옥에서는 다층구조가 불가능해서 도시한옥이라는 형태로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이후에 내화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다층건축에 온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영등포 지역이 이차세계대전 때 군수산업기지로 이용되어서 공업이 급격히 발전했었다. 이후 공장이 시외로 나가면서 그 자리에 아파트가 건축되어서 현재 영등포의 아파트 단지 별 스타일을 보면 공장이 이전해 나간 연대를 알 수 있다.
- Narkomfiu building 소련에서 사회주의 건축으로 지어진 주거공간.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킨다는 사상 아래에 주거공간에 부엌을 제거하고 공동부엌, 탁아소 등을 지은 노동자 집합주거건축이다.
별개로 최순우 옛집 툇마루 좋다. 나도 툇마루 있는 도시한옥에서 살고 싶다아…
Happy-Go-Lucky (2008) / Mike Leigh
And guys, when you lift up your eagle wings, remember that this dance comes from the pain, from the suffering, of los gitanos.
Erm... what you say, "the gypsies".
I know this word not politically correct, but these guys, they've been squashed down by society for centuries and centuries.
And they say, "we don't need this, we got pride!, we got dignity, we got heart, we got flamenco!! (stamps foot)"
they say, "this! my space! my space! my space! my space! my space!"
유쾌한 영화
찰흙이 보삼 해피 고 럭키
The Royal Game, Amok,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 Stefan Zweig
추천으로 읽게 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집. 술술 읽히는 문장과 흡입력있는 설정. 한국어로는 '체스/아내의 불안'이라는 단편집으로도 나와있다는데, 겹치는 작품인 체스를 제외하고는 어디서 나머지 작품을 찾아야 할 지 모르겠다.
The Royal Game / Stefan Zweig
"A room to oneself in a hotel -- sounds pretty decent, doesn't it? ... they housed us in tolerably heated hotel rooms, each by himself. For the pressure by which they planned to compel the needed testimony was to be exerted more subtly than through common beating or physical torture by the most conceivably complete isolation.
They did nothing to us; they merely deposited us in the midst of nothing, knowing well that of all things the most potent pressure on the soul of man is nothingness. ... one was alone with oneself, with one's body and four or five inanimate things, rescuelessly alone with the table, bed, window, and basin; ... There was nothing to do, nothing to hear, nothing to see; about one, everywhere and without interruption, there was nothingness, emptiness without space or time.
One walked to and fro, and with one went one's thoughts, to and fro, to and fro, ever again. But even thoughts insubstantial as they seem, require an anchorage if they are not to revolve and circle around themselves; they too weigh down under nothingness. "
"The Royal Game" /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 Amok
왜 내가 헤엄치고 있는지, <연옥님이 보고계셔>
제대로 된 혁명(A Sane Revolution) / D. H. 로렌스
제대로 된 혁명(A Sane Revolution) / D. H. 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
노제가 있던 날, 한겨레 신문 2면 광고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 장림종, 박진희
한가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해야할 일들은 모두 뒤로 미뤄둔 채. 누군가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 말라고 했다. 애초에 할 생각도 없었지만 난 얄팍한 사람이라 위안이 된다.
요즘 내 관심사는 아파트. 갑자기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라도 생긴건가 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아니고...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라는 책을 강력 추천! 장림종, 박진희 저.
1세대 아파트를 탐사한 책. 연세대 건축공학과 장림종 교수와 제자 박진희 저. 검소한 건축, 오래된 아파트, 새로운 공간설계에 관심이 많던 장림종 교수는 저술 중 작고하고 제자가 유지를 바탕으로 이어썼다는.
1세대 아파트는 주로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사이, 대규모 개발단지가 정착되기 전 한 동이나 두 동 정도의 규모로 지어졌다. 주위 거주 환경과의 조화, 필지를 깎기보다는 필지에 맞추어서 지어졌기에 성냥갑식 건축이 아닌 삼각형, 마름모꼴, 사다리꼴으로 지어졌다. 피난민 손으로 지어지거나 도중에 시공업자가 바뀌거나 시민들이 직접 벽돌을 쌓아올린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규칙적이지 않고 제 멋대로이다. 집 크기를 넓히겠다고 복도까지 벽을 밀어내는 바람에 복도가 두 개가 되어버린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남산 자락에 있어서 6층으로 바로 들어가는 구름다리가 있는 아파트도 있다. 많은 1세대 아파트가 이미 철거되었지만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많다. 그저께 내 눈으로 서소문 아파트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오래된 건축물들이 귀신이 나올 것처럼, 금방 무너질 것처럼 허름해 보여도 오래오래 보존되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우리는 고궁의 아름다움은 알아도 한국 근대 건축의 아름다움은 잘 모른다. 어느 외국인이 그랬다고 한다. "한국에는 조선시대 궁이랑 고층빌딩 밖에 없는 것 같아." 오랜 옛 것의 소중함은 알아도 4-50년 전의 것의 소중함은 모르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소문아파트 (경찰청 옆)
서소문 아파트는 기존의 휘어진 길에 맞게 '곡선'을 그리며 건축되었다. 1층은 상가로 이용된다. 현재도 고층 빌딩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비선형의 자태를 뽐낸다.
충정아파트
현존 최고(古) 아파트. 삼각형의 중정이 있다. 일본사람들이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굴뚝이 일본식이라고 한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지만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한때 호텔로도 이용되었다는 화려한 역사를 지닌 충정아파트는 현재 외벽이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어 아파트인지도 알아보기 힘들다. 현 동아일보 사옥 건너편에 있다고 한다.
회현 제 2 시범 아파트.
남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독특하게도 6층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구름다리가 있다. <와우아파트>붕괴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여기는 '시범'으로 튼튼하게 지어봐라"라고 했다 해서 '시범'아파트라 불리게 되었다고. 10층이나 되어서 당시로서는 꽤나 고층 아파트였다. 단지 내 옥외 공간이 있어 주민들이 모여 김장도 담그고 반상회도 열곤 한다. 철거 예정(혹은 이미 철거 되었나?)이다. 근린주거 개념이 반영되었다.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 종암에서 힐탑까지, 1세대 아파트 탐사의 기록>, 장림종, 박진희 지음, 효형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