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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26 120126 Egon Schiele
- 2012.01.26 120126 그대로 두기 / 다이애나 애실 中 1
- 2012.01.24 120124 그림과 그림자 中
- 2012.01.24 120124 12월~1월 정리
- 2012.01.17 120117 Rule My World
- 2012.01.02 120102 새해
- 2011.09.24 110923 김혜리가 만난 사람
- 2011.07.29 110728 Vanity
- 2011.07.23 110722 정이현
- 2011.07.21 110720 달려라 아비 / 김애란
120126 그대로 두기 / 다이애나 애실 中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자서전을 읽으니 시대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어 앞으로 좀 다른 시대의 자서전을 챙겨볼까 한다. 이 책에는 더불어 작가 소개까지.
*
# 지타 세레니Gitta Sereny의 <그 어둠 속으로 Into That Darkness>
- 번역본 없음 http://www.amazon.com/Into-That-Darkness-Examination-ebook/dp/B005C2SOUY/ref=ntt_at_ep_dpt_1
- 요즘 계속 이 '악의 평범성' 얘기를 마주치게 된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656615
<그 어둠 속으로>의 보급판 1쇄 서문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이 몇 개월 동안 이어지고, 그때까지 알려진 적이 전혀 없었던 폴란드의 집단 학살 수용소를 탈출한 소수를 비롯해 생존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경험한 공포의 실상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나는 겉보기에 멀쩡한 인간들이 어쩌면 이런 짓을 벌일 수가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은 생각이 점점 더 간절해졌다." ... 그녀는 ... "이와 같은 만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람의 성격을 적어도 한 명 이상 분석해야 한다. 선입견을 배제한 채 그의 성장 환경과 어린 시절, 성인이 된 이후의 동기와 반응을 평가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만행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사회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지타 세레니가 주기적으로 인간의 만행을 다루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만행에 치를 떤 사람이라면 이처럼 통렬한 깨달음 속으로 충분히 빠져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것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싸우려는 충동의 소산이고, 인간의 사악한 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 같은 싸움의 일부분이다. 사실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이 만행과의 전쟁에 많은 힘이 되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끔찍한 사건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공포와 경악은 흥분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어떤 식으로 타락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마저 거부한다면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
이후 기자로 변신한 그녀는 1967년에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나치 전범 재판을 비롯한 서독 관련 기사 담당자로 내정이 되어 프란츠 스탕글Franz Stangl의 재판에 참석했다. 스탕글은 폴란드에 건설된 네 군데 집단 학살 수용소 중 하나였던 트레블린카의 지휘관이었고, 그곳에서 90만명의 학살을 공동 주도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 그대로 두기, p. 65~
# V.S. 나이폴Naipaul p. 175
- 서인도제도West Indies 트리니다드 섬 출신 인도인계 작가. 영국 제국주의와 식민지민의 생활을 주제로 집필. 트리니다드 섬 안에서의 인종 간 반목 (흑인 대 인도인)
- 노벨상 수상자라 그런지 역시 번역이 짱짱하게 되어있음 (-_ -) http://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AuthorSearch=V.S.+%B3%AA%C0%CC%C6%FA@59885&BranchType=1
- 본 책에 묘사된 식민지 출신 작가의 열등감과 우월감...에 의한 작가의 삶이... 이 챕터 재밌었음. 묘사가 하도 히스테릭하길래 사진을 찾아봤더니 아저씨 인심 좋게 생기셨는데... 여성 작가 비하 발언을 보나 애실의 <게릴라>에 대한 묘사를 보나
# 몰리 킨 Molly Keane
- 역시 미번역. 대신 킨들 버젼 http://www.amazon.com/Good-Behaviour-ebook/dp/B005AVIWO0/ref=pd_rhf_ee_p_t_2
- 다른 것보다 작품 설명이 흥미로웠다. <품행 방정Good Behavior>라는 블랙 코미디.
- 몰리는 1905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다이애나 애실은 1917년생.
... (그녀가 이전 소설들을) 필명으로 발표한 이유는 소설을 쓸 만큼 똑똑한 여자와 춤추고 싶어 할 남자가 없기 때문이었다(똑똑하다는 표현이 사람을 얼마나 움츠러들게 만드는지 온몸으로 실감하려면 '시골'에서 자라봐야 한다. "참 똑똑하시네요, 안 그래요?"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움찔한다.) ...
<품행 방정>의 진정한 매력은 몰리가 난생처음 선보인 기발한 수법이다. 즉, 독자들을 공저자로 끌어들이는 작전이다. 이 책의 화자...는 쌀쌀맞고 우아하며 딸을 너무나 지겨워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덩치 좋고 둔할 딸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자기 자신조차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에 독자들이 알아서 해석을 해야 한다. ... 품행 방정의 제1법칙은 <......하는 척>이기 때문이다. 행실이 바른 사람은 무서워도 용감한 척해야 한다. 가난해도 돈이 있는 척해야 한다. 남편이 난봉꾼이더라도 아닌 척해야 한다. (생략 - 게이인 오빠의 남자친구가 부모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을 좋아하는 척하자 주인공이 자신을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내용) ... 이런 식의 흥미진진한 기법은 끝까지 계속되는데, 어떤 대는 30페이지가 지난 뒤에야 퍼뜩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몰리는 이 책을 가리켜 '블랙 코미디'라고 했고, 실제로 기발하게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녀는 한 집단 특유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는데, 그 부조리를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작가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방정한 품행의 이면에 무엇이 있고 그것이 어떻게 족쇄로 작용하는지 빤히 아는 슬픈 인생에서 비롯된다. / 그대로 두기, p. 201 ~
120124 그림과 그림자 中
Robert Braithwaite Martineau, <The Poor Actress's Christmas Dinner>
<청색과 금색의 야상곡 - 낡은 배터시 다리>
<Nocturne in Blue and Silver>, James Mcneill Whistler
<Combing the Hair>, Edgar Degas
<The Lie>, Felix Vallotton
<A Fair Ground>
<Going to Work>
<Coming from the Mill>
Laurence Stephen Lowry
<Man and Woman>, Pierre Bonnard
120124 12월~1월 정리
다 본 것만
# 서재 결혼시키기 / 앤 패디먼
- 원제인 Ex Libris가 훨씬 멋있지만 [장서표]라고 직역했으면 전혀 팔리지 않았겠지... 한글으론 멋있지도 않고. 한글 제목으로는 이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앤 패디먼은 The American Scholar 편집자. 유년기가 무지하게 부러웠고 내 아이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 (what kid?). 에세이에서 책에 대한 애정이 풀풀 넘쳐 흐르는 데다 유머러스한 문체와 역자 정영목씨의 출중한 번역이 합쳐져... 정말 재밌게 봤다. 흐흐. 남편 조지 콜트와의 애정담도 깨알같이 고소하다. 다만 언급되는 아주 많은 작품들을 내가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듯. 이 책 외에 번역된 책이 두 권 더 있는데 <세렌디피티 수집광 (원제 At Large and At Small)> (제목은 무슨 센스인지...), <리아의 나라 (The Spirit Catches You and You Fall Down)>... 그렇게 끌리진 않네.
# 그대로 두기 / 다이애나 애실
영국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던 다이애나 애실의 자서전. 지금은 80이 넘은 할머니라니 이렇게 나이 든 사람의 자서전을 읽어본 것만도 오랜만이다. 가벼운 에세이라 금방 읽을 수 있고 좋다. 편집인의 인생에 초점을 두고 읽는 것보다 재밌는 할머니의 인생담으로 보면 더 재밌는 것 같다. 그 솔직함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아주 솔직한 묘사, 단점을 그대로 적기, 좋은 쪽으로 포장시켜 말하지 않는 등 - 나는 글을 써도 그렇게 못 쓸 법 한데. 역시 나이를 아주 많이 먹으면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건가 싶었다. 나이 든 사람들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 서울의 낮은 언덕들 / 배수아
배수아 신간. 작년에 당나귀들과 독학자를 아주 좋게 읽지만 귀국 후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과 에세이스트의 책상에 큰 실망을 했던 터라 신간을 시키면서도 걱정이 됐다. 평이 나쁜 편은 아니길래 안심은 좀 했지만. 배수아는 작품 수가 적은 편은 아닌데, 초기작이 더 읽기 좋다는 평이 다수다. (근작으로 올 수록 문장이 난해해지고 자기 정신 세계에 빠지는 경향이 -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튼 이것도 배수아 특질이라고 생각하니까. 신형철이 말했듯 배수아는 하나다.)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읽다가도 어딘가 가면 머리를 두드리는 문단을 만나게 된다. (배수아는 마음을 두드린다기보다 머리를 두드린다.) 사실 뒷부분에 가서 머리가 마비되는 바람에 휘리릭 넘긴 터라 다시 정리 좀 하고 발췌하고 싶다.
# 그림과 그림자 / 김혜리,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둘 다 칼럼을 모은 글이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묶었다. 김혜리가 그림을 공부했는 줄은 몰랐다. 글은 역시 칼럼으로 쓴 글을 모은 거라 실망스러웠지만 그림 보는 재미는 있었다. 신형철 산문 역시 짧은 분량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몰락의 에티카처럼 긴 것도 부담스럽지만 ㅋㅋ)
# 엔분의 일 2011 봄호
다시 보니 이게 2012년 봄이 아니고 2011년 봄호구나. 여튼 이걸 끝으로 장기휴간이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오! 여튼 온라인에서 품절인걸 우연히 강남 교보에서 집어들었다니 다행이다. 문예중앙, 페이퍼, 지콜론, 일러스트 정도를 앞으로 한 권씩 봐봅시다...
#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1 / 가즈오 이시구로
한 권이 넘어가는 장편 소설 읽는 것도 오랜만이다. 오늘 1권을 다 읽었는데 (사실 마지막 몇 페이지는 지쳐서 넘긴 탓에 다시 읽어야겠지만) 도대체 이 소설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Y 언니의 극찬에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Never Let Me Go나 녹턴은 평이 일정하게 좋은 반면에 이 소설은 비평이 갈린다던데 아마 이거 읽고도 never let me go는 하나 더 읽고 싶다.
#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보니 끝까지 읽어낸 책들은 에세이와 소설밖에 없네. 역시 진득하게 앉아서 볼 시간이 딸리니 맘 놓고 읽을 수 있는 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핑계). 오랜만에 하루키 에세이집이 나왔길래 기대하며 샀지만 하루키도 요즘은 하락세인가. 1Q84는 읽어볼 엄두도 안나지만 원래 하루키 장편은 좋아했던 기억이 없는 나로써는 산문집에 손이 갈 수밖에. 그리고 하루키는 역시 단편집 & 에세이다. 폴 오스터와 바흐를 비교한 에세이도 재밌었고 카버, 챈들러 등에 대한 에세이도 재밌었다. 아, 무엇보다 이거 읽다가 '언더그라운드'를 보게 됐다. 일본 옴진리교 사건 피해자를 인터뷰해 모은 책. 예나글방 갔다가 구판이 있길래 (저렴해서 ㅋㅋ) 샀는데 피해자 얘기보다는 가해자 얘기가 더 재밌을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 아이히만이니 뭐니 자꾸 걸리는게 나치 시대 가해자 쪽의 재판 기록 같은 걸 좀 읽고 싶다. 영화 <더 리더>는 좀 재미없게 봤지만 (이 영화보고 이 이야기가 남주의 이야긴지 여주의 이야긴지 싸웠던 기억이 난다. Aㅏ...)
읽을 건 차고 넘치는구나 에헤라디야
이 외에 다 못 읽은 건 너무나 많도다
110923 김혜리가 만난 사람
2011년 9월
23일
*
김혜리의 글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단순한 정보성 글이라도 단어가 범상치 않다. 정공법으로 치고 들어온다고나
할까. 진득하게 진심에 밀착하려는 분투가 전해져온다. 첫
문장부터 치고 들어온다. 그러기엔 이 여자는 너무나 섬세하다. 치고
들어온다기보다 정곡을 집는다. 그건, 의도적으로 글을 ‘강하게’ 만들려고 했다기보다는 그저 꾸밀 줄을 모르는 것이다. 그녀는 진심을 쓴다.
마음으로 쓴 글은, 정말로 전해진다. 가장 내밀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서문과 발문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많이 울었다. 신형철의 서문을, 김혜리의 발문을
읽으며 나는 진동한다. 꾸밀 줄 모르기에 문장 하나하나가 빽빽하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다듬고 재배열하고 수식한다.
*
그림자가 될 수 있다면 출판편집인을 하세요. 내 이름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문학을 예술을 사랑하고
그들을 보살피고 싶다면, 그리고 그걸로 족하다면. 당신은
지독한 짝사랑을 하고 있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의
글을 쓰고 싶다.
그게 나의 욕심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나의 것에 대한 욕망이 아닌 나의 이름에 대한, 주위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짝사랑은 견디지 못하고 금방 다른 아이를 좋아해버리는 참을성
없는 여학생이 아닐까.
*
“제법 호되고 차가운 단어를 늘어놓으며 힘센 척할 때라도 우리는 결국 영화를 만드는
이들을 뒤쫓는 메아리로서 영화의 게임에 참여하고 있음을 잊지 않습니다. 어차피 모든 영화는 아무리 허약하다
해도 어떤 악평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입니다. … 영화평을 쓰는 우리의 대부분은 좌절한 창작자이거나 좌절한
관객입니다. 우리의 욕심은 오만하다면 오만하고 초라하다면 초라합니다.”
(<영화야 미안해> 여는 글)
“이제 압니다. 기사라는 명목으로 제가 썼던
글과 글 비슷한 끼적거림은 기실 일기였고 얼굴을 알 수 없는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였습니다. 고백컨대
그것은 월급쟁이의 은밀한 횡령이었습니다. 모두가 보기 때문에 누구도 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마음
놓는 일기였고, 수취인불명의 편지였습니다. … 그러나 왼쪽
서랍은 이미 스쳐지나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으나, 차마 버리지 못하는 영화들의 몫입니다. 이 책은 제 왼쪽 서랍입니다. 편애의 기록입니다. 제 초라한 왼쪽 서랍을 왼손잡이 당신에게, 잡동사니에 눈길이 머무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닫는 글)
*
“혹은 <화양연화>가 보는 이에게 남기는 깊은 울림을 적은 뒤 “그것은 아마 우리
중 대부분이 실패한 연인이기 때문 아닐까. 온전히 내 것이 될 불변의 사랑을 꿈꿨으나, 번번이 그 여린 빛이 내민 손 한치 앞에서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이라고
끝맺을 때, 그러니까 너무 많이 그리고 쉽게 말해져버려 이제 거의 죽어버린 의미가, 좋은 영화와 만난 그의 언어를 거쳐 촉촉한 생명을 얻을 때,
보기 드물게 첫 문장에서 ‘나’가 등장하고 더 뜻밖에도 그의 글에서는 유례없이 단호한 말투를
지닌 그 인터뷰 서문은 이 세상의 많은 이야기꾼들을 위한 변명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위한 은밀한 그러나
최상의 위안이다. (발문, 허문영 영화평론가)
언제부터인가 나는 소심한 사람들의 괴력을 눈치채게 되었다. 대범한
사람들이 세계를 들썩들썩 움직이는 동안 소심한 사람들은 주섬주섬 세상을 해석한다. 살아남기 위해 예민해질
도리밖에 없는 초식동물처럼 그들은 누가 힘을 가졌는지 계절이 언제쯤 변하는지 민첩하고 정확하게 읽어낸다. 미미한
자극에 큰 충격을 받고 사소한 현상에 노심초사하는 그들의 인생은 남보다 느리게 흐른다. 타고난 관찰자이며
기록자인 그들의 소극적 복수는 ‘이야기’다. 그들은 더디게 살기 때문에 삶을 사는 동시에 재구성한다. 목소리
큰 당신이 휘어잡았다고 생각하는 어젯밤 술자리에서 벽지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듣기만 하던 동료가 있었던가. 그가
잠들기 전 떠올린 스토리 속에서 당신은 놀림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세계의 평형을 유지하는 매커니즘
중 하나라고 판명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말하다 中 김병욱 인터뷰)
110728 Vanity
시카고 봄. 영화가 더 좋음. 뮤지컬이란 장르의 한계를 느끼며 오페라는 너무 어렵고 연극 정도는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